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부장판사의 4월 13일 강의에서 IT감수성과 일상 활용 능력을 보여주는 모습에 감동해서 그의 책 <인생의 밀도>를 통해 그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강의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 '강민구'와 호기심 많은 얼리어답터로서의 삶의 성과, 그리고 인생철학을 알 수 있었다.
퇴직을 앞둔 나이에 킬러앱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활용해 삶의 밀도를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삶 자체가 IT문화에 호기심이 많았고 초임판사 시절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기기와 기능에 대해 배운 결과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실과 타협하고 과거의 지식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강민구 판사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타인을 위해 공유하며 살아왔다. 소위 재테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큰 부를 이루진 못했지만, 살아가는 모습으로 자녀들을 양육해 올바르게 자란 자식이 큰 성과라며 겸손하게 얘기한다.
기록하고 사유하며 생각근육을 키우라고 강조한다. 물론 생각근육의 전제는 육체근육이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며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책을 읽으며 IT감수성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걸렸다. IT의 변화를 무시하고 살았을 정도로 둔감한 편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IT 인프라가 바뀔 때마다 마지못해 따라왔다. 새로운 기기나 앱에 대한 호기심도 적어 다른 사람들이 익숙해질 무렵 조용히 동참했다. 생활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와 같이 생활을 편리하는 킬러앱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당장 저자와 같이 카톡에서 음성으로 계획을 세우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이 외에도 좋은 문장이 많다. 일부를 아래에 인용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882
익숙한 오늘의 안온함에서 벗어나는 모든 변화는 두렵고, 또 두렵다. 그러나 누군가는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준비하고, 누군가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변화에 끌려 다닌다. 역사를 살펴보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처는 대개 더 큰 두려움을 불러왔다. (43)
전략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예정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미래로 나아가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51)
기록은 기억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또 기록이라는 행위를 통해 기록하는 이가 사유를 심화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깊은 생각은 창의성의 바탕이 된다. (66)
바로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보다 낫게 만드는 힘이자, 더 나은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IT 감수성과 적자생존의 주체인 '생각근육'이다. (74)
생각근육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아직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바로 '육체근육'이다. 칼릴 지브란은 "신은 영혼을 위한 신전으로 우리의 육신을 만들었기에 신을 안에 모실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깨끗하게 신전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육체가 무너진다면 아무리 생각근육이 튼튼해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80)
'디지털적'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모든 생산적인 노력과 효율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가만히 '잠시 멈춤Space Out'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잠시 멈추고 조용히 관조한다. 이럴 때 디지털은 다시 의미가 변화해 한병철 베를린예술대학 교수가 <피로사회>에서 지적한 '성취를 강요하는 현대사회'로 변화한다. (115)
어쩌면 앞으로 법관을 희망하는 이들이 가장 파고들어야 하는 책은 법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고전일지도 모르겠다. (125)
류성룡은 1599년 환갑을 앞둔 무렵에 고향인 안동 하회로 돌아갔다. 그리고 왜란의 원인과 전개된 과정, 결과에 대한 분석까지 아울러 기록한 다음 '징비록'이라고 이름 붙였다. 징비는 <시경>에 나오는 '여기징이비후환(予其懲而毖後患)', 과거를 거두어 미래의 근심을 삼간다는 문구에서 따온 말이다. (153)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쌓아온 지식은 빠져나가도 지식을 쌓으며 다져진 태도만은 오히려 더욱 확고하게 남는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의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틀로 완성된 삶의 자세를 '격格'이라고 부른다. (165)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내공은 IT 감수성을 통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해 및 수용하고, 그 정보들을 기록이라는 과정을 통해 내 것으로 소화하며, 이렇게 정리된 사유를 생각근육으로 축적하는 과정을 거친다. (177)
신문訊問은 수사기관 또는 변호사가 어떤 사건의 당사자, 증인 등에게 묻고 조사하는 것이고, 심문審問은 법원이 당사자나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살피는 것이기 때문이다. (189)
전자법정이든 예술법정이든 목표는 같다. 사법서시스의 수요자인 국민의 시각에서 법정을 재설계하고 궁극적으로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수긍할 수 있는 재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 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내부직원과도 전자법정이라는 이성과 예술법정이라는 감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237)
새벽에 눈을 뜬 다음 나는 스마트폰을 리부팅한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 다시 새롭게 시작한 스마트폰을 켜고 '나한테 카톡하기'를 열어 말로 입력해 할 일 목록 To do list 개념으로 오늘을 계획한다. 오늘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과,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떠올리며 정리하면 일기를 미리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256)
독서습관 722_인생의 밀도_강민구_2018_청림출판(230428)
■ 저자: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1988년부터 판사로 일해 왔으며 대법원 법원도서관장과 부산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함께하는 법정>, <손해배상 소송실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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