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와 <수호전>를 적나라하게 조목조목 비판하고, 반면에 <홍루몽>과 <서유기>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책 <쌍전>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홍루몽>은 2022년 3월에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홍루몽>은 여성적이라는 점과 중국어 시가 많이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저자는 <홍루몽>을 상당히 좋은 책으로 소개하고 있어 다시 읽어봐야 하나 고민된다.
정치 지혜가 아닌 철학 지혜, 역사 지혜, 예술 지혜는 거의 없었다. 적어도 상당히 박약했다고 말할 수 있다. <홍루몽>보다도 훨씬 뒤떨어진다. 조설근의 <홍루몽>은 매우 풍부한 철학, 역사, 예술의 지혜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지혜는 모두 충분한 불성과 인간성을 지니고 있으며, 또한 충분히 건설적이기도 하다. (284)
<삼국지>는 읽어봐서 저자가 비판하는 부분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유비와 관우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호전>은 아직까지 읽어보지 않아 그런가 보다 정도로 저자의 비판을 흡수했다. 저자는 특히 <수호전>에 대해 살육만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2023년이 가기 전에 <수호전>을 읽어봐야겠다.
좋은 책은 감동을 준다.
<쌍전>은 저자의 역사적 안목을 바탕으로 <삼국지>와 <수호전>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만족감을 준다. 저자 류짜이푸가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미국과 홍콩을 떠도는 살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었다. 어쩌면 그런 고국 중국에 대한 사랑이 <쌍전>을 쓴 힘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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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과 <서유기>에는 동심과 불심이 담겨 있다. 그러나 <수호전>과 <삼국지>는 동심과 불심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전자에는 흉악한 마음이 충만하고, 후자에는 교활한 심보가 충만하다. (5)
후스는 신문화운동이 "모든 가치를 재평가"하는 사상운동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평가'된 여러 가치 중에서, 교묘하게 <수호전>과 <삼국지>는 빠져버렸다. 유교와 공자가 청산의 대상이 되어 화덕 위에 구워졌다. (23)
대략 말하자면 네 권의 고전 명저는 인류 문화의 측면에서 볼 때, 한민족의 '원형 문화'와 '위형 문화'를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여기에서 진지하게 그 책들을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홍루몽>과 <서유기>는 원형 문화에 속한다. 한편 <삼국지>와 <수호전>은 위형 문화다. (55)
<홍루몽>은 중국의 원형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시작은 <산해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즉, 여와가 하늘을 메우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며, 주인공은 여와가 잉태된 석두이다. (58~59)
5.4 신문화운동이 높이 올린 기치는 인간이었다. 그것은 모든 개체의 생명을 존중한 운동으로, 매우 위대하며 매우 대단한 운동이었다. 그것이 만약 운동의 대상을 바꿔 조설근으로 니체를 대신하고, <홍루몽>을 긍정적인 대상으로 삼으며, '쌍전'으로 공자를 대신하여 주요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그 운동은 더욱 힘을 얻었을 것이다. (64)
루쉰 그 자신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는 전통문화에 대해 크게 반란을 일으킨 사람이다. 심지어 그는 '혁명가'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혁명은 결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라고 선언했다. 또 "무산자의 혁명은 바로 자신의 해방과 계급의 소멸을 위한 것으로 결코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75)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은 자신의 반란 영웅을 이끌어 천신만고의 여정에 오르게 되고, 아울러 사부와 머리띠라는 장치를 설치했는데, 그것은 정말 천재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지혜와 이성은 바로 이러한 구성 가운데 살아 있다. 머리띠가 암시하는 것은 어떠한 전투라도, 하물며 그것이 반란일지라도 모두 한도가 있고 규범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79)
<수호전>과 <홍루몽>은 여성에 대한 태도의 두 극단을 표현한 소설이다. <수호전>에서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 '물건'이다. 즉 반금련, 반교운, 염파석과 같은 '요물'에 속하거나, 혹은 호삼랑, 이교노와 같은 '기물'에 속하거나, 아니면 손이랑, 고대수 등과 같은 '동물'에 속한다. (136)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혼외정사'한 여성들에 대해서, <홍루몽>은 그들을 천당으로 보내고, <금병매>는 그들을 인간세계에 집어넣고, <수호전>은 그들을 지옥으로 쳐넣었다. (148)
