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쉽게 읽힙니다. 독자에게 공감하게 하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통찰의 힘을 줍니다. 저자의 독특한 맥락으로 작은 내용들을 얽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부와 권력의 비밀, 地圖力지도력>은 좋은 책입니다.
지리학자인 저자가 '지도력'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무슨 용기로 이런 용어를 과감하게 책 제목으로 제시했을까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지리'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부분에서 무언의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권력의 지도', '부의 지도', '미래의 지도'입니다. 각 장에서 담고 있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고, 사진이나 그림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장점인 지리학적 관점에서 인물과 사물을 바라봅니다. 참신하면서도 때로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저자가 이동이 제한되는 코로나 시대에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서 공개된 사실들을 지리학자의 입장에서 재정리해보자는 의도에서 준비된 책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지리적 해법'이 필요하다인데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새로울 것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명품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에르메스, 구찌, 샤넬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게 된 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듯한 기분을 줍니다.
본문 뒤 제일 뒤에 배치된 '마치며' 부분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방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특히 손주은 회장이 했다는 말이 충격입니다.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진지하게 고민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손 회장이 '어느 대학이 중요하지 않고 창의성이 중요하다, 10년 안에 입시 산업이 몰락한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책에 대한 비판은 쉽습니다. 약간 비판적으로 소감을 적었지만 청소년은 포함해서 어른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확장한 세계와 로마제국 치하의 영토에서 수집된 지리 정보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로 집대성되었습니다. (38)
네덜란드의 전성기를 이끈 블라외 Blaeu 가문은 지도 제작 명가로 유명합니다. 시조인 윌리엄 블라외는 덴마크의 저명한 천체 물리학자였던 티코 브라헤 Tycho Brahe에게 지도학의 기초를 배운 후, 1599년 암스테르담에서 지도 제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46)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지도를 통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녀는 국내 지도 제작을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자신의 60세 기념 초상화에 지구본을 소품으로 활용할 정도로 지리의 힘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50)
영국에서 지도를 통해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바꾼 또 다른 주인공은 제임스 쿡 James Cook입니다. 제임스 쿡은 스코틀랜드 인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 시절부터 배를 탔습니다. 비록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는 못했지만, 독학으로 지도 그리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가 그린 정확한 지도는 영국이 북미 해안에서 프랑스와 전투를 벌일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53)
19세기 당시 내부 권력 다툼에 열중하던 사대부들은 산해경의 괴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묘사한 상상 속의 '천하도'에 빠져 있었고, 관료들은 세금을 거둘 때 도움이 되는 국내 지도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60)
김찬삼은 지도와 카메라만 있으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고 세계 160여 개 나라를 답사하고 여행기를 계속 펴냈습니다.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떠난 세계 무전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지구를 32바퀴 도는 긴 여정 중에 생명의 위기도 여러 번 넘겼습니다. 실제로 여행 전, 그는 매번 가족들에게 유서를 써놓고 떠났을 정도로 여행에는 위험과 변수가 많았습니다. (62)
나폴레옹은 계속되는 전쟁과 호화로운 궁전 생활, 특히 황후 조세핀의 의상비로 국가 재정이 극도로 어려워지자, 루이 14세 시절 확보한 북미의 루이지애나를 미국에 팔아버립니다. 현재 프랑스 영토보다 3배 이상 넓은 땅을 확보한 미국은 서부개척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신대륙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은 급격히 축소됩니다. (71)
링컨의 라이벌이었던 수어드 국무장관은 지리의 힘을 아는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매해 미국의 영토를 확장합니다. 수어드는 1868년, 지리학자에게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이 알래스카뿐 아니라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까지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적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의 정적들은 알래스카를 '수어드의 얼음 상자'라고 놀리며 "수어드가 바보짓을 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83)
1854년 런던 소호에서는 콜레라 환자가 급증하면서 하루에 50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콜레라의 원인이 나쁜 공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 하지만 스노는 콜레라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콜레라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현장을 제 발로 찾아간 것이지요.
