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있는 '디지털에 남긴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법'이란 말이 책을 잘 요약하고 있다. DCX(Data driven Customer Experience)란 용어와 함께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저자는 여러 사례와 자신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인용해서 설명한다.
플리츠마마나 프롬과 같은 처음 듣는 브랜드명이 등장한다. 기존의 업계 관행을 벗어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 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고객이 디지털 세계에 남긴 흔적에서 니즈를 찾아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은 결과다.
최근 디지털 세대가 열광하는 제품으로 플리츠마마가 있다. 플리츠마마는 아코디언 모양으로 접는 니트 백과 함께 레깅스, 맨투맨, 조거 세트 등을 선보이는 국내 패션 브랜드이다. 플리츠마마가 다른 패션 브랜드보다 특별한 이유는 국내의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패션 제품을 제작하기 때문인데, 대표 제품인 니트 숄더백을 만드는데 폐페트병 16개 정도가 쓰인다고 한다. 플리츠마마의 고객들도 이 브랜드가 가지는 '의미'에 돈을 지불한다. (56~57)
의미 재설계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치 창출 재설계 Value Creation Re-Architecting'가 필요하다. 기존의 상품 기획 방법이나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는 모두 기능적 가치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적 가치를 위해서는 고객을 이해하는 방법과 기획, 마케팅하는 프로세스까지 모두 재설계되어야 한다. (74)
과거에는 기술에 중심을 두고 상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제는 획일적인 제품보다는 개개인의 니즈에 관점을 맞춘 기획이 필요하다. 시작은 디지털 데이터다. 모든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다.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문제나 과제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기존과 다른 점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문제를 찾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관행이었다.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고객의 니즈 해소를 위한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고 없으면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발생시킨다.
오가닉미디어랩의 프롬 From이라는 사이트였다. 프롬에는 내가 경험한 딸기처럼 어느 곳에서도 쉽게 팔지 않는 국내 각 원산지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와 대박인데? 여기 상품 MD는 미친 실력을 가지고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반전은 알고 보니 이 상품을 발굴해내는 사람이 직원이 아니라 '고객'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는 '발굴 중'이라는 섹션이 있었는데, 정말 괜찮은 상품을 만난 고객이 '발굴 중'이라는 섹션이 물건을 찍어서 올리면 상품 MD가 생산지에 가서 검증하고 계약해오는 구조였다. (84)
대부분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은 데이터에서 시작해서 분석하면 혁신에 이르는 새로운 가치가 나온다고들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 반대다. 풀어내고 싶은 문제, 달성하고 싶은 혁신의 정의가 먼저다. 해결하고 싶은 과제, 뚜렷한 목적 설정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 그다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를 찾아내야 한다. 문제를 먼저 찾고, 해당 문제를 풀기에 충분한 데터가 우리 조직에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데이터를 얻기 위한 새로운 데이 센싱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166)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경영대생들에게 파이썬과 프로그래밍을 가리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컴퓨터학과나 공대생들에게 필수라고 생각되었던 프로그래밍이 경영대생들이 변화된 세상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미다.
데이터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고 상황에 따른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면밀하게 보여주지만, 거기에 집중해서 관심을 갖고 봐야하는 건 결국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사람의 힘인 것이다. 즉, 데이터는 고객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고,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고객을 사로잡는 끌리는 경험 디자인은 데이터를 힌트 삼아 사람의 과감한 상상력이 더해졌을 때 생겨난다. (181)
구글 트렌드 trends.google.com, 네이버 데이터랩 datalab.naver.com, 썸트렌드 some.co.kr (255)
회사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며 파이썬을 레벨별로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업무에 활용하지 않으면 그때뿐 기억에서 사라진다. 제조업 현장에는 수많은 센서들이 있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설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AI가 활용된다. 하지만 시작은 사람이다.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도 회사 내부망에서 추천한 것으로 고객 경험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경험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마켓 리서치 회사를 통해 설문 조사를 하게 되면 통계 기반으로 대략적으로 대중들이 선호하는 상품의 기능 및 스펙을 정의하거나 어떤 경험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줘야 하는 경험은 통계에서 찾아낸 1가지를 잘 만들어서 모든 고객군에 적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다양한 니즈와 맥락을 찾아 각각의 맥락에 맞는 개인화된 콘텐츠나 개인화된 서비스이다. (326)
우리 경영대학 학생들은 학부 1학년 때부터 파이썬을 필수적으로 배우고, 데이터 분석과 AI 예측 모델 개발까지 선택적으로 배운다. 공대생이 아닌 경영대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이유는 경영 현장에서 엄청나게 발생하는 고객 데이터를 상품 기획 프로세스, 재무 관리 프로세스, 회계 처리 프로세스, 인사 관리와 인재 개발 프로세스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375~376)
■ 저자: 차경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경영정보시스템 전공 주임교수이며, 비즈니스인포메틱스학과 교수이다. 경영정보시스템 박사로 '기업의 DX 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연구했으며, 석사 과정에서 '추천 전문가 시스템'을 연구했다.
바야흐로 '제품'보다 '의미'를 구매하는 경험의 시대에 저자는 현재 필요한 새로운 고객 경험 디자인에 있어 '데이터'의 역할은 무엇이고, '경험' 설계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맥락에서 발견된 잠재 니즈와 그와 연결되는 새로운 의미적 가치 설계 등 데이터와 AI를 통한 다양한 혁신의 기회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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