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3권에서는 소설의 초반부인데 핵심 등장인물로 생각되는 '청암부인'이 숨을 거두는 사건이 중심을 이룬다.
요즘은 병원의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음식을 장만하고 상여를 메는 일을 함께 하며 도왔다. 급격한 인구의 도시집중과 함께 농촌의 고령화로 이제 더 이상 감당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
3권 초반에 정신줄을 놓고 있는 청암부인이 옆방에 있었음에도 쇠여울네가 쇠스랑을 들고 이기채에게 대들며 자신의 한을 풀어낸다. 청암마님이 앉았던 대청마루를 쇠스랑으로 쿵하고 찍어댄다. 이 모습을 통해 양반과 평민들 간의 계급관계에 금이 가고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엄격한 구분이 사라져 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맞서는 조선 사람들, 조선 사람들 내에도 양반과 상민들간의 갈등이 스토리 속에 녹아들어 있다. 상투를 자른 양반들, 창씨 개명을 통해 더 이상 이름을 통해 반상을 구분할 수 없는 시대상황에서 양반들의 계급에 대한 백정, 상민들의 거리감은 줄어들고 있고 반감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저자는 청암부인의 초상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당시의 세시풍속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때로는 마치 이 책이 세시풍속 소개자료인 듯 지루하기까지 하다. 또한 이름의 본관을 가리게 된 유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218] 내 조상을 잊지 않는 것이 나를 잇는 길이다. 우리는 조상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이 훗날, 어느 누군가의 조상이 될 때, 자손에게 어떤 존재로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우선 이 자리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제군들, 각자의 관향이나 고향, 혹은 시방 살고 있는 주거지의 내력과 설화를 조사해 보도록 하라.
[222] 심부재(心不在)하면, 시이불견(視而不見)이요, 청이불문(聽而不聞)이라.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략) 우리 조선, 비록 국호는 없어졌다 하나, 나라는 여전히 백성을 품고 있으니, 우리가 제 핏줄과 성씨를 확실히 간수 건사하고 있노라면, 이 성씨들이 켜켜이 성을 지어 지키는 나라를 누가 감히 파고들어 오겠는가. 정치적으로는 멸망했을는지 모르나, 결코 귀화승복하지 않은 성통과 정신들이 시퍼렇게 살아서, 등결 죽은 자리에 또 새순 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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