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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영화

[영화]가족과 부모의 의미 그리고 빈부격차에 대한 생각_주먹이 운다(211003)

by bandiburi 2021. 10. 4.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이와 만화 보는 날이라서요>란 책에서 소개된 영화 <주먹이 운다>를 봤다. 책에서는 주인공 복서 강태식(최민식 역)이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며 아들에게 중언부언한다는 내용이 있다. 책은 자녀를 키우는데 아빠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의 강태식은 그런 면에서 보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사기를 당해 어려운 상황이고, 부부싸움을 일으키고, 아이에게 거친 모습을 보이고 교육적인 면에 관심이 없고 함께 보내는 시간도 없다. 가족을 위해 산다고 하지만 돈을 관리할 줄 몰라 쉽게 사기당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운동은 잘했지만 나머지 사회 생활면에서는 감정이 이성을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유상환(류승범 역)은 어떤가. 할머니는 한 푼이라도 벌려고 노력하고 손주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를 한다.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아버지는 열심히 살며 아들이 잘 되길 바란다. 반면에 유상환은 싸움과 삥뜯기를 주로 하며 양아치 생활을 하다 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에서도 거친 행동을 보이다 권투를 배우게 된다. 그 사이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할머니마저 쓰러진다. 겉으로는 거칠지만 마음은 가족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할머니를 위해 신인왕전 우승에 도전한다.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고 아내와도 이혼하게 된 강태식은 육체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지만 신인왕전에 도전하기로 한다. 결국 결승에서 늙은 복서 강태식과 거친 복서 유상환은 만나게 된다. 서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6회까지 온 힘을 쏟아서 경기를 한다. 결국 유상환의 판정승으로 끝이 난다.  

 

 

요즘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서도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의 죽음을 건 돈먹기 게임은 삶의 지속이냐 중단이냐를 결정하는 모든 것을 건 승부다. 반면에 가면을 쓰고 경마경기를 관람하듯이 이들을 지켜보는 부자들의 모습은 더욱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인간의 탐욕을 대변한다. 씁쓸한 현실이다. 

 

영화 <주먹이 운다>도 시종일관 <오징어 게임>에서 받은 인상과 오버랩되었다. 사회적으로 정상이라고 판단되는 길을 걷지 않은 사람들은 마치 불량품이라도 되는 것처럼 낙인되고 포용되지 않는 환경이다. 그들도 잘 살기 원하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뿐이다. 가난한 가정, 불화가 있는 가정, 이혼한 가정, 조부모 가정 등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에 자신의 꿈을 시도해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평범한 길에서 잠시 벗어난 길을 걸었을 뿐이다. 이들은 결국 구치소로 길거리로 내몰리는 삶을 살게 된다. 돈이란 것에 쫓기며 살게 된다. 

 

영화란 것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있다. 물론 이렇게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과 함께 부유층과 권력자들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도 있다. <기생충>과 같이 양쪽을 모두 보여주는 영화도 있다. 이 시대가 부모를 잘 만나서 자신의 노력 없이도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금수저'와 반대쪽에 위치한 '흙수저'간의 간격을 좁히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증여나 상속을 통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의 돈이 세대를 이어간다. 노동의 가치가 감소하고 자본의 가치가 증가해서 자본을 많이 가진 자들이 위세를 부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가끔 드러나는 부유층의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카르텔은 견고하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기득권이고, 법을 집행하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이 기득권층이 되었으며, 예산을 편성하고 세금을 거두는 고위공직자들이 기득권이 되어 빈부격차를 줄이는 길로 가려는 사람들을 방해하고 있다. 인맥이 동원되고, 부정한 행위가 사용된다. 

 

영화를 통해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본다.
나의 생각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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