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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06]오독의 즐거움_다양한 책과 저자의 관점으로 상식을 확장하는 시간

by bandiburi 2023. 11. 25.

<오독의 즐거움>은 다양한 책을 네 가지로 분류하여 저자의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다.

매주 책에 대한 소감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있는 입장에서 저자의 글은 많은 메시지를 전해준다. 읽기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게 책의 내용을 요약했다. 그리고 저자가 소화해서 내놓는 글도 피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깊이가 있다. 또한 용어의 선택도 부러웠다. 

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와 같이 저자 남궁민의 생각이 담긴 여러 책이 소개된다.

일부 책은 이미 읽었지만 나와는 다른 저자의 관점을 보게 된다. 호기심이 많아 이렇게 세상에 대한 통찰을 갖게 하는 책소개를 좋아한다. <오독의 즐거움>은 비록 '오독'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독자 나름의 시선으로 보고 소화하는 과정은 필수다. 그것이 오독일지라도.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에서부터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즐거운 독서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아래는 책의 내용에 대한 생각을 포스팅했다. 

1장 INSIGHT

우린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를 가리켜 '총체적 실패'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쩌면 많은 실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런 고난의 시기를 이례적으로 잘 넘은 걸지도 모른다. 세계의 노동 공급 증가로 낮은 물가를 유지했고,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 생산성도 높여왔다. 남들보다 숙제를 먼저 해치운 셈이다. (28)

우리가 가야할 길을 일본은 먼저 경험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성공적으로 숙제를 했다고 평한다. 그러면 국내외 환경이 일본보다 더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우리는 이제 숙제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일관되고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이 실행되지 않는 좌충우돌의 모습 속에 숙제를 검토할 시간마저 부족해 보인다. 

평론가라는 직업은 지나치게 좋거나 나쁘게 평가받는 대상을 분석해서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콧 갤러웨이는 비관과 낙관으로 점철된 빅테크에 대한 시각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고 있는 빅테크에 대한 무성한 소음에 피곤할 때, 그의 책은 믿고 읽을 만하다. (36)

스콧 갤러웨이 Scott Galloway (출처: flickr)

사진 속 보잘 것 없던 청년의 발밑에서 거대한 돈줄기가 분출하자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영화 <자이언트> 중에서). 20세기 초 돈벼락은 단연 석유였다. (42)

코끼리 곡선(Elephant Curve)'으로 유명한 브랑코 밀라노비치 Branko Milanovic 교수가 집필한 <홀로 선 자본주의>에서도 경쟁자 중국을 바라보는 경계심이 느껴진다. 책은 전 세계를 제패한 듯 했던 자본주의가 다시 분화돼 이제는 '미국식 자유자본주의'와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경쟁 구도가 됐다고 설명한다. (57)

127가지 질문에 대해 저자가 내놓은 답을 읽고 나면, 책의 메시지는 이렇게 다가온다. '중국은 세계 1등 경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봐야 미국인 소득의 4분의 1에 불과한 저소득 국가라고 지적한다. '경제 규모 1등'을 했다는 건 그저 중국이 인구가 많다는 뜻일 뿐이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전 세계 누구도 중국을 존경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69~70)

중국이 세계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했고, 조만간 미국의 GDP를 능가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의 한계를 지적하는 문장이다. 일인당 GDP로 보면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세계 시민으로서 존경받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이다. 신선한 문장이다.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여긴 모두가 1등 벼가 되는 길 밖에 없다. 니치가 없다. 하지만 개체의 대부분은 잡초다. 태어날 때부터 엘리트 벼가 아니란 얘기다. 우리는 작물이 아니다. 개인도 스타트업도 투자자도 잡초에 배울 게 많지만, 그보다 사회가 먼저 배워야 할 게 많다. (93)

경쟁에서 1등만 살아남기 용이한 우리 사회를 잡초를 빗대어 비판한다. 인간에게 선택된 소수의 작물이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수를 가리킨다면 나머지 대다수는 잡초와 같은 삶이다. 특히나 태어나보니 선택된 소수들에 대한 잡초의 반감은 크다. 자신의 노력도 없이 주어진 기득권이다. 잡초의 장점이 있다. 어디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때를 기다리는 잡초의 생존력을 우리도 가질 수 있다. 