궈위원은 민중이 오히려 '회유'와 '귀순'의 의미를 이해하고, '용서의 도리'를 실천했다고 지적했다. 민중이 그런 입장을 택한 것은 바로 그들의 잠재의식 안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는 것이며, 생활화는 것이고, 평안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91)
제도는 마땅히 사회 공중의 이익을 구현해야 한다. 권모술수가들이 일단 제도의 권위를 확실하게 인정하게 되면,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은 손해 볼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각국의 수령들, 즉 조조에서 유비, 손권, 나아가 조비에서 사마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심을 최고로 삼았다. (203)
조조가 인하지 않고 의롭지 못한 '도적'이라고 한다면, 유비의 서쪽 정벌에서 인의는 어디에 있는가? 사실 그의 인의는 일종의 기만술에 불과한 것이었다. 패업의 야심을 감춘 권모술수였다. <삼국지>가 권모술수의 집대성이라고 할 때, 그 권모술수에는 강성하고 노골적인 조조 식의 법술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위선적인 유비 식의 유교적 권모술수도 포함되는 것이다. (215)
조조와 왕후의 이러한 이야기는 아주 깊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정치적인 권모술수의 게임에서 생명은 이렇다 할 가치가 전혀 없으며, 일체의 것은 권모술수가 지향하는 목표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220)
<삼국지>와 <수호전>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여성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기물이나 동물로 여긴다는 점이다. 여성에 대해서 뼛속까지 이러한 극단적인 멸시감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수호전>은 여성에 대한 살육을 훨씬 더 많이 표현하고 있다. 반면에 <삼국지>는 여성들을 이용하는 장면이 더 많은 편이다. (229)
유비가 관우를 위해서 보복한다고 하는 그 사건은 '의'가 지닌 치명적인 문제를 폭로했다. 하나는 '의'의 조직 원리와 윤리 원칙이 국가 원칙과 사회 원칙을 능가했을 때, 그것은 반드시 국가와 사회에 위해를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265)
관우가 충성과 의리를 모두 완전하게 실천했다고 하는 주장은 수정되어야 한다. '의리가 하늘을 찔렀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숭배하는 것의 근원은 결국 '정'에 대한 숭배이다. (277)
<삼국지>가 제갈량의 이미지를 미화한 점 그리고 그 소설이 등장한 뒤에 나타난 우상 숭배의 문제점은 '바름'을 약화시키고 '기이함'을 너무 크게 부각시킨 것에 있다. 그 때문에 교활함과 사기술을 의미하는 '궤詭'가 모든 영역으로 퍼져나갔다. (299)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제갈량을 매우 존경하고 숭배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결국 제갈량이 '재상'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재능이 아주 대단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장수'로서 용병의 전략에 있어서는 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300)
중국의 제왕들 중에서 시를 쓴 사람이 적지 않다. (...) 그런데 이들 중에서 시를 매우 잘 지은 인물로 두 사람을 들 수 있다. 한 사람은 조조이며, 다른 한 사람은 남당의 황제 이욱이다. 이 두 제왕은 대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시에서 공통점은 다다른 경지가 매우 높으며 그 기세가 광활하다는 점이다. (319)
가보옥은 원래 돌이었고, 임대옥은 풀이었다. <석두기>는 바로 돌멩이와 초목, 즉 자연물이 변하여 사람이 되는 과정이다. (337~338)
독서습관 793_쌍전_류짜이푸_2012_글항아리(231014)
■ 저자: 류짜이푸
1941년 푸젠성 난안에서 태어났고 샤먼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문학연구소 소장, 중국작가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미국에 머물면서 시카고대학, 콜로라도대학, 스톡홀름대학,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홍콩시티대학 등의 방문학자 및 객좌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박해로 부득이하게 고국을 떠난 그는 현재까지도 홍콩과 미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디아스포라 지식인이다. 하지만 이 20여 년간 쉼 없는 독서와 사색으로 학문 연찬은 더욱 깊어졌으며 "1980년대의 격정을 여전히 가슴에 품은 채 세계의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중국 문화계의 거장"으로 동아시아의 수많은 독자와 책으로 만나고 있다.
저서로는 해외 체류생활과 관련한 <표류수기> <원유세월> <서심고향> <면벽침사록> <공오인간> 등 10부작이 있으며, 사상사 문학사 평론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많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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