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487]농 살림을 디자인하다_귀농귀촌과 친환경 순환형 삶을 희망하는 사람을 위한 책

by bandiburi 2021. 11. 29.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주축이 60세 이상의 인구가 되고 있다. 그들의 주된 관심 중 하나가 귀농귀촌이다. 그들 대부분은 고향이 지방이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남아 시골로 돌아가 살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의 농촌은 확연히 달라졌다. 젊은층은 직업을 구하기 위해 도시로 떠났고 남아 있는 인구는 70세 이상의 노인층이다.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시대에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분들이 꼭 읽어보면 도움이 될 책이다. 어떻게 농사를 지어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부분이 소개된다. 유기농업에 대한 이야기, 환경순환적인 농장 갖추기, 지역사회 중심의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통한 일자리 창출, 농촌 컨설팅을 통해 귀농귀촌 인구를 유입시킨 사례 등이 담겨 있다.

<농, 살림을 디자인하다>라는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재미있다. 농사부터, 농장설계 방법 그리고 농촌마을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사례가 많이 공유되고 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22.6%다. 그나마 쌀 자급률이 100%에 근접하고 있어 2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옥수수 0.8%, 밀 2.2%, 콩 8.8% 등, 쌀을 제외한 작물의 식량자급률은 5%에 지나지 않는다. 농부들이 시장에서 돈이 되는 농산물만 생산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작물은 외면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6)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적 방식으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과 소비자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농산물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완주군의 건강한 밥상, 여성농민회의 언니네텃밭 등이 CSA 방식의 농산물 유통을 시도하고 있다. (27)
세계적으로 가장 유기농업이 활발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의 후쿠오카 마사노부(1914~2008)는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경작, 무제초의 사무농법(혹은 자연농법)을 50년간 실행하면서 나날이 비옥해가는 농토, 나날이 건강해지는 육체, 나날이 행복해지는 정신을 추구하는 철학체계와 농업기술체계를 확립했다.

한편, 후쿠오카 마사노부와는 별도로 유기농업을 실현하던 농부들을 모아 고다니 준이치는 1946년 애농회를 만들고 유기농업 생산자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농법은 그저 별난 것으로 취급받다가 몇 차례의 병충해가 일본을 휩쓸었을 당시 그들의 농작물에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32)
흥미로웠던 점을 몇 가지 정리한다.
첫째, 멀칭(mulching)이란 부분이다. 시골 어르신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제초작업이다. 요즘은 고추를 심고 골 사이를 검은색 비닐로 덮어버린다. 그러면 잡초가 자랄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밭둑이나 논둑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뿌린다. 둑마다 노랗게 죽은 풀만 남아 되려 비가 많이 오면 둑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농자재와 농약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친환경 멀칭방법이 젊은 귀농인들이라면 해볼 만하겠다. 낙엽도, 볏짚도, 신문도, 제초 작업한 풀도 모두가 멀칭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토양을 관리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뿌리덮개다. 뿌리덮개는 영어로 멀치(mulch)인데, 우리나라에서 멀칭(mulching)은 흔히 비닐로 밭을 덮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비닐이 아니라 유기물질로 덮으면 토양에 유기물질을 공급할 수 있다. 비닐 멀칭을 하는 이유는 보온, 보습, 잡초억제, 작물의 청결유지 등 때문이다. 고추 탄저병과 같은 식물 감염은 토양 내에 있는 원인 미생물인 세균,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난다. (175)

 

이렇듯 농장에서 병해충과 바람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동식물이다. 농장디자인이란 토양, 물, 에너지 등의 기반시설을 통해 생물자원을 도입하여 성장시키고, 이를 상호 연결하여 하나의 생명체처럼 조화를 이루게 하는 일이다. 나의 하루 몇 시간의 노동에 의해 농장 전체에 많은 생물들이 들고 나며 스스로 움직이면서 내가 필요한 것들을 만드러낸다고 상상해보라!(201)
둘째, 이동식 닭장이 트랙터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동식 닭장을 밭에 두면 닭들이 먹이를 찾아 밭을 파헤친다. 똥은 거름이 된다. 장소를 일정한 주기로 이동하면 트랙터 못지 않은 경운 작업을 한다. 호주에서 이런 식으로 한다는데 약간은 번거로운 점은 있겠지만 친환경 유기농업에 적합한 방법이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닭도 키우고 기름도 사용하지 않고 기계도 필요 없이 살아가는 길이다.

