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 이어서 책의 후반부에서 발췌한 내용에 대한 생각을 포스팅한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가 건실한 농업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 주는 에세이들로서 이론에 가깝다면, 2부는 건실한 농부를 탐방하고 쓴 에세이들이 주를 이루는 실제라고 할 수 있으며, 3부는 건실한 먹거리를 따뜻하게 나누는 소설 장면들과 먹는 즐거움을 논하는 에세이를 담은 상상이라 할 수 있겠다. (311~312)
1부는 이론적인 저자의 생각을 글로 쓴 것이라 조금은 건조하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2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라서 다이내믹하다. 특히 찰리 피셔가 벌목을 할 때 모든 나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적당히 자란 나무나 병든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는 향후 10년 뒤를 위해 남겨두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3부는 웬델 베리의 작품들 중에서 음식과 관련된 부분을 모아 놓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던 과거의 마을 단위의 공동체가 떠올랐다. 아파트 중심의 단절된 도시인의 삶에 많이 부족한 것들이라서 더욱 따뜻하게 와닿았다.
산업농업은 사람을 기계로 대체해 버린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농업의 기능을 익혀 농작업을 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 지금 우리는 뱃살에다 유용한 잠재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저장해 두고 있는가? 그런 에너지가 의료비만이 아니라 다이어트나 약이나 운동기계에 쓰이는 비용의 형태로 우리에게 요구할 대가는 또 얼마인가? (105)
산업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산업화 시대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급여를 받으며 생활하는 도시인들도, 인간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하나의 기계처럼 간주된다.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육체적인 일을 하는 능력을 점차 잃어버렸다. 대신에 정체가 불명확한 먹거리를 즐기는 사이 뱃살은 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 과거의 삶의 선순환이 단절되고 뭔가 부족한 상태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돈이 일상을 마비시키고 인간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돈 만능주의적 사고로 몰고 간다. 깨어나야 한다.
규모의 경제는 기업이나 은행에 도움이 되었지, 농민이나 농촌에게는 도움이 된 게 아니었다. 규모의 경제는 강탈과 낭비의 경제였다. 목적한 바가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는 금권주의적 지배였다. (152)
랜시의 농장은 매년 같은 작물을 거의 같은 면적만큼만 재배하는데, 경제적인 요구 때문이 아니라, 그래야 같은 땅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오래 작물을 길러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69)
찰리가 바라는 바는 가능한 한 많은 나무를 골라내되, 숲이 나무를 길러 내는 능력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땅 주인과 벌목업자가 함께 적절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180)
고속도로를 지나다 보면 벌목한 산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산의 모든 나무를 제거하는 벌목 방식이다. 그래서 벌목이 이뤄진 산은 마치 머리를 짧게 깍은 것처럼 나무가 없고 검은흙이 군데군데 보인다. 새로운 나무가 자라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찰리와 같이 필요한 나무만 베어내는 방식이 훨씬 산에 좋다고 생각된다.
그는 관심을 쏟는 게 수지맞는 일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그래서 기계화된 '현대식' 농민들과는 전혀 다르게 살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그들처럼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맡아 초고속으로 작업하도록 내몰리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는 칼럼에서 '제때 한 일들"의 중요성에 대해 쓴 바 있다. 그는 그런 게 수지맞는 일이며, 이익을 떠나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199)
식물에도 동물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일이 수지맞는 일이고, 제때 한 일들이 중요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 시골에서 도시인들을 위해 하우스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 수확철에는 계속 자라는 채소를 적기에 출하하기 위해 새벽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아주 바쁜 생활을 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내몰리며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의 중요하다. 수지맞는 삶을 살아야지 일에 내몰리며 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삶이다.
먹거리 생산을 농민들의 경제적 이익과 분리해도 그만이라고 믿는 듯한 농업 산업주의자들의 태도는 역사적인 실패를 공연히 되풀이하는 일이다. (227)
늙은 남편이라 해도, 지금 내 기억 속에 있는 그이는 젊은 남자다. 죽은 남편이라 해도, 과거가 아니라 현재로 기억하고 있는 그이는 아직 내 사랑 속에 살아 있다. 죽음은 일종의 렌즈다. (295)
저자의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인데 아름다운 문장이라 인용했다.
그게 어디서 난 것인지, 어떻게 생산되어 미리 조리되었는지, 어떤 재료나 첨가물이나 잔류물이 들었는지도 당연히 모를 것이다.
식품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면밀하고 꾸준하게 알아보지 않는 이상 말이다. (300)
마트에서 구입하는 대부분의 가공식품의 현실이다. 조리되는 과정을 볼 수도 없고, 포장지에 표기된 첨가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과감하게 구입한다. 수많은 먹거리들이 그렇게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재배하고, 내가 요리하고, 조리과정을 알고 있는 먹거리들이다.
책임 있게 먹는다는 것은
이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규정하는 최선의 방법일지 모른다. (...) 다음과 같은 목록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304~305)
- 먹거리 생산에 가능한 한 참여한다. (...)
- 음식을 직접 조리한다. (...)
- 사야 할 먹거리의 원산지를 안 다음, 집에서 가장 가까이서 생산된 먹거리를 산다. (...)
- 가능한 한 지역의 농부나 텃밭 주인이나 과수원 주인과 직거래를 한다. (...)
- 자기 보호의 차원에서, 산업화된 먹거리 생산의 경제와 기술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배운다. (...)
- 가장 모범적인 농사나 텃밭 가꾸기와 관련된 것들을 배운다.
- 먹거리 종이 생기고 자라는 과정에 대해, 가능하면 직접적인 관찰이나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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