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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56]황금종이 2_한지섭의 농장 방문 대화와 돈의 노예로 죽어간 동창 박현규

by bandiburi 2024. 3. 23.

소설 <황금종이> 2권에 대한 포스팅이다. 2권에서는 주인공 이태하가 한진섭이 농사를 지으며 애플망고를 수확하는 광양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많다. 돈에 대한 사건들이 긴박하게 이어지던 1권보다는 사회 비판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면 다소 속도감이 무뎌진다. 

이태하의 동창이던 박현규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다시 한 번 돈의 노예인 인간에 대한 실존과 부조리를 생각하게 한다. 

돈처럼 좋은 게 없지만, 돈처럼 나쁜 것도 없어. 아이구, 그 원수 놈의 돈! (17)

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하지만 돈으로 인해 찾아오는 인간적 갈등과 사고와 같은 불행을 보면 차라리 돈이 없는 편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태하와 같이 돈 앞에서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절제가 필요하다.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교제하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돈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하다. 

홀로된 부모의 외로운 인생을 거의 다 외면해 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세상 풍조가 되어버렸다.(58)

지방에 계신 장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30년 이상을 살고 계신 연립주택에 9세대가 살고 있다. 대부분이 이사를 가거나 돌아가시고 두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처갓집밖에 없다고 하신다. 노부모들이 살고 있을 때는 가끔 자식들이 들리고 이웃 간에 왕래도 하며 재미있게 지냈는데 요즘은 외롭다고 하신다. 

부부가 80세가 넘도록 함께 하시니 행복한 일이다. 더욱 자주 연락드려야겠다. 부득이하게 수도권과 지방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입장에서 자주 생각해보면 좋겠다. 소설 속에서처럼 부모의 재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치사랑'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누구나 늙어간다. 자식은 부모를 보며 산다. 

정경유착, 경언유착, 경법유착, 권경유착이 상시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니 권력이 바뀔 때마다 '경제개혁, 재벌개혁' 구호를 요란하게 떠들어대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물쭈물 용두사미가 되고는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 진경을 언론에 몸담으면서 점점 명료하게 보게 되면서 실망이 절망으로, 절망이 완전한 좌절에 이르게 됩니다. (94)

법은 공평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달라진다. 인간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가장 큰 것은 돈의 힘이다.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에서 상속을 위해 일어났던 일련의 과정을 국민 대부분을 알고 있다. 법의 심판은 재벌의 편이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소설 속에서 정의로운 기자 민노진 기자의 말을 통해 저자도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재벌이 기여한 바가 있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능력이 3세, 4세들에게도 이어졌을까.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기에 충분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세들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잘할 수 있는 전문경영자에게 넘겨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이를 왜 묵인할까.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무능한 후계자로 인해 기업과 함께 그곳에 종사하는 수많은 직원들도 피해를 본다. 

법의 공평이 돈 앞에서 휘어져서는 안된다. 

(...) 나라가 금하는 천주교를 믿어 강진으로 귀양을 가야 했던 정약용의 호가 왜 다산(茶山)인지, 그가 마신 차 찌꺼기가 산을 이를 정도로 녹차를 대준 것이 누구인지, 한국 사찰의 차 전통을 부활시킨 해남 대흥사의 초의 선사는 왜 다산에게 유배 18년의 긴 세월 동안 녹차가 산을 이루도록 그 많은 차를 대주었던 것인지, 다산 정약용과 초의 선사와 추사 김정희로 이어지는 인간관계는 어떤 필연성이 있는지를 세세하게 일깨워주었다. (129)

다산 정약용의 호가 왜 다산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데 소설에 언급되어 '다산연구소'에 들어가 찾아봤다. 유배지였던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귤동 마을의 뒷산을 다산이라 했는데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정약용을 '다산'이라고 부르다 보니 호가 되었다고 한다. 

