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세상에서만 효과가 있는 완벽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현실 세계에서 효과를 내는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는 게 틀림없이 더 낫다. 그런데 최소 만족은 너무 쉽게 ‘비합리적’이라고 묘사된다. 하지만 어떤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게 틀린 것은 아니다. (366)
'오길비'라는 광고회사를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유명한 광고회사 오길비의 부회장까지 오른 로리 서덜랜드는 이성적, 논리적, 완벽한 해결책을 추구하기보다 비합리적, 감성적, 불완전한 방안이 얼마나 중요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인간은 과거 자연에 노출되어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상황을 이성적,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판단하지 않았다. 즉각적인 직감으로 판단하고 행동했고 그 결과로 지금까지 세대를 거듭하고 있다.
회사가 교육에 투자했을 때 가장 큰 이득은 직원들의 충성심이라는 게 교육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57)
서로 다른 제품이 경쟁하면서 비싼 비용을 들여 정체성을 차별화하는 것이 겉으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이 이를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품질 관리와 혁신에 보상을 주기 위해서다. (305)
한국어 제목을 왜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라고 붙였을까 생각해 봈다. 아마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이 때로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한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날아가는 공을 잡을 때 그 궤적을 매번 계산해서 잡지 않는다. 직감으로 위치를 찾아 이동해서 받는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계산을 통해 과학적인 해답이 나온다.
이성의 기능에 관해 가능성 있는 놀라운 설명이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전이다. ‘논쟁 가설’은 인간의 뇌에 이성이 나타난 것은 우리의 행동이나 신념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이성은 고도로 사회적인 종으로서 우리가 필요에 의해 적응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 그러나 개별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188)
이 책을 시작할 때 보았던 자선단체 사례에서 합리적, 논리적 개선은 실패하고 비합리적 혹은 심리적 개선은 성공했었다. 우리가 모든 문제를 우리 뇌의 다른 부분은 죄다 무시하고 오직 전전두엽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멈춘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해결책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202)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수학적 모델링에 대한 부분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은 합리적인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모델링한다. 그 모델을 수식으로 표현하고 계산 결과 답이 나온다. 그 모델에 대한 완벽한 답안이다. 하지만 상황을 너무나 단순화시켰기 때문에 이 완벽한 답은 사회에 적용하기에는 불완전한 답이 된다. 그래서 이성적, 논리적 해결안을 추구하기보다는 비합리적이라도 직감에 의해 빠르게 도출한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게다가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규칙은 미신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인류학자 리처드 레딩 Richard Redding의 설명에 따르면 돼지보다는 닭을 기르는 게 여러 중요한 이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닭은 돼지보다 더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다. (…) 둘째, 닭은 중요한 부산물인 알을 낳는 반면, 돼지고기는 그렇지 못하다. 셋째, 닭은 훨씬 작아서 24시간 내에 소비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운 기후에 많은 양의 고기를 보관해야 하는 문제를 없애준다. 마지막으로 닭은 유목민도 기를 수 있다. (…)” (127페이지)
또 한 가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중동이나 인도에서 왜 닭고기를 돼지고기보다 선호하는 가에 대한 리처드 레딩의 설명이었다. 인도에서 4년 동안 주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인도인들은 채식주의자도 많지만 비채식주의자도 돼지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닭고기를 주로 먹는다.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레딩의 설명이 적당해 보였다.
오길비에서는 이제 ‘파이브 The Pipe’라고 하는 인턴십 제도를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지원자는 대학을 졸업할 필요도 없고, 젊을 필요도 없고, 아무런 자격증이 있을 필요도 없다. 사실 우리는 처음 몇 단계 동안 블라인드 방식으로 사람들을 뽑는다. (156)
샌드위치는 평균적인 사람이 발명한 음식이 아니었다. 샌드위치 백작 the Earl of Sandwich은 도박에 미쳐 있던 사람이고, 그래서 카드 테이블에서 일어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음식을 요구했다. (158)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드라마란 현실에서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것에 불과하다.” (184)
이 책은 저자 로리 서덜랜드가 옆에 사람에게 얘기하듯이 서술했다. 그래서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광고의 세계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유튜브에서 그의 TED 강연의 조회수가 높은 것을 보면 그의 주장이 상당 부분 현실적이다. 이성과 논리를 강조하는 시대에 사람에게 어필하는 광고는 우리의 직감이 더 필요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신 포도 Sour Grapes>는 세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사기꾼이지만 똑똑한 인도네시아 출신의 와인 전문가 루디 커니아완은 싸구려 와인을 몇 가지씩 섞어 고급 부르고뉴 와인을 복제한 다음 가짜 코르크와 라벨을 장식했다. 그가 유일하게 들통이 났던 것은 존재하지 않는 빈티지의 와인이라고 속이려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커니아완의 가짜 와인을 라벨을 보고 알아낼 수는 있어도 맛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고 한다. (339~340)
이 책의 내용 중 단 한 줄도 내 사무실에서 쓴 것은 없다. 데이비드 오길비가 단 한 줄의 광고도 사무실에서 쓴 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그는 “한눈팔 게 너무 많아”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아마 80퍼센트 정도는 그 전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에 썼을 것이다. 존 레넌이 말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낸 시간이 낭비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연금술이 날개를 펼 수 있는 순간들을 파괴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483)
■ 저자: 로리 서덜랜드 RORY SUTHERLAND
광고계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가 설립한 오길비앤매더Ogilvy&Mathe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부회장, 케임브리지대학교 졸업 후 1988년 카피라이터 인턴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입사 초기에는 '오길비앤매더 최악의 인턴'으로 불렸지만 곧 탁월한 실무 감각과 소통 능력으로 오길비앤매더에서도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부서를 이끌며 독보적 성과를 냈다. 삼성, 폭스바겐, 피자헛, 알리안츠 그룹, 도브, 넷플릭스, KFC, 이케아, 코카콜라, 네슬레, 레고 등 유수 기업의 브랜드 광고를 디렉팅 했다. 1,000만 뷰를 기록한 TED Talk '광고쟁이의 인생 교훈' '인식이 모든 것이다' 등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했다. 영국광고인협회장,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단장을 지냈고, 현재는 각종 강연과 <스펙테이터> <와이어드> 등 잡지 칼럼을 통해 전 세계 5,000여 브랜드를 성장시킨 '오길비 방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책은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 이론을 광고 마케팅 현장에 자유자재로 녹여내며 소비자 행동의 '보이지 않는 비밀'을 매혹적으로 담아낸다. 로리 서덜랜드의 마법은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데서부터 직원 채용, 제품 디자인, 집 구하기, 상사에게 덜 혼나기,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기, 심지어는 생태계 환경을 보호하고 공중보건을 개선하는 등 세상을 바꾸는 일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쉬지 않고 튀어나오는 시니컬한 영국식 유머를 만나면 지독한 논리 지상주의자마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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