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콘레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를 읽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말러가 과거에 자신이 벨기에 선박의 선장이 되어 커츠라는 주재원을 본국으로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콩고를 탐험하는 내용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무시하고 상아와 같은 물건을 얻기 위해 타국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수탈하는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 조셉 콘레드는 무엇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했는지 세 가지로 정리한다. 중간중간에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첫째, 제국주의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알린다.
<암흑의 핵심>은 제국주의의 잔혹성과 비인간성을 폭로하는 작품이다. 콘래드는 주인공 말로가 커츠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를 착취하고 원주민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국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국민으로서 제국주의 국민으로 아프리카에 파견된다는 상상을 해보기 어렵다. 콘래드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피지배국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세관원으로, 세관원을 보호하는 군인으로, 현지에서 상아와 같은 원재료를 수탈하기 위한 주재원으로서 살아가는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주인인 원주민들은 백인들의 존재에 비해 화면 속의 배경과 같이 초라하다. 소설은 결국 제국주의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고 있다.
말로가 콩고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는 퇴락하는 서구 문명의 잔재들과 식민지를 경영하는 백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작태를 접하고 적이 실망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부여된 사명이 오지의 주재원 커츠를 찾아서 문명 세계로 다시 데리고 오는 일임을 알았을 때, 그는 어느새 자기가 아직 상봉한 적도 없는 이 주재원에 대해 깊은 관심을 쏟고 있음을 알게 된다. (182)
그러므로 회사의 지배인이 그의 수탈 방법을 <불건전하다>고 부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소설의 중심 이미지 중 하나인 <속이 텅 빈 인간>도 다름 아니라 바로 커츠이며 소설의 표제인 <암흑의 핵심>이 가리키는 것도 결국 커츠의 타락한 심성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183)
말로에게는 커츠와의 만남이 어떤 <암흑의 핵심>과 같은 존재와의 만남이었음이 분명하지만, 그 만남을 통해서 말로는 자기의 삶을 조명하는 한 가닥의 빛과 거기 수반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돌아온 말로는 아프리카를 향해 떠날 때의 말로가 아니다. 이는 커츠라는 인물과의 만남이라는 <체험의 절정>을 몸소 겪고 나자 마치 어둠 속에서 일종의 빛을 본 듯이 만물의 의미가 그의 눈에 환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185)
안온한 삶은 그것에 탐닉하는 사람들에게 좀처럼 자기 성찰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평온한 삶에 안주함녀서 자아에 대한 성찰을 게을리하는 한, 인간은 삶에 대한 궁극적 지혜를 달성할 수 없으며 결국은 바보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가 자기 이야기의 어느 한 대목에서 <바보들은...... 늘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듯이, 바보는 자아 탐색 혹은 자기 발견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에 세속적인 의미에서는 늘 안전할 수 있지만 그의 삶은 <짐승>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186)
둘째,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다.
이 소설은 주인공 말러의 여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탐욕, 잔혹함, 그리고 도덕적 타락을 드러낸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암흑의 핵심에 위치하는 존재가 커츠다.
원주민들의 화살을 피해 선박에서 피해있는 중에 자신을 돕던 원주민이 창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이 선명하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강물에 던져짐으로 사라진다. 그의 인격, 그의 가족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단순히 원주민의 죽음이 있었다가 없어졌다.
