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2023년 초에 난소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4차까지 힘든 치료를 잘 견뎌내며 권해준 책이 <최강의 야채수프>다. 아내가 먼저 읽고는 '이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겠다'라고 한다. 읽어보니 정말 쉽게 만들 수 있다. 요리책이 아니라 대부분의 설명은 ‘왜’ 건강을 위해 야채수프냐는 내용이다.
질병 예방과 치료에 좋은 이 야채수프가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여러 가지 제철 야채와 과일을 넣고 푹 삶아서 그대로 먹거나 갈아서 먹는다. 몇 명의 경험담이 실려 있어 입맛에 따라 참고하면 좋겠다.
지인은 책을 보고 항암 중에 '야채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혈액검사에서 칼륨수치가 높아져 중단했다. 의사가 칼륨수치는 약으로 치료하면 되니 몸에 좋은 것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칼륨수치를 낮추는 약은 변비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지인은 항암치료의 영향으로 이미 변비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약을 먹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지인의 야채수프 도전은 단발로 그치고 중단하고 말았다. 건강 관리는 건강할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자는 왜 야채수프가 건강에 좋은지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단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야채에 들어 있는 피토케미컬이라고 하는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수프로 흡수할 수 있고 이는 질병 치료와 예방이 도움을 준다.
육식 대신 채식을 하자는 의견은 아니다. 야채를 수프로 만들어 흡수력을 높이고, 지속적으로 습관화해서 활성산소로 인한 피해를 줄여가자고 한다.
얇지만 우리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쉽고 간단한 방법을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좋은 책이다. 야채를 생으로 즐겨 먹는 편인데 야채와 과일을 함께 수프로 먹는 것도 도전해 봐야겠다.
아래는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나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채소에 함유된 항산화물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토케미컬'이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이 자외선이나 병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만들어내는 물질의 총칭이다. 식물의 색, 향, 쓴맛 등을 구성하는 성분이다. 토마토의 리코펜, 시금치의 루테인, 당근과 단호박의 카로티노이드, 콩의 이소플라본, 녹차의 카테킨, 양파의 케르세틴 등 피토케미컬은 우리가 쉽게 접하는 채소와 과일, 콩류, 차에 가득 들어 있다. (7~8)
채소에는 염분을 배출하는 칼륨이 함유되어 있다. (29)
채소의 유효성분을 하나도 남김없이 섭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채소를 가열하여 수프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채소는 데치기만 해도 단단한 세포벽이 급속히 무너져 항산화물질인 피토케미컬이 수프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채소는 갈았을 때보다 끓였을 때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10~100배 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9)
일반적으로 혈관을 빠져나온 물질은 림프관을 통해 신속하게 회수된다. 그러나 암 조직 주변에는 림프관이 덜 발달되어 있으므로, 혈관에서 새어나온 약제가 회수되지 않고 암 조직에 오래 머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를 'EPR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51)
왜 가열해도 비타민 C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채소에 들어 있는 비타민 E나 피토케미컬 등 다른 항산화물질의 작용으로 비타민 C가 안정되어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타민 C 역시 다른 항산화 성분의 산화를 억제하고 안정시킨다. 따라서 다양한 채소를 함께 끓이면 항산화물질의 종류가 많아지고, 각 성분끼리 협력하고 서로 보호하여 항산화력을 키운다. (54)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가 산화되면, 혈액 내 포도당 흡수를 돕는 인슐린이 제대로 생성되지 못해 당뇨병에 걸린다. (57)
암 역시 활성산소가 원인이다. 우리 몸속에서는 낡은 세포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포로 바꾸는 신진대사가 일어난다. 새로 생긴 세포는 낡은 세포의 유전자 정보를 정확하게 복사해 이어받는다. 이때 정보가 정확히 복사되지 않으면 유전자가 이상을 일으켜 암세포가 생긴다. 유전자 정보를 잘못 복사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활성산소다. (58)
채소에 많은 셀룰로스나 헤미셀룰로스 Hemicellulose 같은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발암물질을 만드는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한다. 유익균은 변비를 없애고, 장내 백혈구를 활성화시켜 면역력을 높이며 대장암을 예방한다. (69)
나이가 들수록 생산량이 줄어 혈중 글루타티온의 농도가 낮아진다. 그 결과 활성산소를 억제하지 못하고, 노화가 진행되며 병에 걸리게 된다. 글루타티온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채소를 끓이면 수프에 녹아들어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수프로 섭취한 글루타티온은 장에서 흡수된 뒤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항산화 기능을 한다. (73)
채소 수프로 아토피성 피부염을 개선한 사람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활성산소 중에서도 매우 독한 지질 라디칼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러한 피부 손상이 채소 수프에 들어 있는 피토케미컬과 비타민의 항산화 작용에 의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79)
