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마을은 고등학생 이하 아이들이 없다.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노년층이다. 산과 들로 돌아다니며 경쟁적으로 수렵 채집하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자연의 사계절은 사람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반복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열매를 제공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바쁜 가을걷이가 끝나면 마을 주변에서 도토리와 밤을 주으셨다. 더 이상 줍는 사람이 없어서 거의 어머니 차지다. 밤은 자식들에게 선물하시고 도토리는 묵을 만들어 드셨다. 아버지는 묵을 너무 많이 드셔서 싫어하실 정도였다.
그런데 2022년에는 도토리에 대한 어머니의 애정이 더욱 커졌다. 우연히 마을을 방문한 도매상인에게 도토리에 대한 수요를 들으셨기 때문이다. 1kg에 2천 원 정도 받을 수 있다는 정보와 함께. 마을 주변에는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많다. 어린 시절 참나무를 떡메라고 하는 나무 방망이로 때려서 강제로 도토리를 수확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아무도 줍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의 노다지가 되었다.
올해는 집에서 묵을 만들지 않고 주워서 대부분을 파셨다고 한다. 한 번 주우시면 몇 십 kg가 된다. 도토리를 팔아 보일러 물이 새는 것도 40만 원을 주고 고쳤다고 한다. 손주들에게 용돈도 주신다.
가을 벼베기를 하러 시골에 들렸을 때 어머니가 사라졌다. 밭 주변에서 도토리를 줍고 계신다. 큰아들과 함께 도토리를 주웠다. 30분 정도에 2kg 정도를 줍는다. 밭쪽으로 떨어진 것은 줍기 쉬운데 산 쪽으로는 잡풀이 무성해서 위험해서 포기했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에도 우수수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자연은 시시때때로 선물을 준다. 우리가 모르고 지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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