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패터슨이 한 장의 사진을 보며 구상한 소설 『빵과 장미』를 재미있게 읽었다.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책이다.
우리가 시공간을 넘어 역사와 교류할 수 있다는 독서의 장점을 진하게 체험할 수 있는 소설이다.
1910년대 미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궁핍한 삶과 그들의 연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이 아니면 그 장소와 시간과 이탈리아 이주민 노동자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매사추세츠 로렌스에서 파업 노동자들의 자녀 35명이 버몬트의 배러라는 지역에서 돌봄을 받는 이야기가 기본 틀이다.
주인공은 로사라는 소녀이고, 또 다른 주인공은 가난한 거리의 소년 제이크다.
노동자들은 사용주에 대항해 파업하며 아이들을 돌볼 여력이 없다.
미국 내 타 지역에서 노동운동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돌보겠다고 자원한다.
그리고 부모의 허락을 받고 35명의 아이들이 기차로 뉴욕, 버몬트 배러의 임시 부모들에게 맡겨진다.
이 소설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선진국 국민이 되었다고는 한다.
하지만 인간 관계는 갈수록 건조해진다.
도시화로 아파트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다.
하지만 서로의 삶에 스쳐 지나가는 타인일 뿐이다.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공유하지 않는다.
서로가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공동체가 와해되어 파편적인 개인과 가족으로 살아갈 뿐이다.
버몬트의 배러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로렌스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시간과 물질과 공간을 허락한다.
그 자체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삶은 훨씬 좋아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공감과 연대의 능력은 사라지고 있다.
삶이란 물질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감정과 공감이 수반되는 삶이어야 더욱 안정감을 느끼고 베풀면서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빵과 장미'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은근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
『빵과 장미』는 패터슨이 우연히 자신이 살고 있는 버몬트 주 배러의 사회주의자 노동회관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회관 앞에서 서른다섯 명의 아이들을 찍은 사진 밑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빵과 장미 파업' 동안 배러에 머문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의 어린이들." 파업 기간 동안 집을 떠나 머나먼 배러에서 지내게 된 아이들의 사연이 궁금해진 패터슨은 이후 자료조사에만 꼬박 삼 년을 매달렸다. 그리고 유명한 슬로건인 '빵과 장미'가 생겨난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로센스의 파업을 이민 노동자 가정의 소녀와 부랑자 소년을 통해 그린 『빵과 장미』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저자 소개 중)
"우리는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낼 거예요." 엄마는 로사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이 팔을 토닥였다. "노조가 결정한 일이에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아픈데다 먹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여기서 돌볼 수 없으니까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멀리 보내는 거예요. 우리한테 먹을 것과 석탄과 새 신발을 살 돈이 생길 때까지 말이죠. 우리 아이들은 너무 춥답니다. (...)" (180~181)
누구는 넘치도록 많이 가지고 있는데, 나머지 사람은 먹을 것도 모자란다는 건 불공평했다. 그게 엄마가 파업을 하는 이유다. 로사도 그건 알았다. 하지만 이길 방법이 없었다. 노동자들은 너무 힘이 없고 공장주들은 너무 강했다. (210~211)
그리고 정말 뜻밖에도 제이크는 자기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물을 감추려고 했지만 온몸을 흔들며 흐느끼고 있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건 제르바티 씨가 경찰이든 깡패든 뭐든 아무도 부르지 않겠다는 소리에 안심이 되어서 나오는 눈물일 수도 있었고, 차가운 회색 화강암에서 피어난 꽃들처럼 이 작고 엄한 노인이 보여준 생각지도 못한 다정함 때문일지도 몰랐다. (324~325)
제이크는 달리기 시작했다. 새 부츠를 신은 발이 이따금 얼음 낀 판석 위로 미끄러지기는 했어도 넘어지지는 않았다. 좀스러운 범죄나 끔찍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빵이 넘치고 돌에서 장미가 자라는 새로운 삶. 그것을 향해 달리는 기분은 정말 야릇하고도 황홀했다. (352)
독서습관1013_빵과 장미_캐서린 패터슨_2019_문학동네(250222)
■ 저자: 캐서린 패터슨
1932년 중국에서 영국인 선교사의 딸로 태어났다. 중국과 미국의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성장한 그는 잦은 이주와 도드라지는 영국 억양으로 인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레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킹 칼리지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잠시 일본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작품을 집필해 1970년대 후반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와 『내가 사랑한 야곱』으로 '뉴베리 상'을 두 차례 수상하고,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로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명실공히 미국 청소년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에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2006년에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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