지방이 산화하여 생긴 과산화지질이 소, 돼지 등 붉은 육류에 함유된 '헴 철 Heme Iron'이라는 철분과 접촉하면 맹독성 지질 라디칼이 발생한다. 지질 라디칼은 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원인이다. 고지방식과 붉은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이 대장암에 잘 걸린다는 사실은 수많은 역학 조사에서 밝혀졌다. 대장암은 변이 쌓이는 S자상 결장을 중심으로 생긴다. (102)
면역의 핵심인 백혈구는 약을 이물질로 간주하고 활성산소를 만들어 공격한다. 이때 활성산소에 의해 위 점막이 손상되어 위염이 생긴다. 두통이나 허리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었을 때 속이 쓰린 것이 활성산소가 원인이다. (104)
달리기 등의 운동을 할 때는 착지하는 충격으로 인해 적혈구가 찌그러지고 적혈구 성분인 '헤모글로빈'이 깨져 온몸으로 흩어진다. 헤모글로빈은 헴 철과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헴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 활성산소를 증가시킨다. (106)
식용유와 같이 무색의 투명한 기름은 제조 과정에서 항산화물질이 걸러지기 때문에 가열하면 주변에 있는 산소에 의해 쉽게 산화된다. 산화된 기름을 섭취하여 몸속에 지질 라디칼이 발생하면 암에 걸리기 쉽다. 그러므로 조리할 때는 색이 있는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107)
차와 커피는 불필요한 철을 배출시키므로 식사를 하면서 마시면 철분을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08)
우리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하우스에서 재배한 채소보다 노지에서 자외선을 듬뿍 받고 자란 채소에 항산화물질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제철에 수확한 채소는 맛도 좋고 유효성분도 더욱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110)
양배추, 배추, 양상추, 방울양배추처럼 둥근 잎으로 여러겹 쌓여 공처럼 생긴 채소를 '결구 채소'라고 한다. 이런 채소는 안쪽의 하얀 잎보다 바깥쪽의 진녹색을 띠는 잎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훨씬 강하다. (...) 혹 농약이 걱정된다면 가장 바깥쪽 겉잎만 떼어내거나 물로 깨끗이 씻어서 먹자. 겉잎을 사용할 경우 안쪽에 비해 딱딱하므로 제대로 푹 익혀서 먹는다. (114)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기능은 태양광을 많이 받을수록 강해진다. 그래서 무, 순무, 당근 등의 잎은 뿌리보다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 당근 잎이나 무 잎의 항산화력은 뿌리보다 50~100배나 강하다. 그러므로 채소수프를 만들 때는 당근이나 무, 순무의 이파리 부분도 버리지 말고 최대한 사용한다. (115)
리코펜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리코펜이 암을 막고 염증 억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특히 토마토를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전립선암에 걸리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116)
콩의 쓴맛과 떫은맛 성분인 '사포닌Saponin'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몸속에서 지질의 산화를 막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따라서 암을 비롯해 다양한 성인병을 예방하고 싶다면 콩류를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123)
버섯류에는 비타민 D가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인 '에르고스테롤Ergosterol'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D는 몸속에서 활성형 비타민D3로 바뀌어 소장의 칼슘 섭취를 촉진시킨다. 또한 혈액 내 칼슘을 뼈로 운반하여 골량 감소를 억제한다. 폐경을 맞은 여성은 특히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으므로 버섯류를 적극적으로 섭취하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124)
심장과 폐의 기능이 높아지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내장 기능이 향상되어 면역력이 높아진다. 병에 대한 저항력도 생겨 병에 걸리더라도 위중한 상태에 이르지 않게 된다. 이러한 심폐 기능을 높이려면 걷기, 수영, 요가, 태극권 같은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근육에 저항을 주는 덤벨 스트레칭이나 스쿼트 등이 좋다. (130)
하버드대학의 핵심 교훈은 '베리타스 Veritas'다. '진리'를 뜻하는 라틴어로, '진리를 명확히 한다'는 것이 하버드 교육의 중심이다. 진리를 깊이 탐구하려면 폭넓은 지식을 널리 받아들이고 과거의 연구를 빠짐없이 배워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진리가 보인다. (137)
독서습관 737_최강의 야채수프_마에다 히로시_2018_비타북스_230530
■ 저자: 마에다 히로시
항암제 연구로 노벨상 후보에 오른 세계적 연구자. 드럭 딜리버리 시스템(DDS) 연구의 창시자이자 세계 일인자. 2016년에는 '암 치료에 있어서 고분자 약물의 혈관 투과성 체류성 항진(EPR 효과)의 발견'으로 톰슨 로이터 인용상 수상, 세계 톱 5에 선정되어 노벨화학상 후보에 올랐다.
1938년 일본 효고현 출생으로 현재 구마모토대학 명예교수, 오사카대학대학원 의학계 초빙교수, 도호쿠대학 특임교수, 바이오다이내믹스연구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일본 암예방학회 회장, 일본 세균학회 회장, 일본 DDS학회 회장, 국제 NO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수십 년간 끊임없이 항암제와 암 예방법을 연구한 결과 암예방은 물론 고혈압, 당뇨병, 백내장, 아토피 등의 질환도 예방 개선하는 '채소 수프'를 고안했다. 암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의 원인을 활성산소로 규정한 그는 이를 제거하는 최고의 비책으로 채소 수프를 제안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질병 예방과 노화 방지 효능을 인정받는 채소 수프의 무궁무진한 효능과 레시피를 소개하며, 채소 수프를 직접 먹어보고 건강을 되찾은 권위자들의 풍부한 사례도 담아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쉽고 간편하게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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