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독서습관539_공동체와 사람에 대한 평가기준 회복이 필요_자살 공화국_김태형_2017_세창미디어(220306)

by bandiburi 2022. 3. 7.

 

책을 읽고 난 뒤에 다시 <자살 공화국>이란 제목을 보니 좋은 내용에 비해 자극적으로 제목을 정했다는 아쉬움이 먼저 듭니다.

이전에 저자 김태형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생각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 바라서 이 책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한국이 OECD 중에 10년이 넘도록 자살률이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 노인 자살률이 1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일자리와 나의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환경에 지친 청년들과 노후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빈곤의 늪으로 빠져든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과 대책을 잘 분석해 놓은 이 책을 통해 자살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깨달은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첫째, 1990년대 이후로 신자유주의가 확장되면서 공동체 중심의 사회가 개인 중심으로 변화되며 자살이 증가했습니다.

도시화 전에는 지방 중심, 마을 중심의 삶을 살았습니다. 서로의 어려움을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함께 나눴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인구의 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도시란 인구는 많고 화려해 보이지만 서로가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살아가는 고독한 사회입니다. 나의 짐은 스스로 져야 합니다. 고독합니다.

고독한 존재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자살을 선택합니다.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면 자살은 지속적으로 증가할까 우려됩니다.

 

둘째, 자살에 대한 처방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 져야 합니다. 자살하는 원인을 추적해 가면 결국은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에 있습니다.

자살 방지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고독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최소한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복지를 통한 경제적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사회에 대한 기여도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이 주장이 강하게 마음을 울렸습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지향하는 바가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하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의 사회적 기여도를 기준 삼아야 합니다.

불로소득이나 부의 대물림 등으로 노력 없이 부를 누리는 자들이 스스로를 자랑하는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내 집값이 타인의 장애아동의 배움과 돌봄보다 우선됩니다. 사람이 돈보다 못하다니...

개개인이 100년이란 생에 대한 존재의 이유, 사명과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시민의 삶에 기여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본받을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저와 같은 어른들이 그런 삶을 살고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해야겠네요. 우리 주변의 온갖 잡음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의 삶의 철학을 유지해야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영향력을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줘야합니다. 어른들이 나서야 합니다.
아래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자본주의사회는 사람들에게 사회와 연결된 삶이 아닌 개인 단위의 고립된 삶을 살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뒤르켐이 강조했던 아노미 현상이란 사회적 존재인 사람에게 사람다운 삶을 허락하지 않는 자본주의사회에 특유한 병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41)



일찍이 뒤르켐이 지적했듯이, 자살의 근본 원인은 사회에 있다. 병적인 사회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포함하는 다양한 자살 원인을 제공하며,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정신적 고통과 불행을 해결할 수 있는 탈출구를 봉쇄함으로써 사람들을 자살 쪽으로 몰아세운다. 이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온건한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체계가 그 사회에 얼마나 잘 발달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결국 한 인간으로 하여금 자살 여부를 결정하게 할 수 있다."(61)



한국처럼 계급적 대립이 첨예하고 직업이나 재산에 따라 사람을 평가, 차별, 무시하는 경향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사회에서는 호감이 계급적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류심리학은 계급과 관련이 있는 신분이나 직업을 '유사성'이라는 범주에다 슬그머니 끼워 넣어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하지만 계급사회, 차별 사회에서 신분이나 직업은 호감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물리적 근접과 친숙성, 유사성, 신체적 매력 등은 신분이나 직업의 테두리를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65)



일반적으로 사회개혁 의지가 강한 학자,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학자들은 자살의 사회적 원인을 중시하는 반면 현상유지 의지가 강한 학자,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학자들은 자살의 생물학적, 개인적 원인을 강조한다. 간단히 말해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병든 사회가 자살자를 양산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자살을 당사자 잘못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병적인 사회에서 권력을 잡은 지배층이 자살을 개인 탓으로 몰고 가는 현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68)



이 지적처럼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금물이며 자살의 주 원인을 사회적 요인이라고 주장할 때도 개인적 요인들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자살에 관한 사회학적 접근은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보강하고 뒷받침해야 할 필요가 있다. (75)

