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적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재미있게 읽었다.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작가의 풍부한 상식이 더해진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파우스트>와 많이 닮았다.
주인공 도리언은 순수한 영혼의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어느 날 바질의 초상화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했던 기도가 그의 삶을 바꿨다. 초상화에 그려진 젊은 모습은 영원히 남겠지만 자신은 점점 늙어갈 것을 한탄한다.
놀랍게도 초상화처럼 젊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면 하고 바랬던 것이 실현된다. 육체는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반면에 초상화는 현실의 삶을 반영하며 초라하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변해간다.
바질의 지인이었던 해리가 그를 방문해 도리언을 만난다. 해리는 도리언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다. 도리언은 지루한 바질보다는 언변이 좋은 해리에게 매력을 느낀다. 해리와 대화하고 그가 추천하는 책을 읽으며 쾌락을 추구하는 해리의 삶을 닮아간다. 도리언의 외모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타락해간다. 도리언과 만나 교류한 사람들은 불행을 당하고 죽음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도 다른 사람들은 외모가 변하지만 도리언은 그대로다. 하지만 도리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완전히 변한다. 더 이상 그의 외모에 감탄하며 추종하지 않는다. 경계한다.
도리언은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면이 황폐해지고, 주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했던 기도를 후회한다. 그리고 초상화를 그렸던 바질을 살해한 나이프로 추악해진 자신의 초상화를 찌른다. 그러자 초상화는 젊은 도리언으로 회복된다. 현실의 도리언은 추악한 노인의 모습으로 칼에 찔려 사망한다.
인간은 죽지 않는 영원한 불로장생을 바란다.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수술을 하고, 약을 먹고, 운동을 한다. 영원히 산다는 것, 늘 젊다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세월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들이는데 혼자만 변하지 않는다면 그 엇박자에 적응할 수 있을까.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은 인류의 소망이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상상력의 결과물 중의 하나가 소설이다.
우리는 소설을 통해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주인공들의 삶을 간접체험 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결론은 현재를 행복하게 살자가 아닐까. 허황된 바람을 가지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에 만족하자는 것이다. 19세기 말을 살았던 오스카 와일드의 생각을 소설을 통해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소득이다.
가난이 문틈으로 기어들어 온다면, 사랑은 창문 밖으로 달아나 버린다는 속담이 있지. (1권 127페이지)
오! 아름다운 나의 여인이여 당신이 제 여린 영혼을 구원해 주었다고요! 당신은 저에게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어요. 오늘 밤, 저는 난생처음 제가 그동안 연기했던 모든 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공허하며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1-159)
바질이 그려 준 초상화 앞에 서서 악독하게 늙어 가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거울을 들고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런 극적인 대조는 그에게 극도의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었고, 자신의 영혼이 타락하는 것에도 차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2권-22~23페이지)
아, 대체 왜 그토록 오만하고도 격렬한 기도를 했단 말인가! 왜 초상화가 그의 생명이 지닌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게 하고, 청춘의 광채를 영원히 간직하게 해 달라고 빌었단 말인가! 그의 모든 실패는 바로 그 순간 시작되었다. 차라리 살면서 죄를 지을 때마다 확실한 처벌을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처벌은 영혼을 정화시키는 법이다. (2-175~176)
도리언은 방을 둘러보았다. 바질을 찔렀던 나이프가 보였다. 핏자국이 없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씻었던 나이프는 반짝거리고 윤이 났다. 이제 그 나이프는 바질을 죽였던 때처럼 바질이 그린 작품과 그것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없앨 것이다. 나이프는 과거를 죽일 것이고, 과거를 죽인다면 도리언도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나이프는 이 끔찍한 영혼의 생명을 죽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는 평화를 누릴 것이었다. 그는 나이프를 힘껏 움켜쥔 채 초상화를 찔렀다. (2-18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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