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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89]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_제천간디학교 교장 이병곤의 교육에세이

by bandiburi 2023. 10. 6.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책이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의 한계를 지적한다. 학교와 가족이 어떻게 입시위주의 문제풀이식 교육에 동조하고 있는지도 비판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직접 체험하고 만나며 관계 맺기를 할 시간을 주라고 제안한다. 

많은 성인들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수학이 일도 쓰이지 않는데 왜 그리 많은 시간을 수학점수 올리는데 낭비했냐고. 영어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영어에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깝다고. 

건전한 성인으로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다.

저자가 대안교육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것들이 공교육에서 추구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공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경쟁과 정해진 과목에 대한 암기와 문제풀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일에 대한 체험의 기회, 만남의 기회, 전인적인 사고의 기회는 거의 전무하다. 

저자의 책을 보며 대안학교를 다시 바라본다. 아직까지 정부의 지원이 미미해서 자립해서 꾸려나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반 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대안학교다. 이곳에서 한 명의 아이라도 좌절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개개인을 보자.

어른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경쟁과 문제풀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교육은 다음 세대가 어려운 리스크와 대면함으로써 존재 자체를 새로운 단계로 고양하도록 부추기는 과업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창조적인 개별자'가 된다. 원래 사람들은 분별없이 다른 이를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그것을 거스를 줄 알아야 스스로 존재하는 힘이 생긴다. (9~10)


대안교육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 사람을 사랑하고 도리를 지키는 일이다.
  • 내가 누구인지 알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는 정신이다.
  • 나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협력하여 목표를 성취하는 기질이다.
  • 자신이 잘 모르는 상황을 대면하더라도 위축되지 않으며, 스스로 학습하고 역량을 키워 어려운 일을 풀어가는 자세다. 인간 삶에서 갖춰야 할 대부분의 역량과 자질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13)

(출처: 제천간디학교 홈페이지)

작품 <유토피아>는 현실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펼칠 때 더 멋졌다. 주인공 라파엘은 이렇게 절규한다.(26~27)

"현금이 모든 것의 척도인 한, 나라를 공평하고 행복하게 통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삶의 최상의 것들을 최악의 시민들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정약용도서관)

청소년기 6년 세월, 길다. 그 사이 아이들은 무수한 동굴과 굽은 길을 지나면서 타자와 싸우지 않고 공존하는 법을 깨쳐간다. (31)

시간을 누리면서 자유롭게 성숙하며, 평화로운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사람은 행복감을 느낀다. 지성과 덕성의 탁월함을 갖추어 윤리적 인간(=시민)으로 살아간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있다. (32)

우리들은 교사의 개입 없이도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사랑하는 것, 느끼는 것, 노는 것, 저주하는 것, 정치에 관여하는 것, 그리고 일하는 것을 학습했다. (39)

자본주의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국가가 만든 학교교육이 나타났다. 단순미와 기능미, 소박함이 매력이었던 '교육에서의 회전교차로'를 짓뭉개고 들어섰던 것이다. 근대 국가는 자연과 인간의 본성을 경쟁과 적자생존 원리에 바탕을 두어 해석했다. (47)



관계 맺는 힘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관계를 겪어보는 것이다. 현대 한국 교육의 비극은 청소년들에게서 그러한 관계 맺음의 기회와 시간을 박탈하고 있는 가정, 사회, 학교에서 시작한다. (58)

서머힐 100주년 기념 관련 참조: https://www.100yearsofsummerhill.co.uk/

어떤 사회에서 구조적 부정의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에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변화를 위해 실천해야 할 책임 responsibility'이 부여된다. 그것은 법적인 책임 liability이나 공적인 책임 accountability과 구별되는 사회적 도덕적 책무인 것이다. (81)

우리의 가족관계는 입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패밀리 비즈니스' 공동체다. 학교는 학생의 능력을 선별하고 그에 따라 상급 교육기관에 신입생을 배치해 주는 에이전트 역할에 그치고 있다. (83~84)