 

호주에서는 닭을 이용해서 밭을 가는 닭경운기(Chicken Tracer)를 쓴다. 농작물을 수확한 후 닭을 밭에 풀어놓으면 부산물을 먹고 곤충을 잡기 위해 흙을 헤치며 다니면서 땅을 갈고 똥을 싸 비료를 공급한다. 즉 트랙터가 하는 일을 다 해준다. 이동할 수 있는 형태의 닭장을 만들고 이 닭장을 일정 시간 밭에 두었다가 조금씩 이동하면 마치 트랙터가 지나간 효과를 낼 수 있다. (96)

 

상업에너지의 사용을 대신할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상업에너지의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 도시에서처럼 에어컨, 식기세척기(중략)를 여전히 쓰면서 이를 위해 대안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 버려야 한다. 큰 응접세트, 옷장, 침대 등도 마찬가지다. (중략) 많이 버리면 버릴수록 도시에서 상상도 못 했던 것을 채울 수 있다. 느림, 자신을 돌아봄,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자부심, 이웃 간의 정, 공동체의 연대감, 자연과의 교감, 이 모든 것에 바탕을 둔 진정한 행복 등등을. (102)

 

 

셋째, 충남 홍동마을이다. 풀무학교가 있다. 이전에 풀무학교와 관련된 책을 보고 알게된 마을이다. 유튜브에도 나온다. 많은 농촌마을이 인구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로 사라질 위기인데 이곳은 오랜 친환경농업의 역사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인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

그곳에서 나는 농산물이 지역에서 판매망이 구축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아이들이 많아지며 양육을 위한 일자리가 생기고, 이는 또 다른 일자리를 파생한다. 지방의 읍면 단위로 이 같은 마을을 조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왕 귀농귀촌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이런 곳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홍동면은 인구증가, 인구증가에 따른 지역활동의 증가, 그로 인한 일자리의 창출, 그 일자리로 인한 인구유입의 선순환과 함께 지역에서 필요한 일을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외부로부터 지역으로 유입된 돈이 다시 지역에 쓰이는 순환적 경제시스템을 구축했다. (280)

 

지금까지 지역에 좋은 게 있다면 도시에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걸 지역에서 먼저 쓰면 더 좋지 않을까? 도시민이 원하고 도시민이 필요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필요한 것을 먼저 만들면 좋지 않을까? 분명 지역주민에게도 욕구가 있고 필요가 있는데 이제까지 이 욕구와 필요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296~297)
이 책은 농업이란 것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잘 정리했다. 이제 몸을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이러한 유기농업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미국 버지니아 주 외곽에서 조엘 샐러틴이 운영하는 폴리페이스(Poly Face) 농장이다. 작은 규모에서 순환방식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갖는 축산을 한다. 대부분의 생산물은 일반시장에서 거래하지 않고 얼굴을 알고 있거나 농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물론 유기농 인증을 거부한다. (42)

 

로컬푸드는 이러한 식량의 이동거리, 즉 푸드마일(Food Mile)을 줄이려는 시도다. 푸드마일은 생산지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실제 이동거리를 의미한다. (중략) 많은 로컬푸드 전문가들은 물리적 거리보다 사회적 거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 거리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친숙도, 신뢰 등을 의미한다. 그래서 물리적 거리가 다소 길더라도 사회적 거리가 짧다면 충분히 로컬푸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물리적 거리가 아무리 짧더라도 사회적 거리가 긴 경우, 즉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어떠한 관계도 없다면 로컬푸드가 될 수 없다. (47~49)
농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상업적 농자재와 농산물 유통회사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농산물의 소비자 가격에서 농민의 수익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50)
로컬푸드는 농민, 소비자, 환경을 살릴 뿐 아니라 일자리도 만드는 끌끌한 놈이다. (64)

 

생태마을, 크리스탈워터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파마 컬처 디자인 코스(Permaculture Design Course)다. 파마 컬처는 영속적이라는 뜻의 'permanent'와 농업 'agriculture'의 합성어인데, 호주 남부의 태스매니아 섬 출신으로 생물학, 환경 심리학 등을 공부한 빌 몰리슨(Bill Millison)이 1974년 데이비드 홈그램(David Holmgren)과 함께 창안한 개념이다. 파마 컬처는 식량, 토양, 수자원, 에너지, 주거지 등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시스템을 자연생태계와 조화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83)

 

 

가족이나 친지들이 자주 찾아올 것을 예상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닌 이상 특별할 때를 대비해서 집을 크게 지어 관리할 필요가 없다. 지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귀농귀촌의 실패 요인 중 하나다. (중략) 집을 계획할 때는 '작고 소박한 집에 우주가 담긴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121)

 