이런 피통치자의 마음속에 CCTV를 다는 일을 아주 넓게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적어도 수천 년의 동아시아 역사에서 위력을 검증한 통치 수단이다. '충'과 '효'를 실천한 미담을 발굴하고 이런 원리를 담은 철학을 바탕으로 관리를 선발해 많은 이들이 자나 깨나 읊고 외우게 만들었다. 피통치자가 자발적으로 유순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신민이 되는 시스템의 기반을 소프트웨어에서 찾은 것이다. (98)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또는 사회에서 흡수한 유교 문화, 충과 효 등이 체제에 순응하는 시민이 되도록 하는 통치 방식의 일환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당연한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통치자의 입장에서 활용된 일종의 시스템 유지용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우리는 중국이 CCTV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한다는 사실에 격분한다. 하지만 우리도 보이지 않는 CCTV로 제어되는 피통치자였다. 

2장 MARKET

물론 책에는 청산과 엄벌보다 구제를 택한 3인방의 자기변호가 녹아 있다. 월가에 관대했던 건 비판 받을 수 있다. 다만, 평소에 아이를 엄하게 키우더라도 벼랑 끝에 있을 때 밀면 안 된다는 저자들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06)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미국이 결정한 방식에 대한 해명이다. 다른 길도 있었지만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하다. 

다행인 건 장삼이사에게도 해법은 있다. 엿보기가 문제라면 서로 엿볼 수 있는 모든 기업을 다 사면 된다. 인덱스 펀드다. 아니면 좀 더 직접적인 훔쳐보기가 가능한 산업군별로 사는 대안도 있다. 허무한 결론 같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다. (114~115)

버핏이 명시적으로 일반인에게 권한 투자 방법은 S&P500 인덱스 펀드 투자와 버크셔 헤서웨이 주식 매수뿐이다.(150)

워런 버핏의 견해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가장 안정적인 투자 방법은 S&P500 인덱스 펀드라고 한다. 나스닥과 S&P500 인덱스 펀드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 한국의 GDP 성장률을 봤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이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팀 우는 하나의 미래에 올인하는 국가대표 전략이 결코 미국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말한다. (119)

앞으로 로톡과 같은 플랫폼은 계속 기존 체제에 도전할 것이다. 면허 사업일수록 도전자는 먹을 게 많을 것이고, 파괴도 격렬할 수밖에 없다. 기득권은 법이나 권위로 맞설 것이고, 타다처럼 패배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그래도 기억할 건 하나다. '소비자의 신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130)

새로운 도전자는 끊임없이 기존의 시스템의 빈공간을 파고든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현실의 먹거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법과 권력으로 도전자를 물리치려 하겠지만 거대한 변화의 파도는 때론 도전자의 승리를 돕는다. 다만 '타다'의 경험은 많은 유사한 도전자들에게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꼭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흐름을 알아채고 신뢰를 쌓는 '신뢰 부자'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개업한 별점 5점짜리 맛집이 100년 노포를 이기는 게 현실이다. 1인 유튜버가 기자가 수백 명인 전문 매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평판이나 계정의 신뢰성은 그 사람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137)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이 축소되고 SNS의 영향력이 급성장했다. 말과 행동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유명한 유튜버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SNS는 공간적 제약을 넘어 맛집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세상의 변화에 대한 안테나를 조금은 펴고 있어야 할 당위성이다. 

배달의민족은 왜 시장을 독점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했을까? 그건 배달의민족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달 시장은 음식점과 라이더까지 모두 장악해야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라이더의 가치사슬에게 헤게모니를 가져오지 못했다. (143)

배달의민족이 코로나 시기에 배달음식 시장이 대세가 되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공급사슬을 분해했을 때 배달의민족은 공급사슬을 장악하지 못하고 일부분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독자들에게 신선한 사실을 전해준다. 

과거 레닌주의자였던 좌파 사회학자출신의 기인은 인간사회의 비합리성을 포착하고 여기에 돈을 걸어서 본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냈다. 그렇게 월가의 양복쟁이들을 무참히 박살 냈다. 헤지펀드의 창시자 앨프레드 윈슬로우 존스의 팩트풀한 무용담이다. (160)

좋은 트레이너도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영양학과 신체 구조에 대해 박식하다. 운동이 어떤 근육을 자극하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그냥 '닥치고 단백질'이 아니라 어떤 영양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가르친다. 헬스장에서 이런 현자를 만나면 혹시나 근육은 못 남겨도 평생 가져갈 건강 지식은 챙긴다. (164)

훌륭한 트레이너는 겉으로 보이는 신체보다 사람의 건강을 우선에 두고 코칭한다. 동일하게 건전한 투자전문가는 우리에게 개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한 투자방법을 안내한다. 

