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책읽기>라는 제목에 끌려 저자 소개란을 보니 이토츠 상사 회장까지 지낸 니와 우이치로라는 인물이 지은 책이다. 이전에 '니와 우이치로'라는 인물에 대해 들어볼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독서에 대한 예찬론이 담긴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책을 왜 읽어야 하며, 독서를 통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구체적인 저자의 체험을 담아 설명하고 있다.
2018년부터 늦깍이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만 6년 동안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직접 느낀 바가 있어 저자가 책에서 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상당 부분 마음에 와닿았다.
아래에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함께 소감을 포스팅한다.
'책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게 나타난 까닭은 어릴 때부터 놀이도 공부도 학습도 부모나 주위 사람이 좋다며 제공해 주는 환경에서만 성장한 사람이 많은 현실을 증명해 주는 결과입니다. 다른 사람이 부여한 환경에서만 살아가다 보면, '자기 머리'로 생각할 수 없게 됩니다. (10)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들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동영상을 보면서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된다. 수동적으로 제공되는 영상으로 우리의 뇌는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가 감소한다. 자기의 삶을 스스로 고민하고 만들어 가기보다 타인의 결정에 의존한다. 극단적인 경우일 수도 있지만 책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들이 하는 변명의 위험성을 저자는 지적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 정보의 질은 어떠한가?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정보가 흘러넘치는 요즘 시대에는 한층 더 접하는 정보를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평소부터 상식적인 판단과 정보 해독력을 연마해두어야 합니다. (30)
수많은 정보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인터넷에서 부유하는 상당한 정보들이 쓰레기와 같은 질이 낮은 것들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판단력과 정보 해독력을 높이기 위해서 독서가 필요하다.
독서는 현실 세계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4,000년 전의 고대 중국으로 날아가 황하 문명을 접할 수도 있고, 고대 그리스로 가서 소크라테스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책을 읽으며 체험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56~57)
6년 동안 다양한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된 것이 바로 독서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양한 저자를 만나고, 여러 국가를 탐험하며,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주제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상식의 확장을 경험하게 되었다.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기술하고자 했던 내용은 부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긍정하면서도 그것이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제동을 걸어주는 도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부의 추구와 덕의 추구는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며, 인간의 내면에서 균형 있게 잘 공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60)
내가 책을 살 때의 기준은 '차례'입니다. (...) 차례를 보면 어떤 내용이고 어떤 구성으로 전개하려는지 거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저자의 윤리적 사고가 대체적으로 보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큰 틀을 파악해 두면, 이해하기 쉽고 읽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70)
과거에는 책을 사서 봤다. 하지만 한 번 읽고 책장에 두고는 다시 읽는 경우가 드물었다. 장소만 차지한다는 생각에 요즘은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편이다. 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책을 볼 때 주로 저자소개를 먼저 보고 목차는 대충 훑어보는 편이다. 하지만 니와 우치히로는 목차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읽을 지에 대한 결정을 한다고 하는데 다음에는 나도 적용해 볼 부분이다.
간단한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머릿속에서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84)
어떤 책은 읽기는 하지만 저자의 의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억지로 꾸역꾸역 읽어내지만 왜 읽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책들이 있다. 도대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라는 거지? 니와 우치히로는 이런 경우 책의 저자의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어려운 철학에 대한 것도 저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거다.
인터넷 정보는 주간지보다 훨씬 더 단편적인 토막 정보뿐입니다. '이성의 피'를 자극하는 부분이 주간지보다도 훨씬 적습니다. (97)
저자는 독서를 통해 '이성의 피'를 활성화하고 '동물의 피'를 억제할 것을 조언한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뉴스는 빠르게 왔다가 사라진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질 틈이 없이 우리의 눈을 스쳐 지나간다. 파편적인 뉴스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해야 한다. 책을 읽고, 선별된 언론기사를 봐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에서나 인생에서나 정답이 있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때그때 찾아내어 행동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그때 좋은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사고하는 힘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102~103)
독서력을 통해 우리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행동할 때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더 많은 옵션들을 고려할 수 있다.
골프는 최종적으로는 몸으로 익히는 운동이지만, 주의해야 할 포인트를 머릿속에 확실하게 넣어두지 않으면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습으로 몸에 익히지 않고, 일단은 이론부터 머릿속에 채워 넣기로 한 것입니다. 이 발상의 전환은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 책을 열 권쯤 읽었을 때,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17)
저자가 직접 체험한 골프 실력 향상 방법이다. 아무리 연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골프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습할 때 훨씬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다.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정확하게 보답한다는 말을 했다. 그들의 말도 맞겠지만, 니와 우이치로가 실천한 것처럼 조금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이론서를 통해 머릿속에 주의할 부분을 숙지하고 나서 연습한다. 싱글까지도 도달했다니 대단하다.
