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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67]혼자여서 좋은 직업_일본어 번역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에세이

by bandiburi 2023. 8. 21.

여름휴가를 맞아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의 책 <혼자여서 좋은 직업>을 가볍지만 유익하게 봤다. 에세이는 늘 저자의 삶 속으로 들어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나의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글로 풀어내면 좋은 에세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쉽게 읽히는 책은 저자가 글을 잘 쓴 것이다. 나의 일상을 소재로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전제돼야 한다. 

권남희라는 작가이자 번역가의 책을 보며 느낀 점 몇 가지를 포스팅 한다.


첫째, 직업으로서의 번역가다. 

AI와 인공지능이란 용어가 일상으로 들어오며 사라질 직업군에 속하는 직업, 번역가의 삶을 엿보게 된다. 글쓰기를 좋아하며,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출퇴근이 없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수많은 번역서들이 있고 그 이면에는 수많은 번역가들이 생존을 위해 일하고 있다. 

저자는 출판사 편집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사연을 소개한다. 번역가는 일감이 있어야 한다. 출판사는 좋은 책을 번역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번역을 해서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는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요즘 같이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세상과는 다른 현실 세계를 보여준다. 다만 번역가의 삶의 장점은 자신이 번역한 책이 경력으로 쌓인다는 점이라고 고백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이혼을 하며 딸과 함께 살면서 자신의 글을 평가하는 딸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비평이 되기도 하고 칭찬이 되기도 하는 솔직한 엄마로서의 마음을 담고 있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번역가가 꿈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돈을 많이 벌긴 어렵지만, 경력이 책이 되어 쌓이는 좋은 직업이랍니다. (117~118)

마감일기 (출처: 정약용도서관)

제목을 정할 때 역자의 의견은 그리 반영되지 않는다. 역자가 "제목 너무 별로예요"라고 말해봐야 1그램의 무게도 더해지지 않는다. 출판사에서는 마케팅부의 말발이 가장 세다고 한다. 봉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판매를 위해 만드는 책이니 당연하다. (77)

둘째, 일본문학을 소개한다. 

저자는 일본문학 번역가로서 자신이 번역한 무라카미 하루키, 오가와 이토 등 많은 일본 작가들의 책을 언급한다. 그리고 일본 작가들과의 관계도 몇 가지 에세이에 담고 있다. 일본문학에 대한 책은 많이 접하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재일 한국인 작가인 유미리에 대한 부분이 좋았다. 그녀의 평탄하지 않은 가족사와 개인사는 그녀의 소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우에노역 공원 출구>, <남자>, <비와 꿈 뒤에> 등을 바로 관심도서록 찜해 두었다. 

마타요시 나오키란 작가도 책에 언급되었다. 이 작가의 책 <불꽃>, <그 책은> 두 권도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사노 요코라는 작가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등 더욱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게 삶의 진실일지도 모른다 싶어 그녀의 책도 찜했다.

도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없이 간다 헌책방 거리와 기노쿠니야 서점이라고 한다. (100)

기노쿠니야 서점 (출처: Wikimedia Commons)


셋째, 일상의 작은 이야기가 에세이가 된다. 

에세이는 가볍게 타인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즐기며 나의 삶에 대해 반추해 보고 방향을 조정하는 시간이 된다. 글을 수동적을 접하는 독자의 입장이다. 동시에 에세이는 독자에게 능동적으로 글 쓰는 입장도 생각해 보게 한다. 주변 인물과의 사건, 만남이나 연락, 사물에 대한 생각,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 등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다.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책을 읽은 소감을 포스팅하고 있다. 때로는 시간에 쫓겨 글을 올리기도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생각정리와 사색을 통해 좋은 글로 탄생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단신뉴스, 유튜브 혹은 넷플릭스를 보며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깊이 있는 사색의 결과물은 미뤄지고 있다. 

책에서 보여주는 여러 꼭지의 글은 분해하면 대단한 것은 아니다. 소소하지만 독자가 읽기 편하게 글로 풀어쓴 것이 필력이다. 저자의 쉽지만 재미있는 글을 보며 블로그에 남긴 나의 흔적들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으로 내게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


넷째, 국카스텐과 엔솔러지를 만나다.

저자가 국카스텐을 좋아해서 공연을 빠짐없이 갔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국카스텐'이란 특이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현우라는 가수는 가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다. 위키백과에 보니 2007년 결성된 밴드로 하현우가 보컬이고 기타의 전규호, 드럼의 이정길, 베이스의 김기범으로 나온다.

엔솔러지(Anthology)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서 만든 출판물을 의미한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새로운 용어나 사실을 깨닫는 점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마감일기>는 강이슬, 권여선, 김민철, 김세희, 이숙명, 이영미, 임진아 작가님이 함께 한 엔솔러지다. (165)

(출처: Wikimedia Commons)


독서습관 767_혼자여서 좋은 직업_권남희_2021_마음산책(230821)


■ 저자: 권남희

항상 이름 앞에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히가시노 게이고, 오가와 이토, 미우라 시온, 마스다 미리 등 일본 현대 작가 이름이 먼저 나오는 30년 차 일본 문학 번역가. 주로 번역을 하고 가끔 에세이도 쓴다. 집순이로 유명하지만 의외로 여행을 좋아하고, 6년 전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국카스텐 콘서트에 한 번도 빠짐없이 갔다. 반주를 좋아하고,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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