저자는 '좋은 주식'으로 패밀리 기업과 브랜드 중심의 소비재 기업, 독점력을 갖춘 기업을 콕 짚는다. '좋은 주식'에 해당할 기업의 실명을 정확하게 언급하는데, 원론적으로 빤한 얘기에 지친 독자들은 이런 족집게 화법을 원한다. (167)

  • 패밀리 기업 : 월마트, 로레알, 에스티로더, 허쉬, 로슈, LVMH, 에르메스
  • 브랜드 기업 : 나이키, 스타벅스 및 소비자향 SW기업
  • 독점적 기업 : 삼성전자 및 빅테크, 대형 제약사

디지털 머니는 중앙은행이 돈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자와 사용처, 꼬리표 달기까지 가능하다. 은행은 500여 년의 역사를 끝으로 그저 결제 창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빅테크가 만든 화폐는 민간 화폐와 국가권력이 다시 경쟁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184)

통화가 강하면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이후를 대비하겠다며 제조업을 키우려 해도 될 턱이 없다. 시민들이 고된 제조업 노동을 꺼리는 탓만은 아니다. 원유 값으로 들어온 외화가 흘러넘쳐서 환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열심히 만들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187)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원유를 팔아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이는 국가에서 왜 제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쉽게 버는 돈은 국민들에게 제조업에서 열심히 노동하려는 의지를 사라지게 만든다. 또한 통화가치의 절상으로 제조업 제품의 경쟁력을 낮춰 지속성장성을 훼손한다. 

3장. HEGEMONY

이 네트워크를 따라가다 보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가지는 네트워크가 중심인 런던에서 뻗어나가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영국은 노쇠한 사자가 된 지금도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군림하고 있다. (210)

우리가 기후위기를 맞은 원인이 '환경오염'이라는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마구 자원을 낭비한 결과다. 그러면 우리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도 그 비용을 제대로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전략적 위기와 경제적 의존, 환경오염 문제를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걸까. (220)

그 정점에 '도가니'가 있다. 모래에서 뽑은 실리콘을 일단 솥에 넣고 끓여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도가니가 중요하다. 엄청난 열을 견디는 건 기본이고 실로콘에 티끌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순수한 도가니가 필요하다. 그 원료가 바로 초고순도 석영이다. 이 귀하신 몸이 나는 곳이 또 미국에 있다고 한다. 책은 '스프루스 파인(Spruce Pine)'이라는 미국의 작은 동네에서 전 세계에 유통되는 이 도가니용 초고순도 석영을 거의 독점 판매한다고 말한다. (224)

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을 만들기 위한 장치가 도가니다. 도가니를 만드는 초고순도 석영이 중국이 아닌 미국의 한 동네가 주생산지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핵심원료를 생산하는 곳은 주로 중국이나 중국이 투자한 지역으로 이해한다. 일부 희귀 금속은 미국에서도 생산 가능하지만 환경오염이 심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도가니용 석영이 미국에서 주로 생산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장 큰 변화는 '공짜' 세계화가 끝나간다는 것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넘쳤던 젊은 피가 사라지고 세계가 늙어가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로 기존의 에너지 정책도 다시 써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알던 세계는 확실히 끝났다고 선언한다. (236)

저자는 여러 차례 한국의 약점을 꼬집었다. 가장 많은 수혜를 누린 세계화는 저물어 가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은 근대화 시점에 역사의 허리가 끊겼다. 그 바람에 정부 수립 이후의 역사가 '특수'가 아닌 '당연한' 세계라 생각한다. 이 독특한 세월이 끝나간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238)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가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 당국자들의 구체적인 미래 대비책은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다음 정권으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외에도 중국, 베트남 등 많은 개발도상국도 해당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공짜' 세계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아베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선로는 남아있다. 그도 앞서간 정치인이 깔아 둔 선로에서 일본을 끌고 간 한 등장인물에 그칠지도 모른다. 아베라는 '맥거핀'에 눈길을 뺏긴 사이에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243)

아베의 극우주의적 행보에 대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불만이 컸다. 불의의 총격으로 그는 사망했지만 아베의 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이어져온 길의 한 과정이었다는 점이 놀랍다. 일본과 가까워지려는 현 정부의 노력이 그런 일본의 우경화의 길을 잘 이해하고 진행하는 건지 우려된다. 

