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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55]황금종이 1_자본주의 돈의 노예화된 인간 그리고 이태하와 한지섭

by bandiburi 2024. 3. 21.

부동산과 주식으로 돈에 대한 욕망이 그대로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 <황금종이>를 읽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돈'에 대한 다양한 사연들이 주인공 검사출신 변호사 이태하를 중심으로 등장한다. 그 사연이란 것이 뉴스에서 들었음직한 내용들이라 술술 읽힌다. 

결국은 이태하가 말한 것처럼 돈을 좋아하되,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해야 하겠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늘 돈이 필요하다. 기존에 인간의 삶을 지배하던 정치와 종교를 넘어서는 힘을 가진 돈이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필요한 돈인데 돈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면 돈을 위해 살고 있는 인간이 되기 쉽다. 그 결말은 비참한 말로다. 

이 소설은 돈의 노예로 살기 쉬운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면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한편으로는 대부분이 공감할 만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아래에 관련 문장을 인용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전체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권은 별도로 포스팅한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부모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네 자식들만 생각해 그렇게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56)

부모는 많은 자식을 사랑으로 키울 수 있지만, 다수의 자식이 있어도 부모를 사랑으로 돌보기 어렵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고 한다. 자식을 양육하는데 있어 좋은 교육을 통해 좋은 직업을 지향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건전한 금전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식이 스스로 노력해서 결과를 얻는 경험을 길러주지 않으면 부모가 아무리 큰 부를 가졌더라고 자식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그로 인해 자식도 망가지고, 재산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례도 등장한다. 

완전히 절망했다. 야당은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 약간 다른 보수일 뿐이야. 진보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의 착각이고, 오해야. 진보 의식은 거의 없어. 그저 기득권에 안주해서 자기네 권력 지키기에 급급할 뿐이지. 왜 세상이 그렇게 바뀌지 않고, 역사 발전이 그렇게 안 되는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애. 진언은 그 잘난 당론 앞에서 여지없이 묵살되고, 진보적인 개혁안을 제기하면 따돌림당하고, 돈키호테 취급을 당하고 할 뿐이야. 그동안 좋은 수업 잘 받았다. (77~78)

우리 사회의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불태웠던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입성했을 때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득권의 위치에 적응하고 보수화되었으며 변화보다는 현실안주를 택했다. 그리고 새로운 기득권이 되었다. 

소설 속에서 이태하의 선배 한지섭이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꿔보려 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무력감에 부딪쳤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이태하는 썰렁해진 감정으로 닫힌 문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검사의 90퍼센트 이상이 반공주의자이고, 보수주의자이고, 출세주의자라는 말을 그는 새삼스럽게 곱씹고 있었다. (85)

검사 출신 대통령이 2022년 5월 취임한 이후 2년 가까이 흘렀다. 검사 외에는 경험이 없어 정치나 경제 관련 이슈들을 다루는 데 미숙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대통령의 주변에는 다수의 검사들이 정치를 함께 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음에도 이런 인적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듯하다. 

검사에게 주어진 권한이 막강하다. 법을 공부하고 시험에 합격해서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된 사람들은 존재 이유에 대해 자문해야 한다. 그 직업이 왜 존재하는지를 성찰하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왜 다수의 검사가 반공주의자가 되고, 보수주의자, 출세주의자가 되는 걸까. 어쩌면 그들만의 견고한 성을 두르고 주어진 기득권을 지키는 것을 국민보다 앞에 두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주인공 이태하가 검사가되어 올바른 일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건의한 뒤에 그에게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최근에도 직위해제되는 검사들을 보며 실감하게 된다.

정치와 종교가 인간 세상의 2대 필요악이라는데, 돈을 더해서 3대 필요악이 아닐까. (121~122)

인간 사회를 지배해 온 두 개의 권력은 정치와 종교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지배하는 권력이 있다. 그것은 돈이다. (312)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을 선출하고 그들을 통해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복지 성장을 기대한다. 국회의원들의 열심히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4년을 일하면 힘들어서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뛰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보인다. 국회의원이라는 권한을 이용해서 최대한 자신과 가족, 지인들의 이득을 위해 노력하는 몰지각한 국회의원이 보도된다. 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또 국회의원이 되기를 원한다. 

