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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562]녹두장군①_인내천 만민평등의 동학과 가렴주구에 지친 백성

by bandiburi 2022. 5. 1.

지난 1월에 故 송기숙 작가의 책 <어머니의 깃발>을 읽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고자 노력했던 한 사람을 알게 되어 기뻤다. 바로 송 작가다. 이후로 저자의 소설 <녹두장군> 시리즈를 읽어야지 하는 마음만 두고 미루고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지만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고 1권을 집어 들었다.

 

소설에 대한 인상 첫 번째는 지명에 대한 묘사다. 전라북도와 충청남도의 여러 지명이 나오고 그 지명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이어진다.

대학시절 소설 <태백산맥>을 읽을 때가 떠올랐다. 지리산에 가본 것을 제외하고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가본 적이 없는 내게 소설 속에 그려진 지역들은 좀처럼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녹두장군> 1권에서 묘사하는 지역도 가보지 않은 곳이 많다. 머릿속으로 두리뭉실하게 상상해본다.

 

 

두 번째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을 저자는 어떻게  찾아냈는지 맛깔스럽게 녹여냈다. 전라도와 충청도 사투리를 바탕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1890년 전후에나 사용했음직한 말을 잘 버무렸다.

이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과 반대로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이 이 소설을 읽으면 읽기는 하는데 깜깜이가 되겠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버님, 이제 저는 집을 나가 전봉준 접주님 일을 거들기로 작정을 했사옵니다. 부자와 가난뱅이가 차별이 없고, 양반이 상민을 천하게 여기지 않으며, 관속이 백성을 억누르지 않는 후천의 새 세상이 올 때까지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신명을 바치기로 결심을 했사옵니다." (45)

 

"우리 동학은 인내천, 사람은 곧 하늘이다. 그 하나하나가 다 하늘이니 모두가 다 똑같이 하늘처럼 귀하다는 것입니다.

다 그렇게 귀할 뿐 차별이 없다는 것이지요. 상놈이라고 하여 핏속에 짐승의 피나 무슨 구정물이 섞인 것도 아니고, 몸뚱이에 짐승 같은 무슨 꼬리가 달린 것도 아니며, 무슨 털이 난 것도 아닙니다. 왕후장상에 씨가 없듯 종놈이나 상놈이나 원래 양반하고 씨가 달랐던 것도 아닙니다. 다 똑같이 사람의 종잡니다.

이렇게 한 종자를 갖다가 양반, 상놈으로 갈라놓은 것이 누굽니까? 사람들입니다. 양반, 상놈의 차별만 없어도 상놈들한테는 이 세상이 반은 극락일 겁니다." (286)

 

 

1권은 달주가 살고 있는 고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늘날의 검찰과 군, 면 공무원에 해당하는 관속들이 백성의 재산과 돈과 가족을 빼앗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대며 못살게 군다.

시대를 초월해서 백성의 입장이 되어 독자의 마음속에 울분이 차오른다. 가렴주구라는 말이 딱 적당한 표현이다. 이런 시대에 인내천을 내세우고 사람이 하늘이라며 반상의 차별도 무시하는 동학사상은 급속도로 백성들 사이에 퍼졌다.
달주와 용배의 동선이 중심이 된다. 부패에 찌든 관리들의 행패 속에서, 부당하게 몽둥이질을 당하는 백성들은 두려움이 떨고, 그 가운데 동학이 야금야금 스며든다. 1권의 모양이다.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가끔 읽는 역사소설은 현재를 잊고 잠시 과거로 돌아가서 등장인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461

 

[563]녹두장군②_삼례대집회로 동학도의 위세를 보여주다

2권에서는 방 씨 부자가 자신들이 무지막지하게 폭행당했던 일을 앙갚음하는 과정과 달주를 대신해 살인범으로 몰린 박목수를 꾀를 내어 탈옥시키는 이야기가 전반부를 이룬다. 특히 눈치 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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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562_녹두장군①_송기숙_1989_창작과비평사(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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