책은 한국에서도 팽배한 '직업 교육'에 대한 환상도 짚는다. 고도 경제에서 필요한 역량이란 '배우는 법'을 공부한 제너럴리스트다. 수리, 컴퓨터, 독해 등 보편적 역량이 중요하다. 직업 교육은 기능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수시로 산업 구조가 변하는 고도화한 경제에서는 적응하기 어렵다. (256)

한국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안한다. 단순히 기능을 가르치는 직업 교육은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는 고도화 경제에서는 한 순간에 사라질 위험이 크다. 단순한 기능을 배웠는데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어 더 이상 사용가치가 사라지면 그 사람은 새로운 기능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배우는 법을 아는 교육을 받은 사람은 늘 세상의 변화에 맞춰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다. 보편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제너럴리스트인가? 

태생적 딜레마를 극복하는 건 오랜 도광양회(韜光養晦)뿐인데 너무 빨리 일어섰다. 대만 침공으로 집권 정당성을 찾으려 할 수 있지만, 대만의 지형과 대비 수준을 고려하면 아프가니스탄보다 더한 수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의 조바심은 국가의 명운도, 본인의 안위도 모두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262)

도광양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뜻으로,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덩샤오핑 집권기 중국의 외교 방침을 일컫는다. 

빠르게 성장해 세계의 두 번째 경제 강국이 된 중국이 강력한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방침으로 발톱을 숨겼던 중국이 너무 빠르게 발톱을 드러내며 강자인 미국에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경쟁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미국, 경쟁자로 인정받으려는 중국의 암투가 이어지는 2023년 말이다. 

4장. HUMANITY

"노동자는 디플레적이고, 노인과 청소년은 인플레적이다." (...) 노동자는 소비하는 것보다 많이 생산한다. (...) 그러므로 노동자는 경제에서 소비보다 많은 생산을 해 물가를 낮춘다. 청소년과 노인은 그 반대의 역할을 하기에 물가 상승을 만드는 존재다. (310)

짧지만 경제를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선진국이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가 지켜지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할지 모르지만,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놓친 당연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당연한 모습도 먼저 발전한 선진국에서 '수입'하기 전까지 낯선 일이었다. (...) 그러나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우선해야 할 가치를 다른 가치와 함께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일이 잦다. 안전이나 건강,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 다른 실용적 가치 뒤로 밀려나곤 한다. 우리의 논의에서 아픔은 우선하지 않는다. 그보다 아프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감성팔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 (331~332)

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했지만 경제적 민주화는 갈수록 멀어져 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현주소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지 못한다.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는 지속되고 있지만 경영자의 책임은 여전히 멀다. 개인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 돈보다 뒤에 있다. 국민의 건강도 기업의 이익 앞에서 후순위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생하고 있지만 관련된 의사결정을 했던 기업과 공무원, 교수는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말뿐이고 정책을 결정하는 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다. 우리는 선진국으로 향하고자 하지만 기득권을 가진 자들을 저항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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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남궁민

컨설팅 회사에서 플랫폼, IT 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기업이나 사회 문제에 관한 글을 써왔다. 2018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했다. 현재는 컨설턴트로 일하며,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삼프로 TV <북언더스탠딩>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북언더스탠딩>을 통해 주목받지 못한 책들의 숨은 가치를 재발견해 구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절판된 책이 복간되거나 중고 가격이 수십만 원씩 뛰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는 이처럼 발굴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콘텐츠를 찾아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의 등장으로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절판된 명저, 고전 등 좋은 책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세태가 안타까웠다. 잊힌 명저에서 찾은 인사이트를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보로 만들어 전하고자 방송과 저술 활동을 하는 이유다. 그렇게 저자는 저평가된 것은 제 가치를 복원하고, 과대평가된 대상은 냉정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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