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오빠를 이어 마지막으로 셋째의 수능시험이 있었다. 오빠들에 비해 자유롭게 자랐다. 수능시험으로 대학교에 입학할 자격을 검증한다. 막내는 제도의 틀 안에서 배우는 방식을 힘들어했다. 부모로서 평범하게 학년에 맞는 학업의 강약을 따르길 바랬다.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가 마음에서 우러날 때가 있는 법이다. 소에게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고 목마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래도 딸은 고3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주어지는 수능시험 자격을 거부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침 일찍 엄마가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입실했다. 첫째와 둘째를 시험장에 보낼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오늘의 경험이 딸에게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시험을 위해 열심히 했든 다른 활동에 관심이 있었든 의미를 가질 것이다. 그래서 시험을 마친 후 딸이 느끼는 바를 글로 남겨보라고 권했다. 시험 다음 날 열심히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글로 적어 비공개 블로그로 포스팅했다고 한다. 앞으로 1년 뒤, 5년이나 10년 뒤에 자신의 글을 읽으며 계속해서 성장해 갈 것이다.
수능시험을 잘 치르고 좋은 성적을 가지고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할 수 있기를 수험생도 부모들도 조부모들도 바란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할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밤에 좋은 꿈을 꿨는데 손녀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하신다. 그래서 아마도 그 꿈은 딸의 미래가 잘 될 것이라는 의미 같다고 말씀드렸다.
여전히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미래를 담보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결국은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 위해 대학을 가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다양한 체험을 하며 경력을 쌓기도 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과 같이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이 길이 바람직한 길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대다.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은 과거의 지식이고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솔루션을 얻을 수 있는 지식이다.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지혜를 배우는 길은 대학 이외에도, 책, 여행, 교류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가족의 마지막 수능 열차가 지나갔다. 이 시험이 왜 그렇게 중요하지? 이런 질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수능시험을 보느라 수고한 딸에게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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