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나오는 진성전자 관리책임자 교익처럼 자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입원한 병실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조차 병문안을 온 사람들에게 "얼른 일어나 일하러 가야지"라고 말한다. 책 <중독사회> 30페이지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다양한 트라우마를 통한 두려움으로 인해 일중독, 돈 중독, 외모 중독, 학력 중독 등 중독사회가 되었다는 강수돌의 책 <중독사회>에 소개된 영화였다. 처음 듣는 영화 제목이라서 넷플릭스에 조회하니 볼 수 있었다. 토요일 저녁 식사 후에 아내와 영화를 봤다.
이미 기사를 통해 반울림이란 단체와 황상기 씨 그리고 고 황유미 씨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피해 가족들이 실체를 밝히고 억울함을 알기 위해 얼마나 고통과 노력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작은 동정심을 표했을 뿐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내 자식이라면 아니 내 지인의 자녀였다면 그럴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런 일련의 사고를 은폐하고 사람을 통해 산업재해 신고를 못하게 막으려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자식이 일류기업에 취업했을 때의 기쁨보다 훨씬 큰 배신감이 들었으리라.
이 영화를 통해 황상기 씨를 비롯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얼마나 큰 희생과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조그만 관심조차도 제대로 주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고 황유미 씨와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절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자식들이 스스로의 자립을 위해 어떤 일을 할지 궁금함과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취업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열심히 일하는 젊음은 부모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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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처럼 평범한 국민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대기업이 진실을 은폐하고 그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왜 사는가'라는 철학적 성철의 부재하고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뭔가에 쫓기듯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나라를 탓하기보다 자신을 탓하며 더 열심히 살고자 한다. 그러나 사회구조적으로 고쳐야할 부분은 국가가 올바른 판단으로 대기업이건 개인이건 동일한 잣대로 적용해서 응징해야 한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였다. 2018년 삼성전자로부터 공식적으로 사과를 받았기에 일부라도 유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상처가 조금은 치유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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