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그저 많은 사람이 궁핍하게 살아가는 불황기라고 짐작될 뿐인데, 193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음에도 현재의 이야기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한 설득력을 지녔다. 극심한 빈부 격차, 금융자본에 의한 부의 독점 현상, 빈곤, 도덕적 타락, 밑바닥 인생들, 이기적인 외톨이들, 한 개인으로서 느끼는 무력감, 그때와 지금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300)
제목만으로 내용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든다. 막상 내용으로 들어가면 전반적으로 부둣가에서 생존을 위해 거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요 인물이다. 부유층의 삶은 살짝 드러날 뿐이다. 주인공 해리는 악착같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배를 타고 여러 가지 일을 한다. 해리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간다. 그럴수록 그가 하는 일은 위험도가 높아진다.
1930년대 쿠바와 인접한 미국 남부 지역의 부유한 계층과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당시의 미국과 얼마나 다를까.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가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부의 세습은 이제 공공연하다. 반대로 가난의 세습도 이어진다. 가난한 사람이 부유해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세금을 통한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노력은 기득권의 반대로 무산되기 일쑤다.
우리나라는 외국 관광객들이 밤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지는 묻지 마 폭행이나 그 이상의 범죄들은 사회적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을 질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 그런 행위를 했을까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좋겠다. 사회가 개인의 행복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면 그들이 자포자기 상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결국은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가 필수적이다. 가진 자들은 자본이득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도생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돌보지 않으면 사회적 신뢰비용이 증가한다. 불안정한 사회가 될수록 이를 보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사회라고 본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최대 다수의 행복을 만들 수 있는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훈련이 기본이다.
우리는 1930년대의 미국과 무엇이 다른가. 거의 없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은 인용했다.
그냥 여기 죽치고 있으면 그 일에서 빠지게 될 거야. 하지만 그럼 우라질 뭘 먹고 살아? 마리와 딸들을 무슨 돈으로 먹여 살려? 난 배도 돈도 배운 것도 없는데, 외팔이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뭐냔 말이야? 가진 거라곤 뒷거래할 배짱밖엔 없는데. (166)
쿠바 정부의 개자식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나한테 총질해서 내 팔을 앗아갔고 미국 놈들은 내 배를 가져갔어. (167)
잠이 안 오는데 밤을 어떻게 견디지? 남편을 잃어봐야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게 되나 봐. 그때야 알게 되나 봐. 이 지랄 같은 인생은 모든 걸 그렇게 알게 되나 봐. 그래, 그런 것 같아. 나도 지금 알아가는 거겠지. 마음이 죽으면 모든 게 쉬워. 그냥 그렇게 죽어가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 세상살이가 그런 거 같아. (290)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예나 지금이나 큰 위기는 기회를 동반하고, 다수가 가난해지는 과정에서 소수는 떼돈을 벌기 마련이다. 1930년대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렸던 미국에서도 집중된 경제 권력을 휘두르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요트 주인들이 그 소수의 부유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93)
19세기 중반 노예무역을 중지하라는 영국의 거센 압력에 쿠바의 농장주들은 중국인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쿠바에 데려왔다. 해리의 배를 타고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려던 중국인들은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이민자들이었을 것이다. (297)
하드보일드 소설의 특징은 주로 폭력과 섹스를 테마로 하며 간결한 표현과 감정의 배제, 일련의 행동과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로 독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의 범주에 속해 있다. (298)
독서습관 758_가진 자와 못가진 자_어니스트 헤밍웨이_2014_소담출판사(230802)
■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899년 일리노이 주 오크파크에서 태어났다. 1917년 <캔자스 시티 스타 The Kansas City Star> 지에 입사해 글쓰는 일을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자원입대하여 구급차 운전병으로 복무했지만 다리에 중상을 입어 입원, 휴전 후 제대했다. 이후 1921년 <토론토 데일리 스타>지의 파리 주재 특파원으로 프랑스에 이주, 거트루드 스타인,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같은 해외 거주 작가들과 어울리며 습작에 열중한다. 결국 1923년 파리에서 처녀작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 Three Stories and Ten Poems>를 출간, 1925년 <우리 시대에>로 미국 문단에 등단하고, 1926년에 발표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1929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무기여 잘 있거라>를 발표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이후 에스파냐 내전에서 기자로 활약한 경험을 살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1940년)을 완성한다.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 문학상(1954년)을 동시에 수상한다. 미국 소설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20세기의 독보적인 작가로 활동했으나 1961년 아이다호 케첨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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