 

병적인 환경은 인간에게 중요한 사회적 동기를 좌절시켜 부정적 감정을 유발함으로써 비로소 정신적 고통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인간의 자살심리를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①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할 인간의 중요한 사회적 동기는 무엇일까?
② 어떤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중요한 사회적 동기를 좌절시킬까?
③ 그 결과 초래되는 부정적인 감정은 무엇일까?
(97~98)

 

 

사회적 생존이란 단순히 사회 속에서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육체적 생존이 중요한 생물학적 욕구들을 충족시키면서 사는 것을 의미하듯, 사회적 생존이란 중요한 사회적 동기를 충족시키면서 사는 것을 말한다. (101)

 

사람에 대한 평가와 존경은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로 평가되어야 마땅함에도,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사람을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가 아니라 재산이 많은 정도로 평가한다.

즉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돈이 많고 학벌이 우수하며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 - 이것이 올바른 평가이고 또 진정한 존경인가의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한다 - 하는 것이다. (111)

 

가난한 사회가 곧 병든 사회인 것은 아니다. 병든 사회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공동체의 붕괴가 결합되어 있는 사회, 그 결과 평범한 이웃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적대시하며 서로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128)

 

한국인들이 끊임없이 자기계발 압력을 받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 자체가 상품화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신상품으로 탈바꿈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로부터 개인들은 "남들에 의해 변화하는 기대와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게 되고 그 결과 자아 혹은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135)

 

사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훗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부모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유기공포와 결합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성적이 나쁠 경우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전형적인 유기공포와 사회적 유기공포를 동시적으로 유발한다.

성적이 단지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 버림받는 것을 의미하게 되면 성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고립, 즉 고독과 연동된다. (151)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난 이 대학생들을 자살로 몰아간 권태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람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즉 사람은 배불리 먹는 것 혹은 물질적 풍요 이상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건전한 삶의 목표를 발견하지 못하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데, 이때 체험하는 전형적인 감정이 바로 권태이다. (중략)

한국에서 많은 어른들과 사회는 아이들에게 어려서는 놀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고, 커서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돈이나 많이 버는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삶을 살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 세속적인 성공이나 출세 따위는 건전한 삶의 목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160~161)

 

728x90

 

사회학에서 일반적으로 "자살을 '개인'과 근대적 개인주의가 성립한 이후의 사회현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그나마 공동체주의에 기초하고 있던 이전 시기의 사회들과는 달리 개인이기주의에 기초해 작동하는 자본주의 제도가 자살이라는 사회현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172)

 

만일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째 취직이 되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청년이 고통의 원인이 헬조선, 병적인 한국사회에 있다고 해석한다면 그는 사회개혁운동에 참여하여 고통을 해소해 나갈 수 있다.

반면에 이 청년이 고통의 원인을 자신의 무능력 탓이라고 해석한다면 분노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기 자신을 공격하게 되고 그 결과 자기 비하와 자기혐오가 심해진다. (180)

 

한마디로 가난한 자기를 긍정하고 사랑하며, 자랑스러워하는 한국인이 거의 없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돈 숭배로 일관된 한국의 저열한 주류사상에 기초해 자기 상황을 해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해석이 자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83)

 

정의와 평등이 실현된 공정한 사회는 격차가 해소된 사회이다. 직업 간 소득격차를 비롯한 온갖 격차의 해소, 기회의 균등, 사회적 자원의 공평한 분배, 사회복지제도 등이 실현되면 돈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고 돈을 중심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풍조도 사라질 것이다.

나아가 한국인이 서로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풍조도 빠르게 퇴조할 것이다. (217)

 

경제규모가 커졌음에도 만성화된 청년 실업, 비정규직의 양산, 서민층과 고소득층 간의 지나친 양극화가 빚어낸 사회구조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중략)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에 관리와 치료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자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39)

 

(출처: 연합뉴스)


■ 저자: 김태형


심리학자.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심리학계를 떠나 한동안 사회운동에 몰두하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2005년부터 활발한 연구, 집필, 교육, 강의, 상담활동 등을 통해 심리학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해 왔으며, 심리학을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학문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