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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563]녹두장군②_삼례대집회로 동학도의 위세를 보여주다

by bandiburi 2022. 5. 4.

2권에서는 방 씨 부자가 자신들이 무지막지하게 폭행당했던 일을 앙갚음하는 과정과 달주를 대신해 살인범으로 몰린 박목수를 꾀를 내어 탈옥시키는 이야기가 전반부를 이룬다. 특히 눈치 빠른 박목수가 제대로 호응해서 돈이 숨겨져 있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정장쇠를 내세워 사형을 면하는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후반부에는 처음으로 동학도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삼례대집회가 등장한다. 1862년에 혹세무민 하는 이단의 교주로 최제우가 억울하게 처형당한 죄명을 벗겨 교조의 원한을 풀어준다는 교조 신원이 목적이다. 주로 삼례 주변의 전북이나 충남 지역의 동학도들이 모였다. 하지만 멀리는 개성이나 전남에서도 참석했다. 추운 겨울이지만 각 지역의 접주를 중심으로 옥외에서 거할 장소를 꾸미고 먹을 것을 준비한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다양한 행사도 벌어진다.

먹을 것에 대한 설명 중에 반찬은 소금에 참기름을 섞은 것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줬다고 한다. 간단하면서도 쉽게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과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차가운 겨울에 수고하는 동학도들을 위해 돼지를 사서 뜨끈한 국물에 고기 세 점을 넣어 제공했는데 그 결과였다. 평소에 먹지 않던 고깃국을 먹고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는 자가 많았다고 이에 대한 사연을 넉넉히 묘사했다. 똥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의 상황이 다른 어떤 설명보다 머릿속에 잘 그려졌다.

접주들이 감영에서 감사와 담판을 지은 결과는 반의 성공이었다. 교조신원에 대한 것은 감사의 권한 밖이라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수령 이하 관리들의 탐욕으로 백성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재산을 빼앗기는 일을 금한다는 것을 성과였다. 동학도들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돈으로 관직을 산 관리들이 본전 생각하면 수탈을 멈출 수 있겠냐는 반신반의의 태도다. 다시 자기 마을로 돌아가서 동학도라는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온전할 것인가가 가장 큰 근심이었다.

2권의 끝에는 1,2권에 나오는 생소한 용어들에 대한 낱말풀이가 친절하게 포함돼 있다. 사투리인지 1890년대 전후의 사어인지 모르겠지만 거의 보지 못했던 단어들이다. 작가의 수고가 드러난다. 3권이 기대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죽으면서 역대 왕들에게 내린 정치 지침서라 할 수 있는 훈요십조 제8항에서 "차현 이남 공주강 외의 산형은 지세가 배역하니 그 지방 사람들은 중용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공주 이남의 호남지방을 두고 이른 말이다. 이런 소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20년간 이 지방 사람들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던 원한이 골수에 사무쳐 나온 소리였을 것인데, 그것을 산세에 의탁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

현대사에서도 박정희 시대부터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개발이 되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영남과 호남을 대립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 보지만 여전히 지역갈등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다. 이런 지역 배제의 정치가 고려시대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훈요십조를 통해 볼 수 있어 신선하다. 
"멧돼지고기는 돌아올 적에 먹을 텐께 뜨끈한 술국이나 푸짐하게 뜨고 막걸리 한 방구리만 내오게."(148)
"세상에는 공것이 없느니라, 이야기 들었으면 그 값으로 술국이나 한 뚝배기 안다미로 퍼오너라."
"(...) 감창소리 들은 놈한테 해우채 내란 격입니다 그려."(152)

당시의 언어를 사용하고 구어체를 그대로 써서 당시 백성들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지금 백성들은 도망칠 궁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들고일어나 이 썩은 세상을 바로잡으려고 누가 앞장서는 사람이 없는가, 누구든지 앞장만 서주기를 칠 년 대한 비 바라듯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동학이 슬슬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177)

백성들의 고통이 절정에 달해 여차하면 터질 기세였다. 동학도들을 중심으로 교조 신원 운동이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불만과 합세할 준비가 되었다. 

독서습관563_녹두장군②_송기숙_1989_창작과비평사(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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