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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34]삶의 정도_인생을 잘 살기 위한 윤석철 교수의 안내서

by bandiburi 2023. 5. 27.

이전에 읽었던 책의 저자가 존경하는 인물이 윤석철 교수라고 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윤석철 교수가 지은 책을 찾다가 <삶의 정도>를 발견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자신의 주장에 맞게 소개하며 그림이나 사진을 포함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이미 알고 있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적 사실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사람이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부분에서 수단매체, 목적함수, 생존부등식 등 흥미로운 용어를 도입해서 설명한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직업을 오랜 기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이를 체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은 인용하며 소감을 삽입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5도 경사의 내리막길을 가다가 3도의 기울기로 '꺾이는 지점'을 바라보면서 그 이후의 도로를 오르막길로 판단하는 과오가 빚어내는 것이 신비의 도로이다. (제주도 도깨비 도로 관련 글) (23~24)

제주도의 '도깨비 도로'에 대해 과학적으로 쉽게 설명했다. 과거에 이곳을 운전하며 지난 적이 있는데 내리막길이라는 느낌은 가지지 못했는데 설명을 읽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말라리아 퇴치에 이어 미국 팀은 파나마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여 해수면 높이의 운하를 포기하고, 갑문(locks)을 여닫는 방식으로 수면의 높이를 통제하는 개념의 운하를 건설했다. 이것이 오늘의 파나마 운하다. (29)

알렉산더가 어린 시절 당시 인문 사회학의 대가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정교사로 모시고 4년 동안 공부했다는 이야기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나오며, 이렇게 교육받는 모습이 그림으로 남아 있다. (30)

여러 책에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은 종종 인용된다. 중고등학교나 대학시절 읽었으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던 과거가 아쉽다.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도전할 때가 되었다. 도서관에 검색하니 5권짜리 시리즈물이 있다. 

플루타르크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렇게 볼 때 신뢰성, 투명성, 자기희생 능력 이 3가지 개념은 한 사회가 건강하게 단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적 수단매체가 된다. (33)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신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희생을 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지역과 마을 공동체가 와해되며 각자도생으로 가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고, 특히나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 학교에서 집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흡수하는 모든 것이 미래의 사회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신뢰하게 하는가, 경쟁하게 하는가 이는 자명하다. 사회적 투명성은 선택적 투명성인 것 같다. 

이 주장을 달리 표현하면 언어에 의해 인간의 창의성이 제약된다는 말이 되고, 내 창의성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규정할 것이므로,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의 결론은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41)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는 의미다. 언어가 우리의 세계를 한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말, 도전적인 말을 격려하는 이유일 것이다. 언어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내면세계가 있으며 마음씨, 취미와 정서 그리고 더 나아가 인격, 도덕성, 가치관 같은 내면세계의 변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표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은 상대방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결혼했으니까 계속 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도덕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개인의 행복 차원에서는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42)

사람과 교류하고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는지가 겉으로 보이는 면보다 훨씬 중요하다. 외모는 쉽게 만들 수 있지만 바람직한 내면은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건전한 가치관과 인격을 만들기 위해 개개인은 노력해야 한다. 반복해서 취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환경이 중요하다. 

"인생은 문제 풀이의 연속이며, 최선의 선택보다 최악의 회피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철학자 칼 포퍼. (49)

인삼 제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강식품인데, 건강식품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는 회사가 인삼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 땅속에서 서식하는 굼벵이는 인삼을 좋아한다. 인삼은 생육 기간이 5~6년이나 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굼벵이에 의한 피해를 막으려면 최소한의 농약 사용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인삼에서는 비록 소량이라도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고 한다. (51)

한 때는 고향에 인삼농사가 유행이었다. 금산에서 인삼을 하던 분이 고향에서 땅을 빌려 인삼으로 부자가 되었다. 그 이후 여러 마을 주민들도 목돈을 만들기 위해 인삼농사에 뛰어들었다. 그때 인삼에 엄청난 농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위의 문장은 직접 체험한 것이라 쉽게 와닿았다.

