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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510]어머니의 깃발_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위한 비판과 저항

by bandiburi 2022. 1. 15.

"나라 정치를 한다는 국회의원님께서는 상환료는 상환료대로 다 받아먹고 또 땅은 땅대로 뺏어 가고, 간판 걸어놓고 남의 일 봐준다는 변호사 놈은 앞벽 치고 뒷벽 쳐서 지 욕심만 챙기고, 그런께, 그 난놈들이 손발에 흙 안 묻히고도 찬물 퉁기고 잘 사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더구먼. 못난 놈들 골을 내고 간 내고 오그리고 쪼그리고 짜고 비틀어서 빼먹을 것 다 빼먹은 다음에는 걷어차도 이렇게 험하게 차버린단 말이야"(138)
故 송기숙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1978년에서 1984년 사이에 발표한 중단편 소설을 묶은 것 중에 3권이다. 책날개의 저자소개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온 분인지 이해하고 각각의 소설을 읽다 보니 작가의 색깔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 초기 단계를 거치며 대한민국 사회에 남아 있는 건강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지적하고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권력, 비리, 돈에 대한 저항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지향한다. 송기숙 작가 하면 왠지 '저항'이란 단어가 연결된다.

소설의 배경이 70년대 이전이라서 30대 이전의 사람들이 읽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도시화로 인해 지방이나 시골에서 생활한 경험이 없는 것이 제약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과거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특히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를 있는 그대로 옮겨놓은 부분이 정겹다. 일부 단어는 오늘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책 말미에 요약된 것 중에 이 소설집을 잘 설명한 내용이 있어 각 소설에 대한 소감을 대신한다. 

 

 

이것들은 삶의 질곡을 야기하는 부정적 요인들에 저항하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민중 지향성이 매우 강하게 드러나는 소설들이다. (371)

 

송기숙 소설에는 정의의 편에 서거나 도덕적으로 우월한 입장에 있는 인물들이 반드시 등장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불뚝성이 노인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근대화 과정의 혼란과 물화 현상에서 일정하게 비껴 서 있는 인물들이다.

예를 들면, 세상과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만복이'(<만복이>중), 설날 고향 대신 노조를 결성하려다가 쫓겨난 '혜선 언니'를 찾아가는 '순자'와 동학군이었던 그녀의 증조할아버지(<몽기미 풍경> 중), 서울로 딸을 찾아 나선 '뚱바우영감'(<뚱바우영감>중), 일제 때 간평 나온 마름을 두들겨 패주고 고생한 '삼밭영감'(<청개구리>중), 해방 후 농지개혁법이 시행될 때 국회의원의 농간에 앞장선 마름 '석달곤'을 죽인 것으로 잘못 알고 20년간 숨어 지내다 고향을 찾아온 '털보 민바우'(<유채꽃 피는 동네>중), 근대화를 위해 전봇대를 세우면서 마늘밭을 짓밟은 것에 항의하다 철탑 전깃줄에 감전되어 죽은 '남편 덕주'(<낙화>중), 6.25 전쟁 때 좌익에게 두 아들을 잃었음에도 빨갱이 자식('안순이')와 우익의 자식('삼식이')을 데려다 키워 결혼시킨 '방호영감'(<살구꽃이 필 때까지>중), 전쟁 중에 의용군에 나간 아들이 돌아올까봐 수몰된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물에 잠긴 마을 장구목 길에 움막을 짓고 살아가는 '한몰영감'(<당제>중) 등이 그들이다. (380)

 

도덕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우월한 존재들이 우리 삶의 건강성을 해치는 요인들을 말과 행동으로 비판하는 것에서 독자는 공감적 인식에 이르게 된다. (382)

독서습관510_어머니의 깃발_송기숙_2018_창비(220114)


■ 저자: 송기숙 (1935~2021)

(출처: 매일경제)

1935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5년고 1966년 <현대문학>에 각각 평론과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민주화운동과 교육운동에 치열하게 참여하여 두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분단 현실과 민중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 중량 있는 작품을 속속 발표하며 민족문학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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