(...) 결국 스노는 콜레라가 독기에 의해 전염된다는 통설을 뒤집고 오염된 물을 통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임을 밝혀내 현대 역학의 선구자가 됩니다. (85~86)
영국의 각종 매체에서는 아름답고 정확한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합니다. 또한 영국의 신문과 잡지를 펼치면 국제 뉴스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한국 신문을 보면 국내 뉴스, 특히 정쟁을 다룬 기사가 대부분이고 국제 뉴스 비중은 10%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88)
이런 이스라엘 청년들은 군대를 다녀온 후 인생을 바꿀 '빅 트립 Big Trip'을 떠납니다. '위대한 여정'이라고도 하는 여행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고 진짜 현실을 체험하는 일종의 통과 의례를 거치는 겁니다. (92)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는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역시 유대인입니다. 그는 2003년 출간된 <호모 나마드 유목하는 인간>에서 "앞으로 인류는 의사, 교사, 공무원 등 한 곳에 소속된 노동자인 '정착민'과 새롭게 부상하는 최상류층인 '하이퍼 노마드', 비자발적인 이주민으로 가난한 '인프라 노마드' 등 세 부류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그의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96)
상류층을 위한 마구 용품 브랜드로 시작된 에르메스는 말과 마차의 시대, 자동차의 시대를 거쳐 비행기의 시대까지 가장 비싼 명품 브랜드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와 기술 혁신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온 에르메스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브랜드 가치도 소중히 지켜냅니다. (116)
실제로 구찌는 여행을 중시하는 구찌의 문화를 강조하기 위해 양손에 여행 가방을 든 기사의 모습을 표현한 크레스트 crest 로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33)
No.1에서 No.24까지 개발된 샘플 중에서 샤넬은 행운의 숫자인 'No.5'를 선택해 5월 5일 출시하는데요, 샤넬 No.5는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실제로 No.5는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다량의 알데히드가 혼합된 No.5는 인공 향류를 사용하고 숫자를 이름으로 사용한 최초의 향수였습니다. (141)
월튼의 목표는 늘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습니다. 자신이 본사에서 시간을 적게 보내면 보낼수록 회사에는 이득이라고 생각한 그는 현장에서 종업원과 매니저들의 말을 듣고, 그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전하며, 개선할 사항을 공유하기 위해 매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162)
자신을 평생 자본가가 아닌 '부유한 노동자'라고 생각한 그는 낡은 집에서 수십 년 된 TV를 보고 헤진 장갑을 기워서 낄 정도로 검소했습니다. 그는 평생 "사람은 보통 적당히 게으르고 싶고 적당히 재미있고 싶고 적당히 편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적당히'의 그물 사이로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처럼 우매한 짓은 없다."라고 말하며 게으름을 경계했습니다. (200)
(...) 최인철 교수는 저서 <굿 라이프>에서 행복의 비밀을 전수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요인은 상담도 개인의 노력도 아닌 '행복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사는 것'이라는 매우 지리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죠. (210)
스탠퍼드 부부는 늘그막에 얻은 귀한 외아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던 중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아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자 낙심합니다. 15세의 이른 나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립대학이 바로 스탠퍼드죠. (224)
버클리대 교수이자 이탈리아 출신 경제학자인 모레티는 <직업의 지리학>을 통해 시애틀과 같은 도시가 뜨고 디트로이트 같은 전통 제조업 중심도시가 몰락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그는 도시가 번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강력한 혁신기업의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232)
실제로 영국의 'Worldmapper'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주제를 표현한 지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54)
커넥토그래피 시대에는 연결성이 높은 사람, 즉 친구가 많고 다양할수록 경쟁력 있는 인재입니다. <커넥토그래피 혁명>의 저자인 파라그 카나는 160여 개국을 여행한 인도 출신 학자인데, 저에게 늘 영감과 자극을 주는 좋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256)
동남아는 국가와 지역마다 문화와 제도가 상이해 중소기업들이 개척하기에 좋은 틈새시장이 아직 남아있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도 무궁무진합니다. 인도네시아의 특별한 장점은 대기업만 잘 나가는 곳이 아니고 중소기업에게도 기회가 열린 상생의 생태계를 가졌다는 겁니다.
(...) 하지만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의 문화, 종교, 언어를 이해하고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개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275~276)
기술적으로 낙후되었던 국가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디지털 혁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립프로깅 현상'이라고 합니다. (279)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앞으로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보다는 남과 차별화되는 창의성이 중요하고, 입시 산업도 10년 내에 몰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고령화로 한국의 미래는 암울하다며 공부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동남아, 아프리카로 가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펼칩니다. '한국은 이제 답이 없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지만 한국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처하려면 '대전환 Great Reset'이 필수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듯합니다. (279~280)
좁은 국토에서 생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남녀 모두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이스라엘 청년들의 삶은 한국 청년 못지않게 팍팍하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공무원과 대기업 인기가 높아 청년들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취업을 준비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많은 청년들이 세계지도를 펼치고 창업을 준비합니다.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처음부터 해외에서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금방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입니다. (282)
(...)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 가상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교실에 가두고 건조한 방식으로 코딩 교육을 하거나, 국영수 중심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교육 방식입니다. '교육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지리적 상상력'을 발휘해 학교 밖 멋진 공간과 자연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즐겁게 배우는 방식으로 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289)
제가 신입사원을 뽑게 된다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지, 인생의 실패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어볼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소를 경험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 소통해본 사람이 문제 해결도 잘하고 현장에서 추진력도 좋을 테니까요. (290)
■ 저자: 김이재
서울대에서 지역 연구 석사,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런던대 교육연구대학원 IOE, 싱가포르대 아이아연구소 ARI, 국립교육원 NIE에서 연구했다. 영어, 일어, 독일어,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및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수출팀, 스탠퍼드 연구소 SRI에서 일했다. 세계 100여 개 나라를 답사한 지리학자로 세계 지리학 연맹 IGU 대표위원을 역임했고, 영국 왕립 지리학회 RGS, 지리협회 GA 등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동아일보>에 '지도 읽어주는 여자', <경향신문>에 '김이재의 지리적 상상력', <중앙일보>에 '김이재의 이코노믹스'를 연재했고, <한겨레>, <문화일보>, <주간조선>에 칼럼을 썼다.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에도 안 나오는 오지를 탐험하며 생생한 사진을 찍어와 다큐 사진작가들도 감탄하는 현장형 학자다. KBS '이슈 픽! 쌤과 함께', jtbc '차이 나는 클라스', tvN '요즘 책방', EBS '지식의 기쁨', KNN '최강 1교시' 등에서 강연하며 대중에게 지리의 힘과 중요성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왔다. EBS에서 '세계지리 수능특강'을 담당했고, '세계 테마 기행'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큐레이터로 활약했다.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 부연구위원으로 국가 교육과정을 개발했고, '지리적 상상력 연구소장'으로 음식 패션 여행 탱고 스포츠 현대미술 컴퓨터 게임 후각의 지리학 등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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