톨스토이와 아내 소피아 (출처: Flickr)

러시아 상류층도 톨스토이의 생각이 옳다는 데 동의했으나, 자신이 소유한 농토와 농토들을 내놓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오랜 사색과 고뇌를 거듭하던 톨스토이는 말년에 이르러 자기가 소유했던 농토를 농노들에게 배분하였고 농노들을 해방시켰다. 햄릿처럼 방황하고 돈키호테처럼 행동한 톨스토이의 결단에 의해 톨스토이 가족은 하루아침에 가산을 탕진했다. (...) 성자의 반열에 오른 톨스토이였지만 부인의 반발을 참지 못하여 1910년 10월 28일 가출을 감행했고, 가출 후 20여 일 만에 러시아 서부의 한적한 간이 기차역 아스타포보의 역장 관사에서 객사했다. (55~56)

톨스토이가 말년에 이런 결단과 가출 그리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러시아 상류층처럼 대부분은 현실의 안락함을 내려놓기 어렵기에 머리로는 알지만 결단하지 못한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아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옳다는 신념을 실천했다. 그리고 가출했고 비참하게 객사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명확한 인생철학을 가진 사람이 톨스토이였다. 비판할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만 언급한다. 

영국의 시인 쉘리(Perch B. Shelley, 1792~1822)는 "별을 동경하는 불나방(The desire of the moth for the star)"을 예찬하면서 낭만주의 시대의 문을 열었다. 낭만주의란 이성보다 감성을, 그리고 규범보다 욕망을 중시하는 문학과 예술의 사조이다. (60)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은 전설적 방랑인 페르귄트(Peer Gynt)를 모델로 동명의 희곡을 썼고, 음악가 그리그(Edvard Grieg)는 1875년 이 희곡에 삽입곡을 작곡하여 발표했다. 삽입곡 중 나오는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는 그 속에 흐르는 애절한 정서로 인하여 전 세계 음악인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젊은 부인 솔베이지를 집에 두고 페르귄트는 황금을 찾아 머나먼 곳으로 떠나 일생 동안 방랑을 했고, 솔베이지는 평생 페르귄트를 기다렸다. (64)

'페르귄트 모음곡'을 좋아한다. 하지만 전설적 방랑가라는 배경 스토리는 모르고 있었다. 음악과 이야기는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페르귄트에 대한 책으로 음악의 배경을 이해할 차례가 되었다. 

게리케의 마그데부르크 반구 (출처: Wikimedia Commons)

1643년 토리첼리에 이어 1654년 게리케의 실험을 통하여 진공의 힘, 즉 대기압의 힘이 인식되면서 대기압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으려는 시도가 과학자들 사이에 불붙었다. (73)

원자력 에너지는 이렇게 폭탄이 되어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고, 발전기를 돌려 인류의 복지에 사용될 수도 있다. 수단매체는 인간이 그것을 어떤 목적에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그 존재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96)

최귀동 씨는 1990년 영면하여 충청북도 음성의 꽃동네 입구에 묻혔고, 사회 각계에서 들어온 조의금으로 비석과 동상도 세워졌다. 그는 무극천 다리 밑에서 만난 걸인들의 하소연을 무시해버리지 않고 받아들여서 삶의 목적함수를 정립한 이후 거룩한 삶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함수의 유무 여하가 이처럼 삶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104)

터키가 서유럽 지향의 목적함수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선택한 외교 정책은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 가입이었다. (...) 터키는 나토의 최대 세력인 미국에 매달렸다. 마침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터키에게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한국전쟁 파병을 요구했다. 터키는 미국의 조건에 즉시 응했고, 총 1만 4,936명을 한국전쟁에 파견했다. (...) 한국전쟁에서 전사 742명, 부상 2,147명, 실종 175명, 포로 346명의 희생을 감수했다. 이런 희생에 대한 당연한 대가로 터키는 1952년 2월 나토에 가입했다. (105~106)

한국전쟁과 터키의 나토 가입이 이렇게 관련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조건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에 요구한 바가 있다는 것과 참으로 유사하다. 터키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젊은 피를 흘릴 이유가 없었는데 이제야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은 유한한 자원(예, 물자와 에너지) 속에서 유한한 시간(예, 자기에게 주어진 수명) 속을 살아가는 생명체이다. 따라서 자원과 시간을 코스트(cost)라는 개념으로 묶으면, '코스트 최소화'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적함수의 하나가 될 것이다. (120)

자유경쟁 사회에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도 자기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나타나면 패자가 되어 도태된다. 이는 실존철학에서 말하는 부조리의 하나이다. 실존주의 작가 카뮈에 따르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을 말한다. (157)

