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자기답게 살아가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모아 이 책을 썼습니다.
① 아내와 남편이 각자의 일을 위해 도쿄와 가나자와에 떨어져 사는 부부,
② 따로 사는 결혼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남편이 아내를 전면적으로 돕는 부부,
③ 정식 결혼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함께 사는 부부,
④ 전업 주부이던 아내가 생활비를 벌고 남편이 자유롭게 사는 부부,
⑤ 남편의 연애라는 위기를 맞이한 부부,
⑥ 남편이 이직하여 자원 봉사와 연구에 매진하는 부부,
이렇게 총 여섯 쌍의 이야기가 이 책에 등장합니다. 이들은 모두 전형적인 결혼 생활을 벗어난 삶을 삽니다.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기 전, 오로지 자신들만을 위한 새로운 부부 관계를 만든 것이기에 그 의미가 큽니다. (225~226)
아내가 이외수 씨의 졸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해준다. '졸혼'이란 말이 생소해서 구글링 하니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 시대>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근처 도서관에 마침 이 책이 있어 읽어보니 '졸혼'이란 게 괜찮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아요. 대신 아이가 열다섯 살이 되면 저희가 아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죠.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요. 그리고 일종의 이별식을 하는데, 그때 10만 엔(약 110만 원)과 수첩, 도장을 줍니다. 아이가 커서 열여덟 살이 되면 대학 이후의 학비 100만 엔을 주면서 돈 문제를 마무리지어요." (94)
"우린 둘 다 개성이 강한 편이라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각자 자아실현을 하며 살기로 했어요. 그래야 우리 결혼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126)
책에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졸혼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섯 쌍의 부부가 나온다. '결혼'이 남자와 여자를 하나의 부부로 맺어주는 행위라고 보면, 졸혼은 결혼의 졸업이다. 이혼이 아니다. 부부로 아이를 함께 양육하면서 공통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희생하며 사는 것이 결혼 생활이다. 졸혼은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나 때로는 결혼이란 과정 없이 초기부터 서로의 삶의 자유를 인정하는 부부 생활이다.
비행기 조종사라니? 꿈이 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하긴, 꿈을 갖는 데 제한이 있나요.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나하나 실현해왔던 만큼. 그 꿈도 분명 이룰 거라 믿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과감히 단행한 그의 졸혼은 그래서 더욱 특별합니다. (135)
결혼 생활을 몇 십년 이상 지속하며 쌓인 부부간의 갈등으로 자녀들이 성인이 된 이후 황혼이혼을 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서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바를 인정하고, 상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계,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자신만의 생활을 누리는 관계가 졸혼이라 생각된다.
일하는 엄마의 고립감은 그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미즈호는 변호사로 일했을 때도, 의원이 되고 나서도 아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생활방식을 고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회의와 미팅, 회식을 뿌리쳐야만 했을까요. 강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197)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가족은 만들 수 있습니다.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꼭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단단히 엮여 있고 배려하고 믿는 사이라면, 혼인신고가 무슨 상관인가요? 중요한 건 관계의 본질입니다. 그것을 잊는다면 결코 평온함이나 행복은 얻을 수 없지요. 미즈호는 그걸 알고 용기 있게 자신만의 졸혼을 실천했습니다. 이들 부부를 저는 그래서 깊이 존경합니다. (221)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이 사라지고 결혼에 대한 집착으로 상대방을 옭아매는 관계가 된다면 결혼생활은 지옥이 된다. 퇴직한 삼식이 남편을 뒷바라지하느라 지친 아내가 종종 인용된다. 졸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부부간에 상대방을 놓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의 결과물인 이혼과는 다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 길어진 노후의 삶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일본에서는 자식의 사춘기가 부모의 사추기라고 말하곤 합니다. 자식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눈 떠보니 인생의 새로운 화두에 내몰린 생태 말입니다. 그 화두 앞에서 두려워말기를, 더 당당해지기를 바랍니다. (240)
■ 저자: 스기야마 유미코
여성의 삶을 주제로 글을 써온 작가. 와세다대학 졸업 후 유명 여성지 편집부에서 일했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꾸준히 책을 펴냈다. <졸혼 시대>로 일본 사회에 졸혼이라는 파격적인 개념을 제시하여 화제가 됐다. 이 책의 출간 이후 일본에서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로 졸혼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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