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1일 회사 정책으로 수도권에 있는 가족들을 떠나 포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수백 명의 직원이 함께 이동하는 큰 소동이었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 혼자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는 주말마다 포항에서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포항으로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점이 억울하기도 했다. 주중에는 업무를 통해 나의 시간을 돈으로 보상받지만 주말에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보상받지 못하는 부분이다.
2019년 5월 주말부부 3개월이 되었을 때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찾아 읽어봤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고, 육체적으로 아프기라도 하면 더욱 고단한 시간이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526
회사에서도 금전적인 지원과 주말버스에 대한 무상 지원 등 직원들을 위해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포항시 인구가 50만을 사수하기 위해 직원들이 희생양이 된 정치적인 쇼였다고 생각된다. 매달 지급되는 급여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살고 있어 중단할 용기가 없어 불만을 마음속에 품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며 순응했다.
장점도 있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퇴근 후의 시간들, 주말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거나 포항으로 돌아오는 시간들은 책을 읽고 넷플릭스 영화를 보는 데 사용되었다. 영화도 많이 봤지만, 대부분은 책을 읽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포항으로 내려가기 직전에 시작한 블로그는 '독서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소감을 포스팅하는 횟수가 점차 증가했다.
과거에는 일주일에 책을 한 권만 읽어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2~3권은 기본이 되었다. 어쩌면 습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주어진 넘쳐나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잘 활용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블로그에 포스팅된 독서의 흔적이 남긴 숫자를 보면 흐뭇하다. 책에서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많이 만났다.
집에서도 책을 읽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가족들도 모두 받아들인다. 5년이란 주말부부의 기간에 세 자녀는 모두 성인이 되었다. 아이들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 자연스럽다.
2019년 2월 11일에 시작된 포항에서의 독거노인 생활이 2024년 2월 16일로 마무리되었다. 회사 숙소에서 4년을 보내고 시내 원룸에서 1년을 보냈다. 퇴근하면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방으로 돌아가기가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 아침에 나올 때의 모습 그대로의 방이 무척 낯설었다.
집에는 와이파이를 일부러 연결하지 않았고, 스마트폰의 데이터도 1.5G로 적게 유지했기에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평일에 볼 수 없었다. 일부러 보지 않았다. 대신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5년 동안 700권의 책을 읽었다.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 지금도 늘 가방에는 책이 들어있어 여유가 생기면 책을 본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충만감을 위해서다.
다시 정상적으로 가족과 일상을 함께 한다.
매 순간이 행복하다.
출근할 때도, 퇴근할 때도 가족이 늘 옆에 있다.
스스로 수고했다고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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