그저 '이익 창출'이라는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재벌 기업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 시장이 되자마자 실용성을 내세워 전부터 내려왔던 '고도 제한'을 풀어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몰상식한 처사에 아파트 업자들은 만만세를 불렀고, 시민들은 무관심하고 무신경하게 세월을 보내고 말았다. (133)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민의 거주환경을 위해 제한하고 있는 것을 관련 업자들의 이권과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풀어주는 몰상식에 대한 비판이다. 국민의 힘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도록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림으로서 대한민국의 국력이 쇄하고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부모도 자식도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편안하게 살려고 한다. 그렇게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하며 산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건전한 노력으로 자신의 부를 일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국력을 모아야 한다. 2024년에 또다시 고도제한을 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I와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며 세계적인 기업들의 움직임이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부동산이다. 미래가 암담하지 않은가. 

해방이 되어 이승만이 귀국했습니다. 그런데 뒤따라 제2의 박용만이 중국에서 귀국했습니다. 그 거물의 독립운동가가 누구일까요?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였습니다. 이승만과 김구는 만나자마자 바로 반목이 시작됐습니다. 이승만은 미국의 힘을 업은 사람이었고, 한반도 38선 이남을 장악한 미군정은 중국에서 독립투쟁한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요인들도 임시정부 직책을 버리고 '개인 자격'으로 입국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 임시정부 전면 부정은 자기네 뜻에 맞는 정부를 세우겠다는 미국의 노골적인 선언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승만과 김구의 운명적 정치 숙적 관계의 표출이기도 했습니다. (165)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그가 살아온 삶과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했던 행동,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내렸던 결정들이 있다. 이미 역사적으로 옳고 그름이 판단된 사건들이다. 이런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판단해야지 왜곡된 사실을 가지고 과도하게 찬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가 보기에 우리의 현대사에서 박태준 회장님은 참으로 걸출하신 분입니다. 첫 번째 빗나간 시운은 박정희 대통령이 10월유신을 하지 말고 3선까지만 마치고 그분에게 대권을 넘겨야 했던 것입니다. 두 번째 빗나간 시운은 노태우 대통령이 차기 후보로 김영삼이 아닌 박태준을 선택해야 했던 겁니다. 그 두 번의 시운이 빗나가면서 박 회장님 개인적으로 치명적 불운에 빠졌고, 국가적으로 엄청난 퇴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 그분이 나라를 맡았더라면 IMF 사태가 안 왔고, 그랬으면 수십 년 동안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야기되지 않았고, 이 나라는 벌써 10여 년 전에 1인당 GDP 5만 불을 돌파한 선진국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분만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립니다. (170~171)

포스코의 초기 회장인 박태준 씨에 대한 극찬의 내용이다. 박태준이라면 경제인으로 기억되지 정치인으로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저자 조정래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 한지섭이 말한다. 박태준이 차라리 대통령이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훨씬 선진국에 빨리 입성했을 것이라며 가슴이 쓰리다고 한다. 

박태준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동한다. 왜 현대사에서 그가 남긴 족적은 포스코뿐일까. 정치적으로 기여를 하려 했을 때 그가 마주친 장벽은 무엇이었을까 등 많은 점이 궁금해진다. 

결국 박현규의 길은 모든 사람이 갈 수밖에 없는 길이고, 돈을 만들어낸 인간은 영원히 돈에 지배당하는 돈의 노예일 뿐인 것이었다. 인간의 본능들 중에서 탐욕을 도려낼 수 없고, 인간의 생활에서 돈을 없앨 수 없으니까. (269)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박현규는 딸의 선택을 두둔하다 쓰러져 죽음에 이른다. 딸은 사귀던 남자친구의 부친이 퇴직 후 사업을 하다 망해 전세를 전전하게 되자 수천 억대의 부유한 부모를 둔 새로운 남자친구로 갈아탄다. 전 남자친구는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분노하며 여자친구인 박현규의 딸을 살해하고 자살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소설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부분이다. 

사람이 앞에 있을 때 돈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돈이 앞에 있을 때 사람은 교환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선택한 결과는 탐욕이 탐욕을 낳게 된다. 

소설 <황금종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돈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람이 먼저다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습관 856_황금종이 2_조정래_2024_해냄출판사(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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