간디는 인간이 성장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① 신체 단련, ② 지식 단련, ③ 정신 단련을 꼽았습니다. (122)
시각장애가 있는데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씨(1988~)를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연주회 직후라 "그토록 열연했으니 피곤하겠어요"라고 물었더니 "아뇨,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즐거우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연습이든 본무대든 쓰지이 씨에게는 피아노를 치는 행위 자체가 한없이 즐거운 것입니다. (125)
아무리 노력해도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쓰지이 노부유키와 같이 우리가 하는 일을 한없이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인생이 즐겁고 성과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므로 그것을 습관화하면 다양한 사람을 매일 만나게 되는 셈입니다. 그것이 몇십 년간 계속되면 엄청난 인원수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깊이 있는 대화도 무수히 생기겠지요. (129)
6년 동안 80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다양한 저자들과 대화했다. 그 대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일부는 깊어지기도 했다. 자랑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책을 읽을수록 자신의 부족함이 더욱 드러나기에 더 읽게 된다. 앞으로 만날 다양한 주인공들이 기대된다.
집을 구할 때는 독서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 위해 일부러 전철 종착역이 있는 교외를 선택했습니다. (131)
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늘 책을 읽는다.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면 거리를 망각할 경우도 있다. 그래도 저자가 독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출퇴근 장소를 멀리 잡았다는 사실은 독자를 충분히 놀라게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류의 책이든 많이 읽다 보면, 반드시 다양한 호기심의 씨앗들이 마음속에 싹틉니다. 그리고 그 씨앗들의 싹이 자라서 지금까지 익숙지 않았던 부류의 책에도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독서의 폭이 넓어지고, 읽는 책의 수준도 올라갑니다. 독해력이 향상되어 읽는 속도도 빨라지겠죠. 자기가 선택한 책의 질을 간파해 내는 안목도 날카로워집니다. (142)
6년 동안 읽었던 책들을 되돌아보면 하나의 책에서 언급되거나 소개된 책들이다. 혹은 새롭게 알게 된 저자를 더 깊이 알고 싶어 저자에 대한 책을 읽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저자가 언급하듯이 다양한 분야로 호기심이 확장된다. 호기심의 씨앗들이 불쑥불쑥 싹튼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책에서 우연히 읽은 글이 마음속에 남아서 어떤 행동을 할 때 불현듯 떠오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삼국시대의 영웅호걸 유비가 임종 직전에 아들에게 했던 ' 勿以善小而不爲之 勿以惡小而爲之'라는 말은 내가 일에 임할 때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 글귀입니다. 아무리 작은 선이라도 그것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며,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그것을 해서는 안 된다. (162~163)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명심하면 좋은 문장이다. 옳지 않다고 알지만 작은 일이기에 저지르기 쉽고, 옳은 일이지만 작아 보이기에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로 행동하기 힘들기에 이런 문장이 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에 언급되고 까닭일 것이다.
나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것은 하늘이 내게 부여한 시련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힘과 지혜가 솟아납니다. 생각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떠오릅니다. (...) 그런 원천이 되는 것이 독서와 경험입니다. (178)
책에서 접한 글귀와 실제 체험은 서로 캐치볼을 하면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셈입니다. 요컨대 책을 읽고 마음에 새긴 내용은 언젠가 반드시 삶의 태도에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185)
한 권의 책 속에서 하나의 문장이라도 독자의 삶에 영향을 준다면 성공이다. 여러 책에서 얻은 내용이 삶에 반영되고, 삶의 태도가 변하면 결국에는 인생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한다. 독서의 힘이다.
인간은 결국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시간을 들여 주름을 많이 만들어온 사람은 주름의 숫자만큼 보다 깊이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주름을 늘리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쁨입니다. (185~186)
얼굴의 주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과 독서를 통해 마음의 주름을 많이 늘려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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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자로 <우리 시대의 기질 The Temper of Our Time>을 저술한 에릭 호퍼(1902~1983)는 항만 노동자로 일하면서 사색을 거듭하고 그 성과를 여러 책으로 써냈습니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모든 것을 독학으로 배웠고, 훗날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대학교수가 되어서도 항만 노동자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했다고 합니다. (191)
에릭 호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알아보는 시간이 없었다. 항만 노동자로 살며, 독학으로 교수까지 했다는 비범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에 대한 호기심으로 도서관에서 그의 저서들을 찾아 찜해두었다.
부자가 되어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다, 그거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일이 본래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194)
'세렌디피티 serendipity'라는 말이 있습니다. 멋진 우연을 만나거나 뜻밖의 행운을 발견한다는 의미를 가진 말인데,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이런 세렌디피티가 일어나기 쉬워집니다. 세렌디피티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식견이 높아지면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고 일컬어집니다. 독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세렌디피티를 불러들이기가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요? (197)
우리는 늘 세렌디피티를 바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사회에 나가면 자네의 입장은 자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남이 결정해. 그러니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아."(204)
독서습관 822_죽을 때까지 책읽기_니와 우이치로_2019_소소의책(231231)
■ 저자: 니와 우이치로
일본의 유명 기업가이자 전 외교관, 공익사단법인 일중우호협회 회장. 1939년 아이치 현에서 태어나 나고야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이토추 상사에 입사했다. 1998년 사장으로 취임, 1999년에 약 4,000억 엔의 불량채권을 일괄 처리하면서도 이듬해 결산에서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4년에는 이토추 상사의 회장으로 추대되었고 내각부 경제재정자문회의 의원, 지방분권 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일본우정주식회사 이사, 유엔 세계식량계획협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2010년 민간인 출신 최초로 주중 일본대사에 발탁되었다. 현재 와세다 대학 특명교수이자 이토추 상사 명예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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