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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21]인생은 고달파 ②_서문뇨가 남천세로 환생까지 반세기 동안 중국 농촌의 변화

by bandiburi 2023. 4. 26.

지난 오십 년 동안 중국은 20세기 인류역사의 상징적인 실험장이었다. 극단적인 사회주의시대를 살았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극단적인 자본주의가 도입되었다.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이념의 카니발이 열였고,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이념의 카니발이 열렸고, 자본주의 중국에서는 돈의 카니발이 열리고 있다. (...) 중국 농민들이 이 두 시대와 두 카니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동참하고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 두 시대와 두 카니발은 중국 농민들에게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중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모옌의 <인생은 고달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 농민들이 겪은 경험은 인류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그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와 질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521)
<인생은 고달파> 1권에서 서문뇨의 돼지로서의 생은 2권에서도 이어진다. 서문뇨는 가족의 여러 짐승으로 환생해서 세대를 이어가며 충성스러운 생을 살다가 마감한다. 나귀, 소, 돼지, 개로 환생하며 서문뇨로 억울하게 죽었던 기억들이 점점 희미해진다. 원숭이로 태어나기 직전에는 염라대왕이 직접 2년간 더 원숭이로 보내며 원한을 깨끗이 털어버리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마침내 새로운 천년을 맞아하며 서문뇨 가계의 후손인 '남천세'로 태어난다. 
"이 세상에는 원한을 품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염라대왕이 슬프게 말했다. "우리는 원한을 품은 영혼이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물론 원한을 가진 영혼들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항상 있지만." (...) " 이 년 동안 모든 원한을 깨끗이 씻어버려라. 그러면 너는 사람으로 환생할 것이다." (473)
제일 마지막 문장은 소설의 첫 문장과 동일하다. 마치 서문뇨가 여러 짐승을 거쳐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듯이, 소설의 시작과 끝을 연결해서 다시 소설이 시작되는 듯한 구성을 취했다. 소설에서 저자는 1950년부터 반 세기 동안 중국의 공산주의 혁명과 자본주의 반동의 시대변화 속에서 인민들이 어떻게 적응하며 고난의 시기를 겪었는지 서문뇨 집안의 사람들과 그곳에 함께 공존하는 짐승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새천년과 함께 태어난 아기여서 '천세(千歲)'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남천세가 다섯 살 되는 생일에, 내 친구를 앞으로 부르더니 장편소설을 낭독하는 자세를 하면서 말했다. "나의 이야기는 1950년 1월 1일부터 시작한다. ... "(518)
내가 소였을 때 그가 한 말이 생각났다. 소야, 태양은 저들의 것이고, 달은 우리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도 인민공사 땅에 겹겹이 포위된 그 좁고 긴 땅을 찾을 수 있다. 그 1무 6푼의 땅은 바닷속 암초처럼 영원히 가라앉을 줄 모르는 사유지였다. 남검은 반동의 전형으로 진작부터 온 성에 이름이 나 있었으니, 그를 위한 나귀와 소였던 나의 영광은 기실 반동으로서의 영광이었다. "토지가 우리 자신의 것이어야만 우리는 토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41)
모주석 없는 신중국은 있을 수 없었고, 신중국 없이는 서문촌 살구나무 농장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서문촌 양돈장이 없으면 나 열여섯 번째 돼지도 존재할 수 없었다! (97)
독자는 불교적 윤회사상에 기반을 둔 다양한 짐승의 입장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참신한 상상력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 모옌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자기 자신의 이름을 포함했다. 이야기꾼이라는 말을 증명하듯이 나귀부터 원숭이까지 환생하면서 짐승의 성질과 인간의 성질을 잘 조합해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인간군상을 지켜보는 형식을 보여준다. 
나는 예전에 <둥근달>이라는 막언 소설에서, 고밀현 개들이 보름마다 천화광장에 모여 모임을 가진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 맥주병들과 햄들은 개들이 모임하고 남긴 흔적일까? (305)
후반부에서는 가족관계가 뒤얽혀 약간은 혼란스러운 면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오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손자 세대는 불운한 결말을 맞는다. 과연 남천세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여운을 남기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모처럼 중국 근현대사를 흥미진진하게 조망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때 개울 얼음이 깨지면서 아이들이 얼음 속으로 빠져버렸다. 이때 나는 돼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영웅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정의를 지닌 사람이었다. 나는 얼음물 속으로 뛰어들어 입으로 - 입으로 물었다고 해도 나는 돼지가 아니었다. - 여자아이의 옷을 물었다. (...) (207)
건달같이 생긴 염라대왕이 내가 자신의 대전에서 행패를 부릴까봐 치사하게도 환생의 절차를 생략하고 나를 직접 개의 자궁에 집어넣어버린 것이다. (213)


독서습관 721_인생은 고달파 ②_모옌_2008_창비(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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