태양광발전 설비의 설치비를 정부에서 보조받는 경우 생산한 전기를 팔 수 없고 사용한 전기량만큼 차감하게 된다.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고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한전에 높은 가격으로 전기를 팔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쓰지 않는 땅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추어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128~129)

 

양변기에서 소변과 대변을 분리하려면 변기의 앞쪽에 소변을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장치를 만들면 된다.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호르몬, 효소면역물질, 유산균 등이 들어 있는 소변은 매우 훌륭한 액비다. 공기를 접하지 않게 하여 2주 정도 숙성을 하면 소변에 포함되어 있는 요산의 독성이 없어지고 토양에 유익한 성분이 만들어진다.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물과 희석하여 거름으로 사용하면 된다. (151)

 

1 지구는 작은 공간에 많은 요소를 집어넣어야 하고 작물도 집약적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서 공간을 평면으로 생각하지 말고 수직으로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집짓기에 이용한 트렐리스를 보다 다양한 모양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인디언 텐트 모양의 트렐리스... (159)
퇴비를 만들려면 적절한 재료를 잘 섞어주어야 한다. 미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과 영양원의 비율이 적당해야 한다. 미생물에게 에너지원은 탄소이고 영양원은 질소다. 그래서 탄소와 질소의 비율, 즉 탄질율(C/N)을 맞춰주어야 한다. 퇴비를 만들기 좋은 탄질율은 30 전후다. (170)

 

건축가인 주대관 씨는 양구에서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했다. 독거노인이 살고 있는 큰 집을 고쳐 일부를 민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독거노인이 용돈을 벌고 민박비의 일부는 마을기금이 되도록 했다.

농촌마을의 노인주거 문제를 민박 문제와 함께 해결한 것이다. 그 다음 해에는 독거노인들이 함께 모여 생활할 수 있는 집, 이른바 그룹 홈을 만들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어르신들이 쾌적한 집에 모여 살면서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했다. (235)

 

아마도 마을의 보호벽이 필요 없거나, 마을의 보호벽이 없어져 이득을 보고 있는 곳일 것이다. 그런 곳이 어딜까? 그런 곳을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가 마을을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만능 해결사인 시장에 의해 개인적인 이익을 조정하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는 효율적이다. (268~269)

 

귀농귀촌할 요량이면 사회적 경제에 내 삶을 접속시켜 보자. 이제까지 나를 위해, 나의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살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자. 나를 살려보자. 도시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이웃을 살리고 지역사회를 바꾸는 일에 도전해보자. (307)

독서습관487_농 살림을 디자인하다_임경수_2014_들녘(211128)


저자: 임경수


1965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업화학과에 입학했다. 같은 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에 들어가 환경관리를 전공하고, 대기오염에 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대기오염 분야로 석사논문을 썼다.

1993년 충주의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환경행사에 갔다가 유기농을 하는 목사님으로부터 "환경공부를 한 놈이 농사를 지어야지!"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말은 평생의 지침이 되었다.

이후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글들을 읽고, 정토회 불교생태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아내를 만나 4년 뒤에 결혼했다.

1994년 공군 중위로 예편한 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1998년에 <쌀 경작체계의 환경친화성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교보생명으로부터 '유기농생산자정보시스템 구축'이라는 공익사업의 지원을 받아 전국의 100여 유기농 농민을 인터뷰, 조사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인터넷 이장'이라는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이는 각종 언론에 보도되었고, EBS의 '하나뿐인 지구'에 출연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 '인터넷 이장'의 유기농 생산자 정보를 바탕으로 '이장네 밥집'이라는 유기농도시락 전문배달점을 서울대 후문에 창업했다가 3개월 만에 폐업했다.

그해, 호주 크리스탈워터즈 생태마을을 방문하여 퍼머컬처를 공부했는데, 여기에서 큰 배움을 얻게 된다. 풀무학교 전공부 교사로 근무하게 되어 홍성으로 이사했다.

2001년 후배들과 함께 '주식회사 이장'을 창업했다. 본사를 춘천에 두기로 함에 따라 춘천으로 이사, 강원도 지역의 농촌마을 컨설팅분야를 개척하고 여러 지역의 마을을 컨설팅했다.

2004년에는 '이장'의 서천지사를 설립하고 서천으로 이사했다. 서천의 신활력사업을 기획, 자문했으며, 전원생태마을인 산너울마을 사업을 추진했다. 2008년 경기도 안성으로 이사하고, 다시 2010년에 전북 완주군 구이면으로 이사하면서 사회적기업 '이장'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1년에 퍼머컬처대학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12년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센터장에 취임하여 완주군 고산면으로 이사한 뒤 2013년 현재까지 센터장 일을 하고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