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걸리버 여행기>는 동화적 상상력과 환상이 풍부하게 드러나고 있다. 스위프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바라보는 현실을 달라 보이게 만든다. 현실은 더욱 작아지고 더욱 커지고 뒤집어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현실로 변화되기도 한다. 스위프트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 그동안 억눌리고 숨겨져 왔던 삶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375)
영국에서 살고 있는 야후들의 악덕에 가한 사회를,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이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367)
<걸리버 여행기>는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에 출간한 풍자소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린이용 소설로 인식되어 있다. 이번에 <걸리버 여행기>를 다시 읽으며 18세기 영국 사회를 풍자한 스위프트의 생각을 따라가려 노력했다. 결국은 아동용 문고본과는 달리 스위프트가 살던 당시 영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부조리를 소설의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몇 가지 면에서 책의 느낌을 포스팅한다.
첫째, 여행과 모험을 다루고 있다.
소설은 걸리버가 경험한 1699년부터 16년 7개월 동안의 여행기다. 작은 사람들의 나라인 '릴리퍼트', 큰 사람들의 나라인 '브롭딩낵',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 '라퓨타' 외, 마지막으로 말들의 나라 '휴이넘'으로 총 4부로 구성되었다. 걸리버가 각 나라를 여행하며 목숨이 위태롭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배우고 익숙해지며 모험을 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영국의 법률은 언제나 상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으며 오로지 벌을 주기 위해서만 시행된다고 내가 그들에게 이야기하자, 그들은 영국의 법률 집행에 대한 결함이라고 이야기하였다. (68)
그대의 나라에서는 온통 법을 악용하고 왜곡하며 회피하는 일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자들이 있으며, 이들에 의해 법이 가장 잘 설명되거나 해석되고 있으며 적용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려 주었습니다. 만들었을 당시에는 아주 좋았을 제도들이 그대의 나라에서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부패되어 완전히 희미해지거나 제멋대로 변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62)
그의 견해에 따르면, 곡식 한 줄기가 자라던 곳에 두 줄기를 자랄 수 있게 하고, 풀 한 줄기가 자라나는 곳에 풀 두 줄기를 자랄 수 있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욱 사람들을 위하고 조국에 봉사를 한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167)
둘째, 18세기 영국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걸리버가 네 개의 나라를 여행하고 그곳의 말을 익히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영국의 정치, 법률, 교육, 사회, 문화 등 여러 측면의 문제를 드러낸다. 특히 4부인 '말들의 나라'에서 인간의 모습이 야후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야후가 고상한 말들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충격적인 모습이다. 18세기 <걸리버 여행기>가 출간되었을 때 수많은 비판은 당연하게 보인다.
나는 사람들의 본성에 관하여 주인과 이야기를 하였다. 거짓말과 거짓 진술에 대해서도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매우 날카로운 판단을 하였던 주인도, 거짓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깨닫는 것에는 아주 힘들어하였다. (300)
주인은 몹시 놀라면서 의문에 찬 눈을 들고는 하였다. 그들의 언어에는 권력, 정부, 전쟁, 법률, 처벌 등의 많은 것들을 설명할 용어가 없었다. (305)
변호사들은 자신의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가장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에는 가장 비열한 말투를 사용한다. (313)
우리 나라의 야후들은 낭비벽과 욕심이 있기 때문에 저축하기에 충분한 돈을 가질 수는 없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만든 것을 즐긴다. (...)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은 비참하지 않을 수 없다. (314)
남자들의 사치와 무절제, 여자들의 허영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영국에서 생산되는 것들을 다른 나라에 보내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가 소비할 질병과 방탕과 죄악을 만드는 재료를 들여온다. (315)
정당들이 서로 격렬한 싸움을 할 때, 그것을 멈추기 위하여 그는 아주 멋진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각 정당에서 서로 백 명의 지도자들을 뽑는다. 그리고 머리의 크기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짝을 지어 놓는다. 그런 다음, 훌륭한 외과의사 두 사람에게 지도자들의 머리를 톱으로 자르도록 시킨다. 뇌가 거의 절반으로 나누어지도록 말이다. 이렇게 해서 잘라낸 머리를 반대편 정당의 사람에게 붙인다. (...) 정당 간의 싸움은 틀림없이 치료될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236)
부르는 사람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 하였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나는 지난 수백 년 동안 얼마나 인류가 타락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을 비교할 때, 진심으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의 순수하고 천성적인 성품이 지금에 와서 돈 몇 푼에 팔리는 것을 보고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손자들은 투표권을 팔고 선거를 조작함으로써, 모든 악과 부패를 배워서 익혔던 것이다. (253)
셋째, 상상력과 사회 비판적 시각을 제공한다.
