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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회사 입사동기들과 점심식사 이야기 그리고 관계(221025)

by bandiburi 2022. 10. 28.

(출처: free svg)


입사 동기들이 어탕국수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몇 년 만에 만난 동기들이다. 1999년 3월에 50명 정도가 인턴 과정을 거쳐 현재의 회사에 입사했다. 1997년 IMF를 경험하며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시장은 갈수록 악화일로였다. 어렵게 입사했지만 일 년이 지나자 50퍼센트 정도가 회사를 떠났고, 남은 자들은 어느새 23년이 넘도록 한 회사에 몸 담고 있다.

모두들 이제는 회사에서 관리자의 위치에 있다. 30분 정도의 짧은 모임에 회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지난 9월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 과정에서 소방본부로부터 지원된 특수 펌프차량에 대한 이야기로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가 입담을 자랑했다. 소방대 규모가 커서 17명 정도가 한 팀이 되어 움직이고 밥차까지 따라다닌다고 한다. 늘 비상상황에서 대응해야 하니 그렇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관리자들이 되다 보니 노조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누고 이직한 친구의 근황도 언급됐다.

자녀들도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이전에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가족들까지 모이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 얘기만 오간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쏟아야 하는 관리자로 살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일생에서 한창 일할 나이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 앞선 세대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생각을 씻어낼 수 없다. 뭔가 형식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그 느낌이 아쉽다.

인맥을 넓히고 유지하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사는 것 같아 언제부턴가 동창회나 동문회를 참석하지 않는다. 회사에 함께 입사해 동일한 기억을 가졌던 동기들이 그들만의 기억이 훨씬 많아졌다. 이질감이 커진다. 동기모임은 중고등학교 동창회보다 어쩌면 더 모래알 같은 모임이다. 회사를 떠나는 순간 대부분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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