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과 2020년 초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이 있었다. 사람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고, 얼마나 무기력하게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스마트폰과 정보통신 기술이 악용되면 누구에게나 덫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사건사고 소식의 하나로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다큐영화를 만났다. 모두 보고 나니 메신저와 텔레그램을 통해 덫을 놓아 청소년들을 유인하고 노예처럼 할 수 있었던 원리를 이해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갓갓이나 박사를 잡기 위해 조용히 경찰 사이버수사대를 지원한 불꽃 추적단이 있었다는 것도 보여준다. 간단히 느낌을 포스팅한다.
첫째,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과 성적 수치심을 이용했다.
어른들도 솔깃해서 누를 수 있는 피싱 방법으로 유인한다. 자녀들과 평소 대화를 하는 부모라면 자녀가 부모에게 상황을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은 부모와 갈등이 시작되는 사춘기로 자기 스스로 감당하려고 하기에 노예상태까지 전락한다. 부모나 지인들이 실수로 노출된 사진을 봤을 때를 생각하며 이를 막기 위해 시키는 대로 한 거다.
가정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부분은 사회에서 감싸줘야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삭막한 사회에서 이런 불순한 의도의 사기나 범죄는 사람 간의 단절된 관계 가운데 계속해서 싹이 튼다.
둘째, 갓갓이나 박사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메신저 속에서는 악마의 시종처럼 행세했던 닉네임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얼굴이 공개됐다. 놀랍게도 아주 순해 보이는 얼굴의 젊은이였다. 사이버상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또 다른 페르소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누구나 사이버상에서는 익명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는 후보다. 선량해 보이든 그렇지 않든 누구든지 후보라는 점이 사회적 신뢰를 낮춘다. 누구를 믿어야 한나. 그들은 왜 그런 범죄의 길로 빠졌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청소년기에 자신의 장점은 드러나지 않고 오직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아이들은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특기가 있다. 부모의 재력도 아니고 학업 성적도 아니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길이 갓갓과 박사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에는 의인이 더 많다는 믿음이다.
갓갓과 박사를 찾기 위해 화이트해커와 불꽃 추적 단과 같이 사이버 의인들이 큰 도움을 줬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고 얻은 정보를 사이버수사대에 제공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공권력 이전에 우리 자신이다. 우리 자신이 올바른 길을 걷고, 가족들이 그 길을 가도록 하겠다는 작은 노력,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려는 긍휼의 마음이 사회가 지속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이 많은 나라라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희망이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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