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정된 삶을 위해 편안한 보금자리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보금자리는 살기 위한 장소를 넘어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일희일비하며 뉴스의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나 SNS에서도 부동산 관련 콘텐츠가 헤아릴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대다수의 비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쉽고 재미있는 책이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이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용어를 쉽게 설명하고, 영화나 드라마 또는 예능인들을 등장시켜 사례를 만들어서 한 번 더 이해를 돕는다.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무주택자들은 언제쯤 구매해야 할지, 유주택자들은 매도할 타이밍을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무주택자로서 책을 덮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고령화, 저출산, 저성장의 길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살아갈 국가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결론이다. 짧은 기간에 바꿀 수 없는 시기가 되면 다가올 정해진 것이라는 게 문제다.
분량이 많이 1, 2부로 나눠서 포스팅한다.
분양가상한제에서 분양가는 [택지비+건축비+적정이윤]으로 구성됩니다. 재개발 재건축사업 주체인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높을수록 이익인데, 택지비(공시지가)는 매년 오르니 분양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를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다수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들이 착공을 먼저 하고, 분양을 나중에 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착공은 했지만 분양을 하지 않은 사업장이 많아진 것입니다. (36)
분양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분양가상한제가 재개발 재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문장이다. 둔촌주공아파트가 최근에 화제였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분양을 했다. 왜 착공 전에 분양하지 않고 공사 중에 분양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건축비 증가로 인해 시공사와 조합 간에 분쟁이 있었지만, 공사가 지연되는 부분은 양사가 모두 원하지 않는 방향이다. 특히 조업 측에 비용 증가로 인한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기에 불리하다.
전국주택매매가격지수에는 강남의 아파트뿐 아니라 한적한 농가의 단독주택들도 포함되니 주거용 부동산의 소비자물가지수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한다고 비난하지만 언론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보니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주로 보도합니다. (64~65)
언론에서 보도하는 전국주택매매가격지수와 실제로 아파트 매매가의 증감폭이 차이가 나는 이유가 설명된다. 수도권이나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는 몇십 퍼센트 감소했지만 전국주택매매가격지수는 몇 퍼센트 정도 감소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잘 설명된다. 기사를 읽는 시야를 넓혀 주는 문장이다.
대출규제 등 시중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외의 각종 부동산정책은 집값의 장기 상승 또는 침체의 대응 방편으로서 본디 후행하는 데다가, 국내 경제의 성장과 안정이라는 요소를 우선하기 때문에 집값의 추세를 전환할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80)
과거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면 부동산의 지나친 폭등과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결과에 대한 처방식으로 정책을 내놨다. 모든 정책은 선행적으로 취하는 것이 아니라 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값의 추세를 바꿀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은 후행한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책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반복되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나 공급의 추이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 중 수출이 잘 되는 시기에는 무리하게 내수활성화를 도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수출이 부진할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수를 진작해야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동산을 활성화하여 건설 등 유관 산업의 수혜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84)
부동산은 건설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관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내수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혜택을 주며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도모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우리 경제가 성장을 지속했지만 앞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진행되며 기존의 방법이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인플레이션 부담 없이 미국이 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했던 과거에는 수출이 부진할 경우 내수 진작을 위한 부채 주도의 부동산 활성화가 가능한 정책적 수단이었으나, 이제는 거대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끝이 모를 긴축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91)
매크로 관점에서 바라보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우리나라 인구구조상 세금부담은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 세금 변수는 단기 수요를 좌우하기보다는 중장기 다주택자 수요 약화에 기여할 전망입니다. (99)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향하고 있는 곳이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조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감소하고 사람들이 실질적인 가치를 추구할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지속적인 가치 상승 기대는 사라지고 일본처럼 거주의 개념으로 변하고 이는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영끌을 조장해서 청년들의 고혈을 빼먹는 일은 과거의 흔적으로 남겠다.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Irving Fisher, 1867~1947)는, 일찍이 "화폐공급량의 증감이 물가 수준의 등락을 정비례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하는 화폐수량설을 주장했습니다. 화폐수량설은 아래와 같은 교환방정식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 (102)
M.V=P.Q (M=통화량, V=화폐유통속도, P=가격, Q=생산량)
인구와 소득은 변동성이 낮고 예측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은 유동성과 공급에 비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산율 0.7~0.8%에서 심각성이 드러나듯이 인구는 미래 부동산가격을 흔들만한 잠재적인 이슈입니다. 소득의 경우, ① 초고소득 기회요인 감소, ② 이자비용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해 당분간 부동산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103)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지만 크게 언급되지 않는 부분인 인구 구조의 변화와 가처분소득에 대한 이야기다. 인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여러 회사에서 주역이었던 베이비부머가 매년 몇 십만 명씩 은퇴하고 있다. 반면에 시장에 진입하는 인구는 작다. 가구를 구성해서 주택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더 이상 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준다. 일인 가구의 증가를 언급하지만 한시적일 것이다. 더구나 가계대출 이자로 금융노예로 살고 있는 가구들의 가처분소득 감소는 더욱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 저자가 잘 정리해 놓은 문장으로 시중 유동성과 주택 공급에만 쏠려 있는 시야를 확장해서 볼 수 있다.
2부로 이어진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859
독서습관708_부동산을 공부할 결심_배문성_2022_어바웃어북(230323)
■ 저자: 배문성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기업평가,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외국계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에서 크레딧 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재직 기간(2008~2015) 건설업 애널리스트로서 부동산 하락 사이클을 심도 있게 연구했고, 국책은행(2015~2021)에서 국내외 여러 업종의 심사평가 및 여신업무를 수행하고 <개도국은행편람>을 발간하며 글로벌 경제와 은행 시스템에 대한 인사이트를 키웠다. 이후 고금리의 귀환과 채권의 시대를 전망하며 2021년 말 채권시장에 뛰어들었고, 시장에서 금리와 밀접하게 호흡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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