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2020년 영화 <런 Run>을 봤다. 스릴러인지 모르고 봤다. 휠체어에 앉은 모습의 포스터에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영화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감동보다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 시작되었다. 바로 주인공 클로이가 엄마의 장바구니 속에서 녹색 알약을 발견하는 장면이다. 엄마도 클로이가 모르는 약을 먹어가며 사랑으로 양육하고 있었지만, 딸이 그 사실을 발견했으니 엄마도 더 이상 병을 숨기지 않아도 되겠네라고 잠깐 생각했다(완전히 빗나간 착각이었다).
그런데 클로이가 약에 대한 정보를 조회하려 구글링을 했지만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다. 멀리 엄마의 실루엣이 보인다. 공포였다. 이 영화는 공포물이라는 사실을 늦게 깨달은 시점이다. 미리 영화의 장르를 모르고 포스터만으로 추정하고 보는 재미도 있다. 만약 초기에 공포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거다.
결국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깊은지 보여준다. 자신의 아이가 출산하자마자 죽음을 맞이했을 때 엄마의 상실감은 지극히 큰 것이다. 더구나 남편이 없이 혼자일 경우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없을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타인의 아이를 납치하고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키운다. 그런데 양육하는 방법이 영화답다. 왜냐하면 엄마의 자녀에 대한 애착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여러 가지 병명이 나열된다. 심장부정맥부터 천식, 당뇨병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병을 가진 아이가 클로이다. 클로이는 대학입학을 위해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엄마다. 엄마의 애착은 병이고 병은 범죄를 저지른다. 아이의 납치부터 범죄였지만 납치된 아이의 다리에 장애를 가져오는 방식도 잔인하다.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스포가 되니 그만두자. 90분 정도의 짧은 영화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는 이렇게도 갈 수 있겠다는 공감도 살짝 된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성인이라면 절대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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