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권력과 영광>은 1930년대 멕시코 혁명 후의 반종교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가톨릭 신앙을 지키려는 마지막 남은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다. 멕시코의 타바스코 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반가톨릭 탄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60페소를 내가 어디서 구한단 말이오?" 어쩌면 주 경계선을 넘어오지 않은 편이 좋았을 수도 있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공포와 죽음이 최악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삶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 큰 실수일 때도 있다. (269)
개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위스키 사제'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도망자이며, 자신의 신앙과 사제직에 대한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멕시코 정부는 가톨릭을 금지하고, 모든 사제를 체포하거나 처형하려 한다. 주지사는 가톨릭을 허용하지 않으며, 사제들을 색출하기 위해 경찰을 동원한다. 위스키 사제는 이러한 탄압 속에서 도망치며,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제는 도망 중에도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풀고, 미사를 집전하며, 자신의 사명감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알코올 중독과 과거의 죄로 인해 깊은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는 자신이 좋은 사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신앙과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사제는 도망 중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는 한 마을에서 마리아라는 여인을 만나고, 그녀의 딸 루이사에게 세례를 준다. 또한, 그는 한 농부의 집에서 숨어 지내며, 그 농부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신앙과 사제직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나 사제는 결국 배신당해 자발적으로 체포되고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형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신의 용서를 구하며, 마지막까지 신앙을 지키려 한다. 사제는 결국 총살당하지만, 그의 신앙과 용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소설이 우리에게 전하는 시사점을 세 가지로 포스팅한다.
" (...) 인간의 마음이 그분에게 얼마나 추악하게 보이는지도 나는 모르오. 하지만 이것만은 안다오. 만약 이 주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나 역시 같은 신세가 될 거요" 그가 천천히 말했다. "나는 무슨 다른 대접을 원하는 게 아니오. 내가 원하는 건 정의일 뿐이오. 그게 다라오." (318)
첫째, 신앙과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권력과 영광>은 인간의 불완전성과 신앙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주인공인 '위스키 사제'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도망자이며, 자신의 죄책감과 신앙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신앙이 완벽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 모두의 것임을 시사한다. 그린은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앙의 힘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결점과 약점을 인정하고, 신앙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아마 그 순간 그가 겁낸 것은 지옥에 떨어지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통에 대한 공포마저 뒤로 물러섰다. 아무런 일도 한 것 없이 빈손으로 하느님에게 가야 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좌절로 다가올 뿐이었다. 그 순간, 성인으로 사는 건 꽤 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그에게 들었다. 그건 약간의 자기 절제와 약간의 용기만 갖추면 되는 일이었다. 그는 약속 시간에 몇 초 늦게 가서 행복을 놓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그는 확실히 알게 됐다. 마지막 순간에 중요한 건 단 하나뿐이라는 것. 그건 바로 성인이 되는 일이었다. (334~335)
둘째, 도덕적 딜레마와 용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의 도덕적 딜레마와 용기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위스키 사제'는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도망 중에도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풀고, 미사를 집전하며, 자신의 사명감을 잃지 않는다. 이는 도덕적 용기와 신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린은 주인공의 용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멕시코의 가톨릭 박해는 1924년 플루타르코 카예스 Plutarco Elias Calles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무신론자인 가리도 카나발 Garrido Canabal이 주지사로 있던 타바스코 주가 악명 높았다. 이 가리도 카나발은 <권력과 영광>에 나오는 경위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357)
셋째, 정치와 종교의 갈등 상황에서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권력과 영광>은 정치적 억압과 종교적 자유의 갈등을 다룬다. 멕시코 혁명 후의 반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정치적 권력과 종교적 자유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조명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남아 있다. 그린은 정치적 억압이 개인의 신앙과 자유를 어떻게 침해하는지를 보여주며, 종교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독자들에게 정치적 권력과 종교적 자유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 차이가 있다면 <권력과 영광>의 위스키 사제는 계속 쫓기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돌아서서 자신을 쫓는 그 뭔가를 향해, 그린의 여행기를 참고하자면, 어둠을 향해, 그 어둠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간다는 사실이다. 뻔히 죽을 줄 알면서도 사제가 왜 그 길을 걸어갔는가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거운 질문일 것이다. (364~365)
이 소설은 인간의 불완전성과 신앙, 도덕적 용기, 정치와 종교의 갈등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린의 <권력과 영광>은 이러한 주제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달하며,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독서습관 902_권력과 영광_그레이엄 그린_2010_열린책들(240619)
■ 저자: 그레이엄 그린
독특한 상상 세계의 창조자. 스릴러의 대가. 그러면서도 인간 실존과 신의 관계를 깊이 고찰한 신앙인. 그레이엄 그린은 1904년 영국 하트퍼드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버크햄스테드 스쿨에 입학했으나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열여섯 살에는 교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자살을 시도했다. 정신 치료를 담당하던 의사로부터 글쓰기를 권유받아 시를 쓰기 시작하며 그린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 무사히 졸업, 옥스퍼드 대학에서 근세 유럽사를 전공했다. 열여덟 살에 공산당에 입당하지만 6주 만에 탈퇴하고, 졸업 후에는 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다.
<타임스>에서 편집 기자로 일하던 그린은 1929년 첫 장편 <내부의 나>로 호평을 받은 뒤 창작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편의 본격 소설이 연달아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좌절한 그는 대중 소설 <스탬불 특급 열차>를 발표하고, 후에 영화화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명성을 얻었다.
이후 그린은 자신의 작품을 <본격 소설 novel>과 <대중 소설 entertainment>로 구분 지었으나, 본격 소설에 가미된 스릴러적 요소와 대중 소설에서 다루는 내면의 깊은 문제는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가톨릭 신자로서 그의 면모를 나타내는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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