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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556_가씨 집안의 쇄락과 부흥속 불교와 도교사상_홍루몽⑤_차오쉐친_1969_을유문화사(220417)

by bandiburi 2022. 4. 16.
<홍루몽> 마지막 편은 빠르게 인물들의 삶이 마무리된다. 이와 함께 가씨 집안이 몰락해간다. 원춘귀비가 왕궁에 입궐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었던 대관원이 쇄락을 상징한다. 가씨 집안의 자매들과 보옥이 함께 살고 거닐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던 대관원 곳곳이 사람이 빠지면서 결국은 사람이 찾지 않는 장소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지지 않아서 죽는 사람, 남편을 잘못 만나 죽은 사람,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자살하는 사람, 먼 곳으로 시집간 사람, 승이 된 사람, 결혼으로 부부가 된 사람 등 다양한 사연으로 대관원을 떠났다.

가장 치명적인 것을 집안의 중추인 두 아들 가사와 가정에 대한 법의 심판이다. 결국 가사는 목숨은 살았지만 재산을 몰수당하고 멀리 귀향을 간다. 가정도 직급이 강등된다. 집안의 어른으로서 중심을 잡고 있던 대부인이 사망하면서 막판으로 이야기는 치닫는다. 대부인의 장례가 진행되는 중에 손자며느리인 희봉이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돈에 대해 궁색해지며 장례를 치르는 것도 힘겹다. 그 과정에서 집안에 도둑이 들어 패물을 훔쳐가지만 떳떳하게 도난당한 물건을 드러내지도 못하며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끝난다면 소설이 용두사미가 된다. 보옥이 구슬을 찾고 중을 만나 생명이 살아나고 성격이 급변한다. 여성적인 면이 사라지고 도인처럼 인생을 초월한 말투를 쓴다. 아버지 가정의 바람대로 과거에도 함격한다. 대사령으로 큰아버지 가사도 사면되고 가우촌도 복귀한다. 가씨 집안의 원위치로 귀환이다. 사라진 보옥은 선계로 다시 돌아갔다. 인생은 꿈일뿐이다.

<홍루몽>의 마지막 권은 이야기의 진행이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이전과 같이 한자로 된 시를 주고받는 장면이 많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이 적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권을 읽기가 빠듯한 분량의 중국 청나라 시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설정하고 갈등과 사건을 삽입해서 장편소설을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에 감탄한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없는 시대에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는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상상해본다.

<홍루몽> 같은 소설을 읽으며 긴긴 겨울밤을 보내는 기쁨은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동시대를 살았던 서민들에게는 더욱 와닿는 이야기일 것이다. 가씨 집안이 쇄락하고 반전이 생겨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읽으며 집안의 구성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본다. 현재도 가족 간의 갈등이 상존한다. 하지만 이를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노력이 가족 간에 필요하다. 확대해서 조직이나 사회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아래는 내용중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다.

그러나 보채로서는 그러는 것이 도리어 보옥의 병을 더 불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옥의 병은 실상 대옥 때문에 난 것으로서 구슬을 잃었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인 것이었다. (65)

그런데 이 대옥의 숨이 끊어진 때가 꼭 보옥이가 보채와 혼례식을 한 그때라고 한다면 인생에 대한 운명이란 것의 장난이 너무도 짓궂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실은 바로 그 시간에 두 가지의 일이 꼭 같이 행해졌던 것이었다. (69)

난 결코 무정해서 너를 영결하지 않는 게 아니라, 단지 친소의 분별이 있음으로 해서 보내주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너는 내 외손녀니까 가장 친한 관계이지만, 보옥이하고 비한다면 보옥이 쪽이 너보다 더 친한 관계에 있는 거라구. (71)

보채는 그 원인이 통령옥을 잃은 데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81)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게 인제는 더 참아낼 수가 없게 됐어. 내 자매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다 없어지고 말았지 않아. 대옥누인 선녀가 돼서 가버렸어. 원춘 큰누나는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어. (116)

그 전날 자매들은 모두가 대관원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지만, 원춘귀비가 승하한 뒤로부터는 건물의 수리를 하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다 지금은 보옥이가 결혼을 했것다, 임대옥이가 저세상으로 떠났것다, 사상운이가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것다, 보금이가 또 제집에 가서 살게 되었것다, 대관원엔 아주 사람의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146)

대관원지기들은 신통한 도리가 발견되지를 않아 모두 그곳을 빠져나가려고만 애를 썼다. 나가고 싶은 생각에만 쫓기고 보면, 일부러 과장을 해서라도 꽃귀신이니 나무귀신이니 하는 말들을 지어내어 먼저 나가려고만 앞을 다투었다. (153)

그러나 하인들은 확실히 요괴들이 잡힌걸로 알고서 이때까지 품고 있던 의심을 푸는 것은 물론 그뒤로부터는 아무도 그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158)

칙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음. 가사는 지방관과 밀통해 세력을 믿고서 약한 자를 박해하고, 짐의 은혜를 배반함과 함께 선조의 덕망을 욕되게 하였으므로 인하여 세습직을 박탈함. 이상. (204)

우리 선조가 왕사에 근무를 하는 동안 훈공을 세워 세습직을 두 가지나 받았던 것이지만, 지금은 두 가지를 다 죄를 범한 탓으로 해서 빼앗기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 자질들 가운데는 한 놈도 쓸 놈이 없는 게 사실이다. 에그, 명천 하느님이시여! 우리의 이 가가(賈家)는 왜 이 지경까지 몰락이 되고 말았읍니까!(222)

궁여지책으로 가련이가 이런 최후의 결행을 하게 되자 잇속에 빠른 하인 놈들은 상전집의 형세가 다시 돌이킬 길이 없을 만큼 몰락 과정에 있는 것을 보고서, 저마다 주인의 눈을 속여서는 장원의 소작료를 주인의 이름을 대고 대부분 걷어올렸다.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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