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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단상

[단상]선릉역에서 길을 묻는 할머니에 대한 시민들 반응의 아쉬움과 반성

by bandiburi 2025. 3. 28.

(출처: flickr)

3월 26일 퇴근길에 선릉역에서 길을 묻는 할머니에게 친절한 사마리아인이 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두고두고 떠오른다.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살고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모두가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타인은 객체가 되고 소외된다.

더 이상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나 자신부터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괴물 같은 끔찍한 존재다!

수많은 사람들이 개미처럼 모여서 도시에서 살고 있다.
모래알처럼 서로를 모르는 타인들로 살아간다.
하지만 누구나 인격적인 존재로 대우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연은 이렇다. 
오후 5시 20분경 수인·분당선 왕십리 방향의 선릉역이었다. 
늘 타는 위치에서 두 줄로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할머니 한 분이 오시며 바로 앞에 있는 아저씨에게 길을 묻는다. 
"일산으로 가려면 어디서 타야 하나요?"

아저씨가 일산 쪽으로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하신다.
오른쪽 줄에 서계시던 할머니가 설명하신다.
"반대쪽에서 타셔서 대화역으로 가는 걸 타면 되세요"

기다리던 지하철이 선릉역에 도착하며 서서히 속도를 줄인다. 
마음이 급해진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왕십리에서 갈 수 있다는데."
그러면 여기서 타시라고 하면서 함께 지하철에 올랐다. 

하지만 할머니는 왕십리까지 가지 않으시고 다음 역인 선정릉역에서 혼자 내리셨다. 
이후로 잘 찾아가셨는지...
나라도 시간을 내서 친절하게 알려드릴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글을 포스팅하며 지하철 노선도를 찾아봤다.
왕십리에서 경의중앙선 한 번만 타면 일산역까지 갈 수 있다. 
모두가 누군가는 도와주겠지 하는 마음에 미룬 것일까.
할머니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다음 지하철을 타면 안 될 정도로 급했을까. 
그 할머니가 자신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라도 그랬을까. 

누구를 탓할 것이 없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우선순위에 상식이 결여되었다. 
타인에 대한 작은 친절은 곧 나 스스로에 대한 친절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사회는 빠르게 변한다. 
노화로 인해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그 할머니와 같은 위치에 언제든지 서야 한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친절을 미리 베풀자. 
타인의 감사와 고마움의 표현은 우리에게 행복의 도파민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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