그러나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성향을 뺀다면, 말로는 전형적인 선원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 한 에피소드의 의미는 견과의 씨처럼 껍질 속에 들어 있지 않았고, 바깥에서 그 이야기를 둘러싸고 있었다. (12)
우리는 쿵쿵쿵 엔진 소리를 내며 항해했고, 도중에 기항하여 군인들을 상륙시키곤 했지. 또 계속 항해하다가 세관원들을 상륙시키기도 했는데, 그게 모두 하늘로부터 버림받은 그 황야 속에다 함석 움막을 짓고 깃대를 세우고는 세금이랍시고 거두어들이기 위함이었어. 그러고는 아마도 그 세관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군인들을 상륙시키기도 했지. (30)
그들은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음이 분명했다네. 그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었고 죄수들도 아니었지만 이미 이 세상 사람다운 데는 없이 질병이나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검은 형상들에 불과했으며 그 침침한 녹음 속에 어지럽게 누워 있었을 뿐이야. 일정 기간의 고용 계약이라는 합법적 수단으로 해안 각처에서 끌려온 후 자기네 체질에 맞지 않은 환경에 내던져진 채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다가 지금은 병이 들어 비능률적인 노동자로 전락하니까 작업장에서 기어나가 그늘에서 쉬도록 허락되었던 거야. (38)
그건 마치 밀림이 천천히 강을 가로건너 우리의 돌아갈 길을 막고 있는 듯한 풍경이었어. 우리는 암흑의 핵심 속으로 점점 더 깊이 침투해 들어가고 있었던 거야. (80)
그가 <나의 상아>라고 하는 소리를 자네들이 직접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렴, 나는 들을 수 있었지. 그는 <나의 약혼녀, 나의 상아, 나의 주재소, 나의 강, 나의......> 어쩌구 하면서 모든 것을 자기의 것이라고 했어. (110)
마지막으로 문화적 충돌과 오해를 보여준다.
<암흑의 핵심>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로 진출하며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과 오해를 다루는 작품이다. 콘래드는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갈등과 비극을 묘사한다. 이는 제국주의가 단순히 경제적 착취뿐만 아니라 문화적 파괴를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35년의 뼈아픈 경험을 가진 국민이기 때문에 문화적 파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커츠, 커츠라면 독일어로는 <짧다>는 뜻이 아닌가? 그런데 말이네, 그 이름은 그의 삶과 죽음 속의 다른 모든 것만큼 진실이었지. 그의 몸은 길이가 적어도 7피트는 되어 보였다구. 그를 덮고 있던 천이 벗겨지니까 그의 몸은 수의를 벗어버린 시신처럼 드러나서 연민과 공포를 자아내더군. (135~136)
암흑의 핵심으로부터 급하게 흘러내리는 갈색 강물은 우리를 바다 쪽으로 싣고 갔는데 상류로 올라갈 때에 비해 그 속도가 두 배나 빨랐지. 그런데 커츠의 목숨 또한 그의 심장으로부터 냉혹한 세월의 바닷속으로 썰물처럼 재빨리 빠져나가고 있었어. 지배인은 아주 평온해 보였고 아무런 심각한 걱정거리도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포용적이고 만족스러운 눈초리로 우리 두 사람을 싸잡아서 바라보고 있었지. (...)
커츠는 담론을 펴고 있었어. 그는 온통 목소리! 목소리였지! 그 목소리는 죽는 날까지도 깊이 울리고 있었어. 그의 기력은 쇠잔했지만 그 목소리만은 살아남아서 그 화려한 달변의 주름 속에다 자기 심장의 황량한 암흑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오, 그는 몸부림치고 있었어! (154~155)
(...) 콘래드에게 콩고 체험은 그의 일생에서 일종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콩고를 체험한 후 그가 삶과 사회를 보는 눈은 달라졌으며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콘래드가 작품 외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우리가 콘래드라는 한 작가 혹은 한 인간의 면모를 생각하고자 할 때 결정적인 지침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흥미 있다. (178~179)
결론적으로 조셉 콘래드는 <암흑의 핵심>을 통해 제국주의의 잔혹성과 비인간성,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 그리고 문화적 충돌과 오해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독서습관 908_암흑의 핵심_조셉 콘래드_2008_민음사(240705)
■ 저자: 조셉 콘래드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1869년 4년 전에 별세한 모친에 이어 부친이 별세했고, 이후 외숙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했다.
1874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 상선의 선원이 되었다.
1877년 밀수, 연애 및 도박 등에 연루되어 빚을 지게 되었다.
1878년 영국 상선의 선원이 되어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다.
1886년 영국으로 귀화한 후, 첫 단편 <검은 선원>을 발표했다. 한동안 항해와 작품 활동을 같이 했다.
1898년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후 1924년에 급환으로 별세하기까지 무수한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암흑의 핵심>, <고르 짐>, <노스트로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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