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는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보려고 기다렸던 영화였다. 지난 1월에 이사하며 거실에 85인치 대형 TV를 설치했는데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에 화면이 커서 좋았다.
세 사람의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로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총력을 기울인다. 마침내 미국은 존 글렌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그 성공의 이면에 세 여인이 있었다. 영화가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의 전반을 흐르는 감독의 메시지는 천재적인 두뇌도, 우주항공 기술도 아닌 인종 차별이다. 1960년대 미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흑인에 대한 차별이 어땠는지 영화는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말로만 들었던 흑인들의 어려움을 주인공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별의 사례들은 많다.
첫째, 캐서린 고블은 천재적인 두뇌로 NASA에서 계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까지 비가 와도 다녀와야 했다.
둘째, 흑인 여성들이 일하는 사무실도 분리되어 있다.
셋째, 백인 남성 중심의 NASA 사무실에서 캐서린 고블은 커피도 따로 마셔야 했다.
넷째, 흑인여성들의 리더인 도로시 본은 NASA에서 주임 역할을 하고 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인사명령이 지연된다. 그녀는 IBM 컴퓨터의 도입으로 동료 흑인 여성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해 자신부터 프로그램을 익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아름다움 모습이었다.
다섯째, NASA에서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메리 잭슨은 흑인에게 불가능한 학력조건을 제시받는다. 그녀는 입학을 거부하는 학교에 굴하지 않고 법원까지 가서 판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아내와 딸은 주인공들이 기본적인 생활에서도 차별 받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NASA라는 조직에서도 우수한 인력을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사회가 60년 전의 미국이었다. 오늘날 미국은 많이 바뀌었을까. 간혹 전해지는 뉴스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외국인에 대해 차별하는 마음이 우리에게는 없을까. 한국인들 사이에도 대화와 타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갈수록 성별, 학력, 지역 등으로 사람을 낙인찍고 편을 나누는 이분법적으로 사고가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네 편 내 편으로 나누는 편견에 가득한 사람들은 인종 차별과 유사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서로의 차이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소하며 화합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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