조나단 스위프트만의 상상력이 잘 드러난 소설이다. 거인국, 소인국이라는 상상력도 대단하지만, 말들의 나라에서 사람과 유사한 야후가 말을 섬기는 부분은 상상의 날개를 더욱 확장한 부분이다. 또한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는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케한다. 그리고 스위프트는 단순히 상상력으로 흥미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영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판적 내용을 소설에 녹여냈다.
럭낵은 일본의 남동쪽으로 약 4백8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일본의 천황과 럭낵의 국왕 사이에는 굳은 동맹이 이루어져 있어서, 양국 사이에는 선박의 왕래가 많았다. (241)
날이 밝은 다음, 그들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묻는 물음은 태양의 상태에 대한 것이었다. 태양이 지거나 뜰 때의 모습은 어떠했으며, 다가오는 혜성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희망은 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204)
천연 자석을 이용하여 섬은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었으며, 어느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갈 수도 있었다. 그 나라의 국왕이 다스리는 지역에서 이 자석의 한쪽 끝은 미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쪽 끝은 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당기는 힘이 자석의 끝부분을 땅으로 향해 똑바로 세우면 섬은 내려간다. (208)
스트럭드블럭이 60세에(이 나이는 럭낵에서 삶의 한계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르렀을 때, 그들은 노망을 부리거나 조금씩 어리석어지며 죽지 않음으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무서운 절망을 갖게 된다. 그들은 고집이 세고, 불평을 많이 하고, 욕심이 많고, 언제나 침울하고, 허영심이 많고, 수다스럽고, 남을 사랑할 줄도 모르며, 손자보다 아랫대의 후손들에게는 어떠한 애정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시기와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263~264)
나의 후원자인 럭낵의 국왕을 보아서 십자가를 짓밟는 예식을 면제해 달라고 하였던 것이다. 일본의 국왕은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십자가를 짓밟도록 명령하고 있었다. (269)
넷째, 도덕적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소설을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현실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와 가치를 추구하는 네 나라를 여행하며 인간 세상의 가치를 비교한다. 다양한 세상 속에서 현재의 사회를 비춰보게 하며 인간의 연약한 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인간의 이기적인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즐거운 18세기 영국 사회 여행이었다.
장관들은 국가의 일에 대한 집행권을 가지고 있으며,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매수하여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사면령이라는 제도를 사용하여 나중에 있을 보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며, 그동안 약탈한 것들을 가지고 은퇴하는 것이다. (318~319)
영국의 젊은 귀족들은 어렸을 때부터 게으름과 사치 속에서 자라난다. 나이가 들게 되면, 그들은 음탕한 여자들 사이에서 저주스러운 병을 얻게 된다. 거의 파산할 무렵에 그들은, 증오하고 경멸하는 비천한 태생의 여자와 결혼한다. 단지 돈을 위하여 아름답거나 건강하지 않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320)
휴이넘들은 나를 다른 야후들과는 다르게 대해 주었다. 그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저절로 생겨났다. 나의 가족과 친구들, 영국의 사람들은 그 모습과 기질에 있어서 분명히 야후들이었다. 다만 이 나라의 야후들보다 조금 더 문명을 익혔으며, 말을 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을 타고났을 뿐이다. (345)
독서습관801_걸리버여행기_조나단 스위프트_1993_문학수첩(231109)
■ 저자: 조나단 스위프트
조나단 스위프트는 1667년 더블린에서 영국계 부모의 유복자로 태어났다. 종교와 학문에 관한 강력한 풍자에세이 <설교단의 이야기> <책의 전쟁> <스텔라의 일기> 등 많은 저서를 남겼고 아이리쉬 저항운동의 지도자이기도 한 그는 사후에도 아일랜드에서는 국가적인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걸리버 여행기>는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앤 여왕이 다스리는 어거스틴 시대의 가장 유명한 대표적 소설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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