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편까지는 보옥을 중심으로 아가씨들의 활발한 놀이가 중심이었지만 4편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한 명씩 멀어지는 과정이다. 집안이 행복하려면 사람이 중요한데 가씨 집안을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설반이나 가련과 같이 미숙함을 보인다. 또한 설반의 아내로 데려온 금계는 화목보다는 분열을 조장하며 시어머니인 설미망인과 시누이인 보채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4편 후반부로 갈수록 가정의 불행은 연이어 벌어진다. 대부인과 아들인 가사와 가정을 중심으로 가씨 집안이 유지되어 왔는데 가문의 자랑이었던 원비가 31살의 젊은 나이로 죽게 되고, 승진한 왕부인의 오빠는 이동 중에 사망한다. 또한 홍루몽의 주인공 보옥이 태어나면서 입에 물고 나온 구슬을 잃어버리며 백치처럼 변하고 만다. 집안이 경제적으로나 인물로나 기울어져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60년대에 출간된 책이라서 일부 글자에 오타가 있고, 말투가 지금의 표준어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소설의 즐거움을 앗아가지는 않는다.
18세기 청나라에서 '고려인삼'이 아주 중요한 약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몇 번 언급된다. 역사책에서 고려 인삼이 유명했다고 배우는 것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려인삼은 그 영향력이 중국대륙까지 미쳤다는 사실을 잘 알게 해 준다.
아래는 책에서 당시 시대상이나 소설속 이야기 전개 이해에 도움 되는 부분이라 인용한다.
그러구 이런 기회에 또 하나 해결을 지어놓아야 할 일이 있어요. 지금 현재로선 하녀들의 수가 너무 많은 데다 나이를 조금씩만 먹어만 가면 그런 인간들은 꾀를 부리기 시작한단 말씀예요. (39)
기울어져가는 집안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부분이다. 회사 사정도 어려운데 직원이 너무 많아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음력 팔월 보름 밤의 달을 축하하는 중추절을, 한편으로는 단원절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월병이며 수박 같은 둥근 것을 즐겨 제물로 드리는 것은 둥굴둥굴 일가의 단란을 축하하는 뜻에서인 것이다. (84)
거기엔 상등품인 고려인삼이 두 냥쭝쯤 필요하다 해서 사람을 시켜 찾아내 오라고 했더니만, 한참이나 뒤에 작은 상자에서 내왔다는 걸 보니까 비녀만큼이나 한 것 몇 뿌리뿐인 것이었다. (119)
<홍루몽>에 중간중간 '고려인삼'에 대한 언급이 있다. 반가운 문장이다. 18세기에 중국에서 고려인삼이 약재로 아주 귀하게 사용되었고 시장에는 가짜상품이 많다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미루어 인기가 많은 상품이었다.
사기, 입화, 방관 등 다섯 아이들은 집에서 쫓겨나갔고, 청문은 죽고 말았다. 게다가 보채가 대관원을 나가고, 영춘은 아직 가기까진 안했다 하더라도 요즈음 계속해서 돌아오는 기색이 없는데 중매하는 사람은 연해 찾아온다. (161)
젊은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던 집안이 이런저런 사건으로 조용해진다. 가세가 기울어지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5권에서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다.
이렇게 금계는 남편이 완전히 주먹 안에 들고 시어머니가 모든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 내친걸음에 완전히 승리의 기를 꽂아놓으려고 했다. (195)
'금계'라는 며느리가 집안에 들어왔는데 화목이 아니라 불화를 조장한다. 이 여인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 독자로서도 불안하다.
이 말을 들은 설반은 더욱 성을 내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진정을 못했다. 설미망인은 금계가 저 하고 싶은 대로 자식을 누르고 깔고 앉고 하는 것이 마음에 분했다. (205)
넌 이것아, 또 먹통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어쩌면 그렇게 소견머리가 없는 거니. 도대체 여자란 건 결국엔 시집을 가고 마는 거야. 한 번 시집을 간 이상엔 친정 일 같은 건 생각을 해서 안 되는 거야. 타고난 운명이라는 게 있어서 그리 되는 건데 잘 살면 어쩌구 못살면 어쩌는 거겠니. (219)
여자의 운명이 어떻고, 시집을 가면 친정을 잊어야 한다는 말도 당시의 여인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우리도 몇 십년 전만 해도 여성의 인권이란 남성에 밀렸다. 집안에서도 아들은 대학을 보내고 딸은 돈을 벌어야 했다. 격세지감이다. 지금은 아들보다 딸을 더 좋아하는 세상이다.
그런 얘긴 우습다기보다 오히려 무서운 거야. 우리로선 날마다 살림살이가 기울어져가는데, 남들은 그런 추측들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 상말에도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겁내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겁낸다는 말이 있잖아. (277)
그러기 때문에 서울의 고관들에게다 운동을 하면서 돈으로 약을 충분히 써놓는다면 재심 때 가벼운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 믿습니다. (338)
그보단 그 귀신같이 알아맞힌단 점장이가 있다면 그 사람한테 형님의 운수를 점쳐보는 게 어때요? (346)
사건사고를 당하면 어느 시대나 점을 치고 돈을 이용해 유리한 판결을 받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파는 그러면서 다른 여승들에게 급히 부처님 앞에 예배를 드려 신첨을 뽑아보라고 했다. (374)
아이들이란 기가 작기 때문에 너무 나무라면 겁을 먹고서 무슨 고장을 낼지 예측을 할 수 없는 거란 말야. 그렇게 된다면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네가 이때까지 키워 나온 게 아주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말어. (382)
가비폐하께선 지금 붕어하시었읍니다. 실로 사람 한평생 너무도 허무한 것이었다. (533)
해당화가 이상하게 피던 일이며, 통령보옥의 기괴한 분실 사건이며, 거기다가 또 잇달아 원비 언니가 돌아가신 일들은 모두가 가운이 기울어지려는 불길한 표현인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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