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안 앤더슨이 오십 세가 되는 가을에 남편과 별거한다. 그녀는 뉴욕과 보스턴 사이의 케이프 코드 바닷가 오두막에서 홀로 일 년간을 보내며 자신을 성찰하며 보낸다. 그리고 <A Year by the Sea>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한국어 번역은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로 황혼이혼이나 졸혼이 많은 중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목이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뜻밖의 경험을 했을 때 기분이 바뀌고 마음이 바뀐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새로운 경험에서 솟아나는 이미지와 언어를 보고 듣고 간직하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 -클라리사 핀콜라 에스테스 <늑대와 함께 달아난 여자들> (27페이지)
남편을 중심으로 살았고,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것에 맞춰 지내왔고,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타인의 기호에 맞춰왔던 한 여인이었다. 두 아들이 결혼해서 집을 떠나고, 고양이마저 죽어버린 집에 애정이 식어 의무감으로 살고 있는 남편과 덩그러니 남겨졌다. 마침 남편이 먼 곳에서 근무하게 되어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저자는 남편을 따라가지 않고 케이프 코드 오두막으로 가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한다.
홀로 바닷가 오두막에서 지내며 자연과 소통하며 과거의 삶을 돌아본다.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생선가게에서 일을 시작한다. 심지어 보일러 수리를 위한 긴급 자금 1200불을 마련하기 위해 바닷가 조개잡이도 한다. 글을 쓰는 정신적인 일을 하던 도시의 여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육체적인 노동을 통해 새롭게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얼굴이 구릿빛으로 탔지만 노동을 통해 얻는 보람이 있다.
자기 몸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은 여전히 마르기를 원하고 굶기는 계속되고 있다. 돈은 벌수록 좋고 몸은 여윌수록 좋은 것이다. 어머니들만 딸들에게 마르고 예쁘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딸들 스스로도, 그것도 늙어서까지 그것을 덕목으로 강조한다. 여느 여자도 이 물개들만큼 참되고 자유롭지 못하다. (49)
바닷가 주변을 산책하다 만난 92세의 조안 에릭슨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행운이었다. 인생의 선배로부터 삶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저자는 조안 에릭슨과의 만남을 책으로 냈다. <A Walk on the Beach>다. 인생은 계속해서 흘러가는 것이다. 정해진 목적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365일을 자연 속에서 홀로 지내면서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보고, 아들과 며느리들과의 과거도 돌아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주변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정립된 여성관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주체성을 가진 여인으로 거듭난다. 자신의 변화를 통해 남편의 변화도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은퇴한 남편과 오두막에서 재결합한다.
당신은 문 하나를 닫았지만 또 다른 문을 활짝 열어젖힌 거라구요! 사람은 홀로일 때 발전하고 환멸을 느낀 뒤에야 진리에 이를 수 있는 거랍니다. (134)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가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는 시기에 황혼이혼을 하는 비율이 증가했다고 한다. 국가에 관계없이 어느 나라의 부부든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배우자에 대한 이해보다 미움이 앞서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부부관계에 위험이 닥친 사람들에게 특히나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과도한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몰입은 자신과 환경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한다. 결국 나중에 후회할 결정에 이르기 쉽다. 저자와 같이 서로 별거하며 생각하는 시간, 색다른 생활방식을 가져보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인생이 다하는 때까지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부정적인 감정에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 저자: 조안 앤더슨 Joan Anderson(1943~, 미국 뉴욕)
조안 앤더슨은 많은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은 <텔리베전 버릇 고치기 Breaking the TV Habit>를 비롯한 많은 어린이 책을 썼다. 이 책 <오십에 길을 나선 여자 A Year by the Sea: Thoughts of an Unfinished Woman>는 그녀의 첫 번째 논픽션으로 남편과의 별거를 계기로 쓰여졌다. 별거에서 재결합에 이르기까지 케이프 코드의 작은 어촌에서 혼자 생활한 1년을 다룬 이 책은 1999년 출간되어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3년에는 은퇴한 남편의 새로운 생활과 자식을 떠나보낸 부부의 삶을 그린 <미완성 결혼 An Unfinished Marriage>를 썼고, 올해 4월에는 혼자 생활할 때 만난 스승이자 친구인 조안 에릭슨과의 우정을 그린 <해변의 산책 A Walk on the Beach>를 펴냈다. 현재 여성문제와 간소한 삶에 대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케이프코드에서 남편과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가 자아를 찾는 여성들과 며칠간 함께 생활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주기 위해 만든 <바닷가의 주말> 프로그램은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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