알베르트 카뮈 (출처: Flickr)

부조리란 말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잘 표현했다. 이런 문장을 보면 철학자들이 깊은 성찰을 하며 살고 그 결과가 글로 나오는 것이라 추측해 본다. 자신의 하루하루를 보며 성찰의 시간이 없음을 한탄한다. 수많은 정보의 입력은 있으나 스스로 곱씹고 생각하는 시간이 없으니 입력은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가능하면 접했던 이벤트를 나만의 생각으로 치환하여 블로그에 남기려고 노력한다.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격(p) > 제품의 원가(c) 부등식을 수식이 아닌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으로부터 느끼는 가치는 그 제품의 가격보다 커야 하고, 가격은 공급자에게 소요된 원가보다 커야 한다. 이는 '너 살고, 나 살기' 식의 삶을 실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된다. (172)

이처럼 '3S'로 표현되는 '표준화, 단순화, 전문화'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따라 모든 작업을 동시화한 대량 생산 방식은 생산성의 획기적인 상승을 가져왔다. (...) 생존부등식의 우측 부등호를 훌륭하게 만족하여 '자동차왕'에 등극한 것이다. (175)

테니슨은 인생을 달관한 경지에 이른 나이(82세)에 이 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생을 오크처럼 살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는 오크의 겨울을 인생의 노년기(60대 이후)에 비유하면서, 오크가 잎을 다 벗지만 '적나라한 힘'을 가진다고 예찬했다. 여기서 우리는 '적나라한 힘', 즉 입고 있던 옷을 다 벗은 뒤에도 남아 있을 힘을 '나력(naked strength)'이라고 부르면서 그것이 철학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보자. 권력을 휘두르던 정치가가 권력이라는 옷을 벗은 뒤, 즉 직책을 그만둔 뒤에도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그는 나력을 가진 셈이다. (181)

테니슨의 시에서 등장하는 '오크', 그리고 '적나라한 힘'을 권력자들의 나력으로 연결하는 생각의 힘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적지 않은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자들은 현역시절에도 구설수에 오른다. 일반 국민들의 도덕 기준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일반적이라며 허용하는 분위기가 많다. 직책을 그만둔 뒤에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나력을 가진 자는 안타깝게도 극히 드물다. 

나력의 개념은 인간이 창조한 작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수에즈 운하 개통을 경축하는 행사에 쓰기 위해 베르디에게 위촉하여 작곡된 오페라 <아이다(Aida)>는 경축 행사가 끝난 뒤, 즉 옷을 벗은 지 10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까지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도 마찬가지이다. (182)

Peter Principle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런 사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로렌스 피터(L. J. Peter) 박사가 1968년에 펴낸 <피터 프린시플(Peter Principle)>이며, "위계 조직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능의 수준까지 승진하게 된다(In a hierarchy every employee tends to rise to his level of incompetence)"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4)

가치 창조에 이르는 상상력은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그 달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와 연구를 계속하는 사람에게 오는 것 같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창조에 이르는 결정적인 상상력은 어떤 특정 순간에 나타난다. 이 순간에 관하여 <창조적 행동>의 저자인 심리학자 아서 케스틀러(Arthur Koestler)는 '이연현상(Bisocia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떤 경험과 자신의 목표 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관계 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현상이라고 불렀다. (222)

상상력의 발휘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토양,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여유가 숨 쉬는 조직 분위기를 필요로 한다. 어떤 선입견에 구애받거나 속박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는 상상력이 자라기 어렵다. (226~227)

이 문장도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의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관리해야 한다며 투자한다. 스카이 대학을 위해 올인한다. 남보다 좋은 성적을 위해 나만의 비법을 찾아 사교육을 받는다. 그들에게 상상력이란 기대하기 어렵다. 오직 성취 뒤에 자신의 고생담을 이해해 달라는 하소연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인물이 되기 쉽다는 우려다. 그들에게 타인을 위한 배려나 공공을 위한 희생은 기대하기 힘들다. 시험 잘 치른다는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현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인간은 일을 해야 살 수 있고, 경영학은 일을 잘하기 위한 학문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의 3요소는 무엇일까? 생존부등식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 3요소는 감수성, 상상력, 탐색시행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249)


독서습관 734_삶의 정도_윤석철_2017_위즈덤하우스(230518)


■ 저자: 윤석철

2005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을 정년퇴임하고,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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