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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54]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_사랑으로 기억은 지속된다

by bandiburi 2024. 3. 21.

한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든 애지중지했던 자식이든 끝내 악연이 되고만 부부 사이든 한집에서 살던 반려동물이든, 거기에 사랑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기억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택시'라는 공간에서 생겨나는 판타지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295)

회사 인트라넷을 통해 우연히 접하게 된 제목도 특이한 <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라는 가토 겐의 소설을 읽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연, 어릴 적 친구에 대한 추억, 악연으로 끝난 부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편의 삶 등이 등장한다. 

택시를 이용하는 유령 손님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었다는 것. 억울하게 죽은 주인의 복수를 꿈꾸는 고양이에겐 주인 사나다가 유일한 가족이었고(제1장 사나다), 기무라의 어릴 적 친구였던 다도코로에게는 그를 무척 사랑했던 부모가 있었다(제2장 다도코로). 끔찍한 치정극의 당사자였던 히사요와 오가와는 부부였으며(제3장 오가와도 전통 과자점), 도시락 가게 '커스터드'의 주인인 기쓰가 택시에 탈 때마다 늘 보조석에 동승하는 여자 유령은 그의 죽은 아내다(제4장 기쓰 씨와 일행들). 유령 손님들이 택시에 무임승차하며 자신이 살았던 동네와 가족의 곁을 맴돈다. 어째서 그들은 좀처럼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292)

서로 다른 사연들을 이어주는 것은 택시다. 택시 기사 기무라는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설정이 처음에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1장을 읽고 나서야 독자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2장, 3장으로 이어지며 택시 기사의 입장에서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내용 속에서 실존 인물과, 이미 죽은 인물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된다. 

살아있는 사람한테는 잊어버리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아프고 괴롭기만 한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건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니까. 추억은 옅어지다가 결국 너그러워지지. 그렇지 않다면 살아갈 수 없어. (140)

다 지난 일이지만 사랑이라는 요괴는 심술쟁이네요. (221~222)

이 소설은 요괴, 죽음, 유령 등이 등장하는 판타지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가족들의 상황이다. 죽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에서 희미해지지만 가족이었던 구성원과의 추억은 영원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소환해서 기억을 음미할 수 있다. 

사고는 정말이지 견딜 재간이 없더군요.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버리니까요. (259)

저자는 유령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독자에게 살아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금은 집중해야 하는 소설의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독서습관 854_로터스 택시에는 특별한 손님이 탑니다_가토 겐_2023_필름(240323)


■ 저자: 가토 겐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랐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중퇴했다. 현재 일본추리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9년 <산으로 사라진 여인들의 기록>으로 제4회 현대장편소설 신인상을 수상하여 작가로 데뷔했다. 

모리오카의 사와야 서점이 주최하는 '사와야 베스트'에 <울며 부른 사람>이 1위로 선정되었으며, 2011년에 출판된 <아내의 유언>은 서점직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주요 작품으로 <뱀의 도행>, <와타누키 식당 이야기>, <히카게 여관으로 오세요>, <미안해> 등이 있다. 서투르면서도 따스한 인정이 넘치는 이야기로 세대를 아우르는 수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여기는 커스터드, 특별한 도시락을 팝니다>로 알려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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