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짧지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읽었다. 표지 안쪽의 저자 소개를 읽으며 어떤 내용일지 짐작은 했다. 그래도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 레아는 중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독일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독일에서 자란 16세의 소녀다. 학교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진시황 병마총에 대한 글을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교에서 외모가 다르기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양부모님의 배려로 문제없이 자랐다.
하지만 친구인 루카가 중국에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해 매년 6만 명의 딸들이 사망한다는 기사가 계기가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 양부모에게 자신의 중국 친부모에 대해 묻지만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하자 의구심이 더욱 커진다. 결국 자신이 6만 명의 딸 중의 하나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지만 비닐봉지에 담긴 채 독일인 부부에게 넘겨져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을 듣게 된다. 이로 인해 레아는 충격에 빠진다.
할머니와 채팅을 하던 리씨의 도움으로 중국 친부모가 사는 마을을 찾아내고 양부모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16년 만에 대면한 부모는 생각보다 냉랭하다. 공동체 내에서의 삶을 중요시하는 그들에게 죽었어야 할 딸이 돌아왔다는 것은 체면의 문제였기에 냉대를 받는다. 가까스로 만난 친엄마는 마을에서 쫓겨나 친정으로 간다.
"전에 내가 우리 가족을 찾아다닐 때도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지. 그때 배운 건 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길이 생긴다는 거! 절대 포기해서는 안 돼." (155페이지)
양부모를 독일로 보내고 리씨의 도움으로 중국에 더 머무르며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 나선다. 마침내 레아는 친정에 가있던 친엄마를 만난다. 그녀와 얘기하는 중에 자신보다 1년 전에 언니가 태어났지만 바로 강에 버려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마지막에는 수많은 딸들이 버려졌을 강물에 흰꽃을 함께 뿌린다. 엄마와 레아가 나란히 앉아서 강물에 흘러가는 하얀 꽃잎을 보며 끝난다. 해피엔딩이지만 슬픈 과거사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딸이 태어나면 시집으로 들어가지만 아들은 장가를 가도 같이 살며 부모를 공양하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부터 그런 믿음이 있었기에 1 가정 1자녀 정책이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니 힘없는 아녀자가 수백 년의 전통에 맞서 싸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엄마가 두 번째 상황에서는 딸을 다시 죽이지 않게 함으로써 나름대로 저항을 한 셈이었다. 노인들이 다 죽고 나야 그런 풍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혹은 밍의 부모처럼 젊은 부부들이 자식을 더 낳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집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저축하다 보면 그 문제가 저절로 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국가가 노인복지 정책을 펼치고, 연금을 주고, 양로원을 더 많이 짓는다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182)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에서 서민들의 삶에서 아들과 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랐다. 이런 환경에서 한 자녀 정책이란 강력한 산아제한은 소중한 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사랑으로 자라야 하는 그 아이들은 자신들의 잘못 하나 없이 사라져야만 했다. 아들이 부모를 공양하는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 피하기 어려운 운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의 인권이 낮은 시대에 아들 선호 사상으로 딸들이 피해를 입었다. 아들을 위해 딸은 학업을 포기하고 일해야 했다.
불과 몇 십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세상이 반대로 되었다. 자녀를 더 가지라고 국가에서 아무리 독려를 해도 자녀를 많이 갖지 않는다. 중국도 한국도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의 인구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람이 만드는 제도나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세상에서의 진리는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제도로 진리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아이들이 궁핍한 삶속에서 버려져 해외로 입양된 사례가 많다. 소설의 주인공 레아와 같이 양부모의 보살핌을 통해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아이도 있지만 반대로 양부모에 의해 학대받고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입양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사회의 일원으로 축복속에 받아들이고 잘 양육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독서습관438_황허에 떨어진 꽃잎_카롤린 필립스_2012_뜨인돌(210912)
■ 저자: 카롤린 필립스 Carolin Philipps
1954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영문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청소년들의 고민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지닌 저자는 독일에서 꽤 유명한 어린이 청소년 작가다. 해외 입양아나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고, 2000년에는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으로 유네스코에서 주는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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