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호연의 책을 연이어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기분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파우스터>를 통해서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고스트라이터즈>는 작가 김호연의 만화 기획이나 출판 편집자로서의 경험이 잘 녹아들어 있는 작품이다. 소감을 몇 가지로 포스팅한다.
흔히 '고스트라이터'라 불리는 유령작가는 남의 작품 대신 써주기, 대리 번역, 자서전 집필 등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없는 글쓰기에 주력한다. 대가는 물론 원고료다. 장당 이천 원부터 이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그 이상은 어렵고, 수차례 유명인의 대리 집필 사태로 인해 익명성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 추후 이 작품의 필자임을 밝히지 않는다는 비밀유지 조항에도 동의해야 한다. '그거 사실 내가 쓴 거야'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20페이지)
첫째, '고스트라이터(Ghost Writer)'라는 용어와 그 말 이면에 녹아 있는 배고픈 작가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대중에게 알려지기 전 무명의 작가로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생활공간, 먹는 음식 등 의식주를 줄이며 버티며 자신의 작품이 알려지길 기다린다. 하지만 버티기 어려운 경우 대필 작가 즉 고스트라이터가 된다. 자신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내 것이라고 하지 못한다.
대필이란 떳떳하지 못한 행위로 유명세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겠나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소설로 그려진다는 것은 현실의 반영이라는 면에서 출판계에 음으로 기생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본다.
"아마도 자기 고스트를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믿음인 것 같아. 그리고 둘 사이의 이야기에 의해 서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거고. 그게 고스트라이터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숙명인 거라고 난 생각해." (262)
둘째, 소설속 고스트가 쓴 글대로 자신의 삶이 펼쳐진다는 신념과 두려움이다.
<고스트라이터즈>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돈과 권력으로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려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써주는 고스트와의 관계다. 주인공 김 작가는 이카로스의 고스트로 근근이 먹고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차유나의 고스트로 큰돈을 받게 된다. 연이어 납치되다시피 엔터테인먼트사 대표인 강태한의 고스트로 살 것을 강요받는다.
김 작가 자신도 두 번째 소설을 쓰기 위해 고스트로 성미은의 도움을 요청한다. 고스트가 쓸 이야기를 믿는 마음이 있을 때에 고스트의 역할을 한다는 말이 중요하다. 독서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의미도 독자가 작가의 말에 대해 신뢰를 가질 때다.
"저 하루키 알지? 하루키가 그렇게 마라톤을 한다잖아. 단편이야 그냥 한 며칠 밤새 쓴다 쳐도 장편 완성하려면 체력이 필요한 거거든. 그리고 헤밍웨이. 우리 헤밍웨이 형도 그랬다고. 자신에게 글쓰기는 권투랑 같다고. 뭐야 엄청나게 체력이 소모된다는 거야. 너 아마처럼 3라운드만 뛸 거야? 12라운드 풀로 뛰어야 할 거잖아. 프로 작가라면 너 체력부터 길러야 해." (283)
셋째, 작가로서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성미은은 김 작가의 고스트로서 그의 삶을 웹소설로 연재해서 유명해진다. 그녀의 삶이 전형적인 유명 작가들의 성공 스토리다. 무명작가 시절에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자포자기의 상태까지 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무던하게 글을 쓰고 고민하고 주변의 조언을 구하며 밀고 가다 보면 잭팟을 맞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비록 유명 작가가 되더라도 단편 소설이나 장편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글쓰기 능력과 함께 체력이 필요하다. 책에서 인용한 하루키가 마라톤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작가들고 담배와 술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와 경험에서 좋은 영감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작가의 삶은 자유로와 보이지만 늘 글감에 대한 고뇌가 있다고 본다. 그래도 자유롭다는 면에서는 부러움이 있다.
인생의 모든 어려움이 글감이라는 점을 명심해라. 죽지 않고 살았다면 그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 -바바라 애버크롬비(184)
■ 작가: 김호연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나리오 작가. 만화 기획자. 출판 편집자를 거쳐 2013년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이후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져 큰 호평을 받았으며 영화화 예정이다. 또 다른 장편소설로 <연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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