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현재 103세인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는 저자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전하고 있다. 특히 은퇴나 퇴직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을 담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며 이 분이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인생을 볼 수 있다.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원한다. 삶의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인생을 원한다. 그러면 이 책을 통해 저자의 통찰을 배워보면 좋겠다.
다음은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간단한 소감을 정리했다.
경제적 중산층이 확립된 나라에는 범죄율이 낮다고 말한다. 돈과 재물에 대한 유혹이 적기 때문이다. 가난한 국민이 많거나 빈부의 격차가 심한 사회에서는 경제적 범죄와 사회악이 더 심해진다. 우리나라도 중산층이 80%를 차지하게 되면 경제적 범죄와 사회악이 감소될 것이다. (28)
대한민국의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고 출생률은 감소하며 인구 구조가 활력을 잃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가 경제규모가 축소되며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 중산층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불안정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중산층의 개념은 중위소득의 50% ~ 150%를 의미한다. 2021년 가처분소득기준으로 61%라고 한다. 하지만 OECD 기준은 중위소득의 75%~200%를 중산층이라고 한다. OECD 기준으로는 더 낮은 수준이다. 김형석 교수가 희망하는 중산층 80%는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90이 넘었는데도 신체와 정신 상태가 모두 건강한 사람은 많지 못하다. 또 건강하더라도 가족 간의 애정은 두터우나 가정과 이웃에 대해 도움을 주거나 생산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따라서 그렇게 오래 사는 것보다는 적당한 장수가 더 바람직스럽다고 생각했을 것 같기도 하다. (39~40)
인생의 나이는 길이보다 의미와 내용에서 평가되는 것이다. 누가 오래 살았는가를 묻기보다는 무엇을 남겨주었는가를 묻는 것이 역사이다. (181)
노후에는 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 그 일을 미리부터 준비해두자는 생각이다. 노후를 위해 경제적 준비를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일을 준비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262~263)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60세 이전의 삶의 모습이 온전히 노년의 삶에 흔적을 남기기에 다양한 형태의 질병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가정이나 이웃 사회에 도움을 주는 등 생산적인 노년 생활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심신이 건강하더라도 자신의 삶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 인생이 중요하다.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노년은 죽음을 향한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 하기에 적당한 장수가 차라리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시아와 한국의 여러분들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더 내려갈 곳이 없다. 위로 올라갈 길만이 주어져 있다. 그 높은 희망과 가능성이 곧 행복인 것이다. 불평과 원망스러운 마음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과 용기를 갖고 새 출발을 해주길 바란다. (48)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상관없이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해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다. 현재는 만만치 않은 곤란이 눈앞을 가리고 있다. 희망의 서광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고민과 도전 가운데 올라갈 희망과 그 뒤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좌충우돌 도전 과정은 훌륭한 이야기로 남는다.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열린 마음과 섬기려는 뜻이 있는 사람은 가정의 더 큰 의무와 책임을 깨닫기 때문에 가정적 불행과 고통을 극복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자녀들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부부는 그 자녀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 때문에도 남편과 아내의 도리를 저버릴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이다. (89)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 양육에 대한 멋진 조언이다.
낮은 성적으로 입학했더라도 대학에 가서는 최선을 다하는 공부벌레가 되기를 원했다. 고등학교까지는 기억력에 호소하는 기초지식을 습득하면 되나 대학에 와서는 사고력을 키워야 하고 사고력은 배워서 깨닫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113)
고등학교에서 대학입학을 위해 매진하는 공부는 문제풀이를 위한 단순반복과 기억력에 의존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진정한 배움이란 대학교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스스로 학과와 과목을 선택하고 시간을 배분한다. 미래를 위해 늘 고민하고 생각하며 사고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기억력과 사고력으로 요약한 배움의 과정이 명쾌하다. 대학생인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문구다.
나는 지금도 성공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유명해지기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는 인생이 더 귀하다고 믿는다. (115)
김형석 교수는 계속해서 사회에 대한 기여를 언급한다. 결국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주변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려는 사람들의 말로가 좋지 않은 이유다. 인간이 짐승과 같이 이웃을 죽이고 나만 살자는 태도는 장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늘 이웃을 사랑하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길이 장수의 필요조건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조선왕조 500년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온 것은 유학인데, 유학 중에서도 주자학 같은 형식논리를 추구하는 동안에 흑백논리가 민족적 전통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랬을 것이다. (155)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군사독재 시절을 경험하며 우리 사회에는 형식에 얽매이는 습관과 상명하복의 문화가 잔존한다. 건설적인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건전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 사회문화적 잔재들이다. 다행히 과거의 불합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이 주력이 되며 과거의 유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요사이 우리 주변에서는 소통이 단절된 사회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은 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과 내 생각이 같으면 대화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생각이 다를 때는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그러고는 내 생각을 말한다. 그 내용이 다를 때는 어느 주장이 더 많은 사람과 미래에 도움이 되겠는가를 찾아야 한다. (161)
대화는 나와 너의 주장과 사고에서 차이점을 찾게 된다. 공통점은 서로 인정하면 된다. 차이점이 발견되었을 때는 더 높은 객관적 가치와 해답을 얻을 수 없겠는가 모색한다. 소망스러운 객관적 해답이 주어지면 그 해답을 위한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192~193)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국민의 삶을 나아지도록 하는 일이 정치라고도 한다. 그래서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소위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소통이 아니라 서로를 비난하고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는 불통의 사례들이 많다. 국가와 미래를 위해 서로 소통하며 최선의 안을 찾아가는 정치를 기대한다.
