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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75]중독의 시대_대한민국은 트라우마로 일중독 외모중독 돈중독 사회

by bandiburi 2021. 11. 14.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첫째, 소유 양식의 삶이 아니라 존재 양식의 삶을 지향한다. 원래 이 개념은 독일 철학자이자 사회사상가인 에리히 프롬의 아이디어다. 소유 양식이란 재물과 명예, 지위와 권력 등을 부단히 축적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반면 존재 양식이란 나 자신을 포함한 세상 만물의 존재 그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고, 특히 존재 간의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중략)

둘째, 결과 지향적 삶이 아니라 과정 지향적 삶이 필요하다. 현재 중독 시스템 속에서의 우리 삶은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것'이란 생각을 깔고 있다. 경쟁과 분열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중략) 과정 지향적 삶에서는 매 순간, 매 과정의 소중함을 느끼며 늘 배움과 깨우침 속에 한 걸음씩 나아간다. 장점은 장점대로 배우고 단점은 단점대로 배우고 고친다. (중략)

셋째, 외면 지향적 삶보다 내면 지향적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외면 지향적 삶이란 것도 결국은 경쟁과 분열의 시스템 속에서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예컨대 외모, 이미지, 인상, 학벌, 학력, 자격증, 사회적 지위, 고급 옷, 명품가방 등이 외면 지향의 삶에서 중요시되는 것들이다. 반면에 내면 지향의 삶은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자기 목소리와 느낌에 주목한다. (264~265)

 

대한민국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익숙해져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쟁'이란 단어다. 학교에서는 성적이란 숫자와 순위를 가지고 공부 경쟁을 조장했다. 회사에서는 성과에 대해 우열을 매겨서 성과 경쟁을 조장한다. 언론에서는 상위 몇 퍼센트를 운운하며 부의 경쟁을 부추긴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나란 존재는 사라지고 '0(영)'으로 수렴할 것 같은 사회다. 
자본주의 시스템 입장에서는 온 사회를 차별적인 '격차사회'로 만들어내는 것이 지배력 확보에 더 유리하다. 사람들이 서러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해 더 열심히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교에서의 입시 경쟁과 높은 교육열,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한 취업 경쟁, 나아가 모든 기업에서의 살벌한 생산성 효율성 수익성 경쟁이 그 증거다. 특히, 부모 내지 엄마의 자녀에 대한 높은 교육열은 부모가 내면화한 일중독을 자녀세대에게 전승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86)

 

탈북민이 한국에 와서 제일 어려워하는 점이 경쟁사회에서 적응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사람들 대비해서 낙오된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은 경쟁일 뿐 존재 자체로 소중하며 그럴 가치가 있다고 알려주지 않아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살을 결심한다. 노후를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령층 역시도 국가의 지원에 기댈 수 없어 자살을 택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가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우리는 '명함 사회'에 산다. 명함 속에 표시된 나의 일이나 나의 소속, 나의 지위가 곧 나 자신의 정체성이다. '나'라는 사람은 곧 내가 하는 일(노동)이다. 만일 일자리가 없거나 일을 잃어 실업자가 되면 마치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상실감을 느낀다. 직장인들이 해고의 두려움 속에 갇혀 사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동과 동일시한 결과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나고 일은 일일 뿐이다. (188)
이 책 <중독의 시대>는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일중독, 공부중독 등에 빠지게 되었는지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소개하며 우리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두려움'에 주목한다. 해방 이후 100년이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많은 부침을 경험하며 국민들에게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중독증상이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접하는 해석이면서 타당하게 보인다. 
중독이란 두려움 억압(회피)의 수단이다. 따라서 원래의 두려움이나 괴로움은 결코 극복되지 않고, 오히려 중독의 내성만 증가한다. 요컨대 사람들이 내면의 두려움에 대해 참기 어려운 느낌을 갖게 되므로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에 기대게 되는데, 이것이 곧 중독이란 질명으로 나타난다. (21페이지)

 

놀아도 일중독으로 논다. 심지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나오는 진성전자 관리책임자 교익처럼 자신이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입원한 병실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조차 병문안을 온 사람들에게 "얼른 일어나 일하러 가야지"라고 말한다. (30)

 

