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명희 씨의 혼불 2권을 읽었다. 대부분의 소설이 그러하듯 점차 등장인물들에 익숙해지고 개개인의 성격이 드러나고 씨줄과 날줄이 얽히듯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음 이야기 전개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아직도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새롭게 소개된다. 소개와 함께 장황한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몇 페이지를 차지한다. 2권 초반에는 인월댁이 외롭게 남편도 없이 시집살이를 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외딴집에서 베틀을 짜며 살고 있는 모습이 상상만 해도 안타깝다. 그런 여인이 이 소설에는 참 많이 나온다. 오늘날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앞으로 다가올 움울한 이야기의 전조라도 되듯이 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처럼 여겨졌던 저수지인 청호가 가뭄에 메말라간다. 가뭄과 일본의 공출로 먹고살 일이 막막해 초근목피로 버티고 있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 저수지 바닥에서 팔딱거리는 가물치는 성스러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배고픔을 달래줄 고급 식재료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지만 결국은 청호로 향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인간의 연약함을 보는 듯하다. 도적질과 같은 짓이지만 배고픔을 잊을 수 있기에...
강모에게 시집간 효원은 덩치가 있고 글을 좋아하며 여성에게 기대되는 섬세한 면은 부족하다. 신방에서부터 강모에게 살가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거의 외면받고 있는 효원은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습관이 생겼다. 친정에서는 동생이 병이나 수술을 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가세가 더욱 어려워진다. 친정 부모님과 동생의 편지가 오지만 회신하지 못하는 효원을 통해 시집살이가 용이치 않음을 비친다.
읽는 중에 마음이 아픈 것은 강모의 아버지인 이기채와 그의 사촌동생 이기표 사이의 대화다. (실제는 친형제이나 기채가 종손의 대를 잇기 위해 양자되었다) 사돈의 집의 어려움을 모른 채 강모를 통해 효원에게 시집올 때는 어련히 땅문서를 보내는데 보내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재촉하려 하는 모습이다. 있는 집안이 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유사한 것인지...
강모는 전주에서 일자리를 잡았으나 그곳에서 회식자리에서 만난 몸파는 여인인 조선 여인 오유키에게 마음을 빼앗겨 몸을 빼주면서 공금을 횡령하게 된다. 본인은 채워 넣으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부잣집 종손이어서 재산에 대해 개념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고난을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혹시 이런 아이로 키우는 것은 아닐는지.
오유키 때문에 거금을 횡령한 것은 들통이 나고 감옥에 들어간 것을 기표가 돈을 치르고 나온다. 이 부끄러운 소식은 금새 마을에 퍼지고 기채는 크게 화를 내며 실망한다.
한집안인 강모와 강실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비록 강수와 진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강수는 상사병으로 죽고, 진예는 최 씨 집안에 시집갔으나 결국 어떤 이유에서인지 실성해서 강실이 집에 들렀다 사라진다. 집안내 사랑이 싹트는 제2라운드라도 펼쳐지는지 강모와 강실이는 결국 강수의 혼령을 결혼시키는 굿판에서 새로운 사고를 치고 만다. 좁은 마을 내 몇 되지도 않는 집안사람들 사이에 이런 사랑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억지스럽다.
3권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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