일부 종교인들이 돈의 노예가 되는 경우도 보인다.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돈 앞에서 나약해지는 종교인들의 실태는 국민의 분노를 산다. 종교가 직업이 되고, 직업을 통해 돈을 벌길 원하는 일반인들과 똑같다. 심지어는 돈에 대한 욕심이 과해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세력화하고 종처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이 강한 것 같으면서도 약한 존재다. 상식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배척해야 당연한데 가족도 버리고 추종한다. 결국은 전 재산과 목숨까지도 헌납한다. 

나도 돈 좋아해. 다만 노예로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155)

현규가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하는 정의를 입증해 주는 실증자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282)

근데 문제는 나라야. 돈 좋아하는 거야 이 세상 사람들 단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좋아하지.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왜 나라가 확률 제로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돈 따먹기 놀이를 벌여놓고 있냐 그거야. 개인끼리 하는 노름은 불법이라고 몰아 때려잡으면서 나라가 벌여놓은 노름판은 합법이라고 매주 테레비에서 당첨자 방송까지 해대니, 나라가 국민들 망하라고, 가난한 사람들 아주 거지꼴 되라고 활활 부채질 해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이게 말이 되니? (296~297)

책에는 로또에 대한 허황된 꿈으로 갑자기 주어진 상속 재산을 써버리는 남편이 나온다. 집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로또를 판매하는 가게에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들며 로또를 사는 것을 목격한다. 그때마다 당첨이 잘 돼서 사는 건지, 한탕을 기대하며 매주 규칙적으로 사는 건지 궁금했다. 일확천금을 얻었다면 그만둘까, 오히려 더 집착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소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왜 국가적으로 복권이라는 이름으로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노름을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권하는 것일까. 개인간의 노름은 엄격하게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더 판을 키운 사회적 노름은 복권, 로또라는 이름으로 허용할까.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삶이 팍팍하기에 한탕을 기대하는 서민들일 것이다. 국가적으로 서민의 피를 빨아 무엇을 위해 사용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자본주의는 돈의 위력과 그 만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어 올린 주의다. 그것은 곧 인간 스스로 돈의 노예화를 선언한 것이다. (312)

자본주의 사회를 지향하며 경쟁을 부추기는 대한민국이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사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소수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해서 잘 사는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세금을 통해 부의 불평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신의 노력에 의하지 않은 상속이나 증여에 대해서는 정당한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세금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국가의 지속성장과 급변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용돼야 한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행복한 국가를 기대한다. 

우린 그 정도의 능력밖에 없는 사람들이야. 영식 씨가 취업이 되고, 내가 졸업해서 알바 아닌 취업을 한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전세비 모으고, 집 살 돈 모으고 하겠어. 앞길이 막막하고 한심하다니까. 그러니까 영식 씨도 사랑이니 연애니 다 때려치우고 혼자 살 궁리나 해.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구. (324~325)

이 소설을 보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모두 담으려 했구나 싶은 점 중의 하나가 이 문장이다. 청년 실업, 주택 마련, 결혼과 출산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젊은 층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다. 안정된 직업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안정된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집값 폭등으로 더욱 어려워졌다. 

부모를 잘 만난 소수의 청년들을 제외하고 많은 청년들이 공유하는 생각을 등장인물을 통해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도 막막하겠다 싶다. 연애와 결혼보다도 당장 생존이 급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해야 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적기다. 지금이라도 청년들이 기본 생활이 가능한 경제적 지원과 과감한 주거 안정을 지원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2권에서 이어진다. 


독서습관 855_황금종이 1_조정래_2024_해냄출판사(240323)


■ 저자: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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