그런 과거를 이어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더 지체하지 말고 한 가지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난날들을 보내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도 좋고, 취미와 소질이 있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타고난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성에 붙잡혀 그 취미와 개성을 묻어두고 마는 때가 있다. (166)
지금도 우리 사회는 너무 일찍 성장을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60대라고 해도 공부하지 않고 일을 포기하면 녹스는 기계와 같아서 노쇠하게 된다. 차라리 60대가 되어서도 진지하게 공부하며 일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실한 노력과 도전을 포기한다면 그는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된다. (241)
나 자신도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뒤늦게 발견한 인생의 교훈이 있다. 인생에서 50에서 80까지는 단절되지 않은 한 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50부터는 80이 되었을 때 나는 적어도 이러한 삶의 조각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준비와 계획과 신념과 꾸준한 용기를 갖고, 제2의 마라톤을 달리는 각오로 재출발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242)
50세가 넘었다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포기하지 말고 취미와 소질을 계발하라는 100세 철학자의 조언이다. 50세, 60세가 넘어도 여전히 건강한 은퇴자들이 많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공부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철학자는 "죽음이 내 삶 속에 둥지를 틀고 있을 뿐 아니라 손님이 나를 찾아 마중 나오듯이 다가오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공간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그 죽음의 시간이 찾아오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179)
인간은 결국 한 번 태어나고,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자신의 인생을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할 때 철학자가 된다. 사춘기 청소년처럼 천방지축으로 살다가도 질병이나 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가본 사람들은 현실을 깨닫게 된다. 현명한 인생이란 늘 죽음을 기억하며 현재를 꼭꼭 채워서 사는 삶이다. 그래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라틴어 즉,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말이 필요한 이유다.
종교계와 정치계에 선입관념과 고정관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정신적 지도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믿는 사람들, 자기가 믿는 신앙적 가치를 절대화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194)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는 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지만,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 특히 그 분야의 리더층들이 잘못된 신념이나 이데올로기에 빠졌을 때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이를 절대적인 가치로 인정하며 객관적인 시야를 잃어버린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노년의 시기에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선입관과 고정과념을 벗어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발전해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돈과 경제에 관한 관념이 그렇게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한국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만일 더 많은 재정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사회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환원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 베푸는 보람을 깨닫고 실천하는 동안에 개인과 사회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가는 것이다. (199)
저자는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의 돈과 경제에 대한 원초적인 욕망을 지적한다. 국회의원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면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 혹은 자신의 주변인들을 위해 권한을 이용하겠다'라는 사람들이 과반수다. 이런 인물들밖에 추천할 사람이 없다면 그 또한 우리의 비극이다.
자신의 부와 권한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환원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소개되고 국민들의 응원을 받는 분위기를 원한다. 언론에서도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조장하고, 재벌과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건전한 비판과 미담을 균형 있게 보여주면 좋겠다. 대부분의 언론사주들의 현황을 볼 때 요원한 일로 보인다.
내 소원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이 국민들의 세금을 내 재산같이 아껴서 가난한 국민들을 위해 쓰는 때가 오는 것이다. 그러면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낼 것이다. (223)
일부 검사들의 특활비 사용 실태를 보여주는 방송을 봤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위해 몇 백억 원의 세금을 사용했지만 국가를 위한 실적이 빈곤한 현실을 본다. 모두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다. 공직자들이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비록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그 세금이 삶에서 체감할 수 있고, 노후가 보장되고, 자식들의 대학교육까지 보장된다면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국민들의 삶의 안정을 위한 곳보다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불공평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세금에 대한 저항이 있다.
독서습관 823_백년을 살아보니_김형석_2019_알피스페이스(240103)
■ 저자: 김형석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나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에서 30여 년간 후학을 길렀고, 미국 시카고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철학계 1세대 교육자'로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초대 회장을 지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97세의 나이에도 활발한 저서 활동과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철학계의 거두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저서로 <현대인의 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예수> 등이 있다. 특히 1960 - 1970년대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는데, 당시 피천득의 뒤를 이은 수필계의 대표적인 저서로 한 해 60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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