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를 맞아 1박 2일 일정으로 온 가족이 전주 부모님을 방문했다. 팔순잔치를 한 지 두 해가 넘었지만 두 분 모두 거동에 큰 불편을 없으시다. 청산 부모님이 수확하신 복숭아를 함께 먹으며 오랜만의 이야기를 나눴다.
저녁식사 후에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한옥마을을 딸과 함께 산책했다. 마침 국악과 현대음악이 함께하는 퓨전 '조선팝 페스티벌'이 진행 중이었다. 태평소와 가야금, 대금 등 국악기는 전면에 그리고 기타와 건반, 드럼이 위치했다. 가장 앞에서는 창을 하는 싱어가 리드했다. 국악이 새롭게 태어나 시민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둘째 날에는 주로 집 주변에만 머물러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남원 여행을 했다. 남원은 부모님들의 고향이다.
먼저 금년 봄에 재정리한 선산 묘소를 들려 잡풀을 제거하고 인사를 드렸다. 최근에는 선산 바로 앞까지 공단이 생겼다. 덕분에 묘소에서 50미터 정도 앞까지 길이 포장돼 차가 진입할 수 있었다. 기온은 높이 않았지만 습도가 높은 여름 날씨라 가파른 묘를 오가는 동안 땀이 절로 흘렀다. 점심은 지리산을 멀리 바라보며 칡냉면을 즐겼다.
그리고 남원 시내에 계신 처 외삼촌댁을 방문했다. 어머니(장모님)는 근처에 가면 집을 찾을 수 있다고 하셨지만 주소를 받아 들고도 한참을 찾은 둘러본 뒤에야 동생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남원시라고는 하지만 시골 같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큰 도로가 집 앞을 가로지르고 집도 새로 단장을 해 과거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집 앞 대문의 문패는 맞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좀처럼 받질 않으신다. 한참만에 외숙모가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천천히 문을 여셨다. 문이 열리자마자 어머니는 외숙모의 아픈 모습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셨다.
외삼촌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다. 봄까지만 해도 더 이상 암이 자라지 않아 안도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검사에서 암세포가 커졌다. 그래서 항암치료의 강도를 높여서 1차를 받고 8월 16일에 2차 치료를 위해 서울 아산병원으로 가실 예정이다. 암환자는 잘 쉬고 잘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외삼촌은 농사와 한우를 키우는 일을 하며 무리하셨다. 무엇보다 외숙모도 환자라는 점이다.
외숙모는 꽤 오랜 기간 간경화로 고생 중이다. 방 한쪽으로 약통이 놓여있다. 아침, 점심, 저녁, 취침 전, 기상 후로 구분해서 간경화 약과 파킨슨 약이 넣어져 있다. 어느 날 의사가 외숙모의 걸음걸이를 보더니 파킨슨 의심이 된다고 해서 진단받은 게 파킨슨병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넘어져서 왼쪽 손목에 금이 가서 치료를 받은 흔적을 보여주신다. 최근에는 정맥이 터져 갑자기 주무시다 피를 토해 119에 급히 실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모두가 목숨이 경각에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응급치료를 받고 회복하셨다. 젊은 시절에는 스포츠댄스도 하고 보험설계사로 나름 잘 나가는 활달한 여인이었던 외숙모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만 남았을 뿐 현실은 육체의 벽속에서 나올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두 부부가 모두 병마와 힘든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다. 다행히 대학생인 손녀딸이 여름방학 기간은 함께 머물며 도와주고 있었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간 대학생인 둘째 아들도 그 모습을 보며 느낀 바가 컸다고 한다. 캠퍼스에서 늘 보는 친구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상황일 것이다.
전주와 남원 여행은 건강과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였다. 50세 이전에는 돈을 위해 살고, 이후로는 건강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관리가 행복한 삶의 기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찾고 유지해야 한다. 또한 가족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 일가친척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수가 많은 것보다도 어려울 때 찾아오고 찾아갈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 이번에 처 외삼촌댁을 방문하며 진지하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경청과 위로 뒤에 회복이 찾아온다. 우리의 삶에서 단순히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관계가 매우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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