저자는 마지막에 해소 방법을 제시하는데 제일 앞에 소개된 세 가지 방법이다. 많이 공감이 되어 제일 앞쪽에 배치했다. 표피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변화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들은 실제로 수행한 일의 성과가 아니라 겉으로 떠맡은 일 내지 일자리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영화 <잠시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중견 여직원 이가라시처럼 상사에게 자신의 '유능함'을 입증하기 위해 서류 조작까지 마다치 않는 등, 일 뒤에 숨어서 자신을 보호하기도 한다. (31~32)

 

(자본의) 파괴적 합리성이 선진 산업사회의 노동자계급에게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생산력을 해방'시키는 것으로 수용되었다. 그것은 노동자 계급이 패배당한 상태에서 그 주체성과 정체성이 점점 더 탈취당하고 이로 인해 온순하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파괴적인 과정을 통해 생산되어 중심부로 이전된 '가치'를 나눠먹는 공범관계는 더 강화되었던 것이다. (36)

 

셋째, 중독조직은 온 사회에도 해악을 끼친다. 그 조직의 대표자나 주요 간부들이 돈이나 권력에 중독되어 정치가들과 일종의 '내부자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가장 상징적이다. 부정부패한 정경유착이 그 대표적 사례다. 당연히 그 피해는 온 국민이 입는다. 심지어 '4대 강 사업'에서처럼 수만 년을 두고 형성되어 온 자연도 하루아침에 파괴되기도 한다. (42)
중독 시스템으로서 자본은 인간의 욕망을 만들어내고 재생산 한다. 그것도 원칙적으로 보면 무한정 생산한다. 왜냐하면 바로 이 무한성 내지 불만족이 자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45)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자아 정체성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그 노동력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부중독이나 일중독에 빠질 것이다. 그래야 트라우마로 인한 두려움을 망각 또는 억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누군가 공부중독이나 일중독에 빠지면 부모 교사 이웃 친지 등 모두가 기뻐한다. 좋은 점수와 높은 성과로 사회적 인정을 받고 나아가 그 노동력 가치에 상응하는 명예나 권력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54~55)

 

비록 단순화의 위험이 있지만, 전반적 개괄을 위해 한국의 식민지 이후의 시기를 아홉 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63)
1. 저항과 해방의 시기
2. 1945~1953년 : 잃어버린 혁명의 시기
3. 1953~1961년 : 정체와 부패의 시기
4. 1961~1979년 : 개발독재의 시기
5. 1981~1987년 : 억압된 해방의 시기
6. 1987~1997년 : 지연된 민주화의 시기
7. 1997~2007년 : 신자유주의적 민주화의 시기
8. 2008~2017년 : 반동적 신자유주의의 시기
9. 2017년 이후 : '촛불혁명'의 시기

 

그렇게 '민주 투사' 김영삼은 친일파 개발독재 세력의 전통을 가진 보수우익 기득권 세력과 한 몸이 되었다. 마침내 김영삼은 1992년 말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군사 독재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문민 독재'의 출발이기도 했다. 중독 시스템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기존 중독 체제에 위협되는 시도나 요소가 발견될 때 주류가 비주류를 서둘러 포섭해버리는 식민화의 일종이었다. (99~100)

 

흔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30년 개발독재가 가능했던 역사적 사회적 전제조건이 그 이전의 약 20년 동안 강도 높게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모든 대안적 아이디어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통해서였다.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은 무고한 사람들은 물론 온 사회에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 한 결과가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두려움이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생존전략은 체제와의 동일시, 국가와의 동일시, 기업과의 동일시, 승자(강자)와의 동일시였다. (114)

 

전경련은 1961년 이래 한국 자본주의 내지 재벌체제를 상징하는 구심체다. 현재 전경련의 공식 비전과 미션은 "자유시장경제 창달"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신뢰받는 기업상 정립" 등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윤곽이 여기에 있다. 자유시장경제에 비판적이거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해롭거나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나 사상 이론 정책 제도는 모두 금기시된다. 이것이 전경련이다. 재벌들은 전경련에 돈을 내고 전경련은 '박사모'나 '태극기 부대' 등 우익단체들을 지원해 왔다. (116)

 