교과를 통해 지식만 가르치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교육 전체가 충분히 지적이지 못한 점이 더 큰 부실이다. 사고력이 부족하니 반성적 통찰까지 이르지 못한다. 창조성, 모험정신, 복합 학문 분야에 걸친 지식의 통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나 진정 미래사회가 요청하는 이런 능력을 실제로 가르치고 독려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어렵다. (104~105)

Richard Long (출처: Store norske leksikon)

마르셀 뒤샹의 '변기'가 현대미술의 판을 바꿨듯이 1967년부터 시작된 리처드 롱의 작품 제작 방식은 기후 위기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예술에 대한 개념과 접근방식을 또 다른 차원에서 완전히 달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술을 품은 교육'이 배움의 여러 요소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새로운 시대를 꿈꿔본다. (119)

Sea Lava Circles 1988 (출처: Flickr)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을 하다가 고모리 마을로 돌아온 젊은이 이치코의 사계절을 보여준다. 마을 친구인 유타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두 사람의 힘겨운 협업 노동 장면이 배경으로 흐를 때 유타의 다음 대사가 잔잔하게 이어진다.

"자신의 몸으로 뭐든 직접 해보고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 자기 말에 책임지는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도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주제에 뭐든 아는 체하고, 남의 생각을 자기 것인 양 끌어대면서 잘난 척만 해. 천박한 사람들의 멍청한 말들이 질리더라." (126)

일본 시골풍경 (출처: Flickr)


비스타 교수가 주목한 지점이 바로 여기였다. 개인적 욕망을 좀 더 숙고한 형태의 욕망으로 치환하는 작업이 민주주의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132)

안 할 수 있겠다는 의지는 그 자체로 커다란 힘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주들은 게으르다. 그것은 타인들의 근면이 있기에 가능하다. 안락하게 게으름 피우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으로 인해 모든 사람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신조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138~139)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256

페스탈로치는 30년 전쟁의 대혼란 속에서도 가르치기 힘든 가르침을 시행했다. 실패와 좌절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성공이기도 했다. (145)

Johann Heinrich Pestalozzi 1746~1827 (출처: PICRYL)


<이스탄불>의 저자 오르한 파무크가 떠오른다. 파무크는 2006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출신 작가다. 기름기 쪽 빠진 그의 덤덤한 진술이 어찌나 마음을 강타하는지, 그는 말한다.

"도시의 운명도 사람의 성격이 된다." (152)

Martin Buber 1878~1965 (출처: Wikimedia Commons)

"만남은 교육에 선행한다."

독일의 유대인 사상가 마르틴 부버의 이 언명은 진실이다. 교육은 인간 사이의 만남을 해석하고, 그것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이름표 붙이기' 행동이다. (159)

의문이 인다. 우리 사회는 왜 '열아홉 살에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관념이 확고할까? (198) 

 

[492]게으름에 대한 찬영_의무와 과도한 노동 대신 여가와 교육이 필요

그러나 아무런 의무를 지우지 않은 채 유한 계층을 대대로 세습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다. 이 계층의 구성원 그 누구도 근면하라고 가르쳐지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이 계층이 전반적으로 유별나

bandiburi-life.tistory.com


독서습관 789_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기_이병곤_2022_서해문집(231004)


■ 저자: 이병곤

제천간디학교 교장.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성공회대학교 대우교수, 광명시평생학습원 원장으로 일한 적이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에서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교육철학, 미적 체험과 인격 형성 사이의 관계, 마을교육공동체 구축, 대안교육의 철학적 기초, 미래사회의 교육, 교육 불평등을 보정하기 위한 정책 수립 등에 관심을 두고 현장과 이론을 넘나들며 실천하고 있다. 

<위기의 학교> <넘나들며 배우기>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대안교육 20년을 말하다> <진보주의 교육의 세계적 동향>을 다른 저자들과 함께 집필했다.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 등 다양한 교육정책 연구 프로젝트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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