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전주 한옥마을에 들렸다. 수많은 인파에 뒤섞이며 한옥마을 주변을 둘러봤다. 그중에 한 곳이 최명희 문학관이었다.
최명희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 분이 혼불이란 소설을 쓰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1947년 전주에서 출생해서 1988년부터 1995년까지 혼불을 '신동아'에 연재했다. 하지만 1998년 난소암으로 젊은 나이인 52세에 사망했다.
'혼불'이란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호기심이 발동했고 바로 빌려 읽기 시작한다. 1권을 읽으며 왠지 예전에 읽었던 박경리의 '토지'와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특정한 주제에 대해 너무 깊이 있게 설명하다 보니 어렵기도 하고 늘어지는 느낌도 있다.
배경은 일제강점기 전북 남원의 양반촌인 매안마을이다. 저자는 지방의 세시풍속과 관혼상제, 역사적 자료에 대한 고증에 신경을 많이 쓴듯하다. 내용에 한자로 된 원문을 많이 이용해서 비록 한글로 병행표기를 했지만 어렵다. 하지만 좀더 당시의 상황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초반에는 청암부인의 손자인 강모와 대실에서 시집온 효원의 혼례식과 신방에서 신랑 신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시작된다. 어찌나 자세하게 혼례식을 설명하는지 마치 그 자리에 참석해서 순서에 맞춰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이어서 문중의 어른인 청암 부인이 혼자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이어진다. 종갓집에 열아홉에 시집와 바로 남편이 죽는 바람에 몇십 년간 종가를 이끌어오고 있다. 모든 사람이 어려워한다.
일제 강점기이기에 전쟁을 위한 반강제로 헌금을 해야했고, 일본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식량공출까지도 이어지며 매안마을 양반촌과 빈민촌인 거멍굴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이 미치기 시작한다.
당시 시골에서 서민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는지 상세히 묘사한다. 특히 요즘은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기에 잊혔던 과거의 모내기 장면이 인상적이다. 모를 찌고, 옮기고 줄을 띄워 거머리에 피를 빨리며 마을 사람들이 두레를 통해 함께 모내기를 한다.
이 집안에는 손이 귀하다. 종손인 강모, 막 아내가 된 효원, 아버지 이기채, 어머니 율촌댁, 그리고 할머니 청암부인이 등장한다. 강모의 아내가 된 효원은 여성스럽기보다는 글을 좋아하고 덩치고 커 당시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손이 귀한 양반 집안에서 청암부인에게 관심은 어서 강모가 효원을 통해 아들을 낳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강모는 효원에게 관심이 없다. 도리어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강모는 어린 시절 함께 소꿉놀이를 했던 같은 문중의 강실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며 양반은 양반대로 문중을 잘 이끌어가며 더욱더 가산을 더하기 위한 고민을 드러내고, 서민들은 서민대로 양반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을 그들의 대화를 통해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2권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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