이 '5층의 계급구조'를 가설적으로 제시하면 이렇다. (118)
-제1계급: 재벌, 대통령, 국정원, 판검사, 국회의원, 장차관, 언론사장, 장성
-제2계급: 고위 관료, 교수, 의사, 교장, 변호사, 회계사, 사장, 공공기관장
-제3계급: 대기업 정규직 직원, 일반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자영업자, 임대업자
-제4계급: 중소기업 직원, 비정규직 직원
-제5계급: 알바생, 노인, 청년, 장애인, 이주민, 난민
진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구축된 온갖 중독 시스템의 요소들을 철저히 걷어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경제나 성장, 인생에 대해 우리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 두려움과 불안감 같은 것을 '정직하게' 직시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진정으로 사람 존중 사회를 원한다면 '재벌-국가 복합체'를 철저히 해체해야 한다. 그다음 학교나 기업에서 교장이나 사장을 직원들이 직접 뽑아야 한다. (134~135)

 

그 이후 이른바 '실업계 학교'나 '직업교육'으로 상징되듯, 아이들을 모범 노동자로 기르기 위한 대중교육(종교 교육 포함)이 체계적으로 실시되었다. 잘하면 칭찬받고 못 하면 벌을 받았다. 모두가 경쟁상대가 되어 칭찬 경쟁이 심해졌다. 갈수록 (인성 중심) 가정교육보다 (노동력 중심) 학교교육이 중시되었다. 산업 현장에서는 수시로 노동자 저항이 발생했으나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진압되었다. (186)

 

인간 삶은 노동만이 아니라 친교, 사색, 우정, 봉사, 시샘, 선망, 웃음, 눈물, 감동, 산책, 독서, 연애, 돌봄, 창작, 놀이, 여가 등 실로 많은 요소들로 구성되며, 대단히 복합적이다. 조직적 위계질서나 효율성 원리로 포착되지 않는 수많은 정서적, 영성적, 감정적 관계들이 작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 삶이다. (189)

 

인간 해방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먼저 트라우마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진정한 인간의 자유(해방)는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해방)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239)

 

중독행위의 핵심 문제는 자율성이나 책임감의 결핍이다. 죽을 뻔했던 폭력의 경험으로 인한 두려움에서 비롯됐다. 생각이나 행동의 기준을 늘 자기 '밖'에서 찾는다. (외부 준거) 내재적 동기가 약하기 때문이다. 타자의 눈치를 보고 타자의 인정을 갈망한다. 일중독, 성과 중독, 게임중독, 명품중독 같은 현상의 배후에 이런 심리가 깃들어 있다. 이렇게 행위의 기준이 밖에 있는 한, 스스로 만족스런 삶을 살기 힘들다. (중략) 따라서 진정으로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하면서도 '마을인문학 모임' 등에 나가 이웃과 더불어 열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272)

독서습관 475_중독의 시대_강수돌&홀거 하이데_2018_개마고원(211114)


■ 저자1 : 강수돌

1961년 마산 출생. 서울대에서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고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노사관계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1997년부터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시절부터 '돈'의 경영이 아니라 '삶'의 경영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돈과 권력, 체면과 위신, 비교와 경쟁 따위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한다. 나 혼자 세상을 바꿀 순 없다고 믿지만 동시에 '나부터'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경제 - 노동 - 교육 - 생명'의 문제를 패키지로 풀어야  희망이 생긴다고 확신한다. 2016~2017년의 1600만 촛불광장처럼 '더불어' 행동하면, 온 사회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중독 시스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부터 교육혁명> < 나부터 마을혁명> <더불어 교육혁명> <팔꿈치 사회> <행복한 삶의 인문학> <대통령의 철학>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등을 썼다. 

■ 저자2 : 홀거 하이데 Holger Heide

1939년 잠수함 생산지로 유명한 독일의 도시 킬(Kiel) 출생. 킬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및 경영경제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3년부터 2004년까지 브레멘대학 경상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역경제 및 세계경제, 특히 한국경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동시에 사회경제행위연구소(SEARI) 소장도 역임했다. 현대 자본주의 분석에 있어 역사적인 접근과 심리분석적인 접근을 통합하려는 이론적 노력을 경주해 왔다. 약 80년 인생 과정에서 대부분의 세월을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살아 있는 사회운동에 어떻게 기여할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고뇌해 왔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바꿔나갈지도 배우게 되었다. 정년퇴직 이후 주로 스웨덴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동사회에서 벗어나기>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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